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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절대적 시간
아우구스티누스가 시간의 의식 의존적 성격을 밝혔습니다만, 천체의 주기적인 변화와 여러 물체들의 운동들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객관적인 시간을 그런 의식 의존적 성격의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의 의식 의존적 성격과 더불어 시간의 객관적인 성격과의 관계가 문제 중의 문제입니다만, 이에 관해서는 칸트적인 설명을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우선은 물리학에서 시간이 어떻게 설명되는가, 그리고 그러한 물리학적 설명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를 살펴봅시다.
가장 먼저 알아보아야 할 인물은 뉴턴(Isaac Newton, 1643-1727)입니다.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되는 참고 문헌은 호킹(Stephen W. Hawking, 1942 - )가 쓴 『시간의 역사』(1987, 국역본 현정준 역, 삼성이데아, 1988)와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는가』(1991, 국역본 과학세대 역, 우리시대사, 1992), 그리고 『호두껍질 속의 우주』(2001, 국역본, 김동광 역, 까치, 2001) 등 세 권입니다. 그리고 쓰즈키 다쿠지가 쓴 『시간의 불가사의』(손영수 옮김, 전파과학사, 1993)도 참고가 되었습니다.
1687년 뉴턴의『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뉴턴의 물리학 제 1법칙, 제 2법칙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고 있습니다.
제 1법칙은 관성에 관련된 것으로서 힘이 주어지지 않는 한 물체는 동일한 속도로 직선 운동을 계속하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사실 이 뉴턴의 생각은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의 생각을 발전시킨 것입니다. 갈릴레이는 그 이전의 역학을 지배하고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정지하고 있는 상태며, 힘이나 충격을 받을 때에만 운동이 일어난다고 주장했죠.(참고, 부동의 원동자 개념) 그래서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고 믿었고, 그 까닭은 무거운 물체가 더 큰 인력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물체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정지가 아니고 운동 즉 관성이며, 물체를 정지시키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물체나 가벼운 물체나 동일한 속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비스듬한 경사면에 서로 다른 무게의 물체를 굴리는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 실험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똑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는 것 일정한 가속도(물체의 속도가 변화하는 율)로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갈릴레이의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뉴턴은 힘의 효과란 가속도의 변화에 있다는 것을 정식화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을 때에는 동일한 속도 즉 등속도로 직선 운동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을 정식화했습니다. 이것이 뉴턴의 제 1운동법칙입니다. 그리고 물체에 힘이 작용할 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뉴턴의 제 2운동법칙이 설명을 해 줍니다. 그것은 질량이 일정한 물체는 힘이 2배가 되면 가속도도 2배가 되고, 따라서 동일한 힘이 가해질 때 질량이 클수록 가속도가 작아진다. 유명한 공식 (는 힘, 는 가속도, 은 질량)이 바로 그것입니다.
뉴턴이 발견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만유인력의 법칙이죠. 그것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두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으로 서로 끌어당긴다.”라는 것입니다. G(G는 중력상수, m은 질량, r는 거리)라는 식으로 나타내는 것이지요. 예컨대 지구에서 질량이 1kg인 물체인 A와 2kg인 물체인 B인 두 개의 물체가 같은 공중의 위치에서 떨어진다고 하면, 물체 B에 작동하는 중력은 물체 A에 작동하는 중력의 2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물체 B에 작동하는 가속도와 물체 A에 작동하는 가속도는 동일합니다. 중력이 2배지만 질량 역시 2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구 위에 떨어지는 물체는 질량에 관계없이 동일한 가속도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중력 법칙도 중요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중요한 것은 갈릴레이와 뉴턴이 정지 상태가 아니라 관성에 의거한 운동 상태를 본래의 자연스러운 물체의 상태로 본 것입니다. 이 말은 정지 상태에 대한 유일한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물체 A가 정지하고 있고 물체 B가 물체 A에 대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생각과, 물체 B가 정지하고 물체 A가 물체 B에 대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생각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지구가 정지하고 있고 기차가 동쪽으로 시속 90킬로미터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과 기차가 정지해 있고 지구가 서쪽으로 시속 90킬로미터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움직이는 것이 기차인지 지구인지 분간할 방법이 없다는 셈입니다. 이를 정지 상태의 절대적 기준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뉴턴의 생각은 절대적인 위치, 절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달리는 기차 안에서 같은 자리에 공을 튀긴다고 칩시다. 기차 안에서는 같은 장소지만 기차 밖에서 보면 같은 위치가 아닙니다. 공이 튀기는 동안에 기차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다른 시각에 일어나는 2개의 사건이 동일한 장소에서 일어났는지, 아니면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는지를 판가름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적 신의 존재를 믿었던 뉴턴은 괴로워한 나머지 자신의 법칙이 가리키는 것과는 반대로 절대 공간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뉴턴이 말하는 절대 공간은 보편적인 관성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뉴턴이 시간에 대해서는 결코 상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동일합니다.
그들은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을 명확한 방법으로 잴 수 있고, 또 그 시간 간격은 누가 재든 간에 제대로 가는 시계를 쓰는 한 똑같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시간은 공간과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결국 뉴턴에서 공간과 시간은 물체의 역학적인 상태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절대적인 배경으로서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결합되어 있고, 또 시간과 공간은 물체의 역학적인 상태에 관련해서 그 값이 변하는 일종의 역학적인 양임을 정립했습니다.
빛의 유한 속도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에 대한 새로운 발견들입니다.
빛은 무한한 속도로 즉각 달려온다고 믿고 있었는데, 빛의 속도 무지 빠르지만 유한한 속도로 달린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은 1676년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뢰머(Ole Christensen Römer)입니다. 1609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하여 목성 주위에 위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뢰머는 목성의 위성이 목성의 뒤로 돌아가는 시각이 같은 시간 간격으로 되풀이되지 않으며, 목성의 위성이 일정한 속도로 돈다는 기대와 어긋남을 관측했습니다. 지구와 목성이 태양 둘레를 도는 데 따라 그들 사이의 거리는 달리지지요. 뢰머는 우리가 목성에서 멀어질수록 목성의 위성이 가려지는 것이 지체되어 나타나는 데 유의하였고, 이것이 목성의 위성에서 오는 빛이 우리에게로 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빛의 속도가 약 초속 22만km라고 했는데, 1897년 마이컬슨(Albert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Morley, 1838-1923)가 정밀한 실험에 의해 밝혀낸 빛의 속도는 초속 299,793km로 일정했습니다. 흔히 초속 30만km라고 하지요. 이를 거꾸로 길이로 말하면 1m는 빛이 0.000 000 003 005 640 952초 동안 달린 거리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시간을 세슘 원자시계로 측정합니다.
빛의 전달 방식
빛이 어떻게 전달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1865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지금까지 인정되고 있는 이론을 세웠습니다. 맥스웰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일적으로 결합시켜 설명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오늘날 전자기력이라는 용어를 쓰도록 만든 인물입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에 따르면, 통일된 전자기장에는 파동과 같은 변동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연못에 난 물결처럼 일정한 속도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만약 파장이 1m 정도면 전파(라디오파)로 불리고, 파장이 보다 짧아 몇 cm이면 마이크로 파, 1만분의 1cm 이상이면 적외선, 가시광선은 100만분의 40-80cm이고, 더 짧은 것은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긴 빛일수록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그래서 위험을 알리는 신호등은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파장이 긴 빨간 빛을 쓰는 것입니다.
맥스웰은 전파나 눈에 보이는 빛이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파동임을 밝힌 셈입니다. 그러나 뉴턴의 이론은 절대적 정지 상태란 것을 없애버렸으므로 빛이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속도인지를 말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설정된 것이 골치 아픈 ‘에테르(ether)’라는 빛의 매질입니다. 에테르가 진공을 포함한 도처에 있으며, 파동은 마치 소리의 파동이 공기를 매질로 해서 전달되는 것처럼 에테르를 매질로 해서 에테르 속을 달리고, 따라서 빛의 속도는 이 에테르에 대한 속도라고 설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에테르는 그 어떤 실험으로도 존재를 입증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관측자의 운동 방향과 무관한 빛의 일정한 속도
에테르가 빛의 속도에 대한 기준이 되는 바탕일 경우, 빛이 전달되는 방향에 관련하여 만약 빛이 오는 역방향으로 달려가면서 빛 속도를 재면 빛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고, 빛이 오는 순방향으로 달려가면서 빛 속도를 재면 빛의 속도는 늦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1887년 앞서 정확한 빛 속도를 잰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속도 방향과는 무관하게 동일한 값을 지니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밝혀냄으로써 마이컬슨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미국인이 되는데요. 그것은 지구의 운동 방향 즉 우리가 다가오는 빛을 향하여 갈 때 잰 빛의 속도와 지구의 운동 방향과 무관한 남북 수직으로 잰 빛의 속도를 비교한 것이었습니다.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는 만약 관측자가 빛이 오는 방향으로 빛 속도의 2분의 1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면서 측정하거나 빛이 오는 반대 방향으로 3분의 2 정도로 빠르게 달아나면서 측정하거나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 측정된다는 것입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정말 신비 중의 신비입니다. 일정한 유한 속도를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상대 속도를 지니지 않고 일정한 일종의 절대 속도를 갖느냐 하는 것이지요. 여러 가지 설명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에테르의 존재를 제거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위대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문제 즉 관측자의 운동 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한 것으로 측정되는 빛 속도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1905년 <운동하고 있는 물체의 전기 역학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만약 모든 관측자가 동의하는 보편적 시간이라는 관념을 버린다면 관측자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같은 빛의 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에테르란 입증되지도 않은 개념이 전혀 필요가 없을 지적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우선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빛의 속도란 빛이 거리가 떨어져 있는 두 곳 a와 b를 진행한 거리를 빛이 처음에 a에서 출발할 때의 시각과 나중에 b에 도달한 시각 차 즉 시간 간격으로 나눈 것입니다. 그런데 두 지점 간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예컨대 달리는 기차 안에서 사람이 기차 칸의 이쪽 문에서 저쪽 문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기차 안에서 보면 기차 한 칸의 거리이지만 기차 밖에서 보면 그보다 훨씬 더 먼 거리일 것입니다. 기차의 속도가 더해지기 때문이지요. 요컨대 빛의 속도를 재는 관측자의 속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빛이 두 지점을 통과한 거리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빛의 속도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시간 간격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빛 속도를 c라 하고, 빛이 진행한 거리를 r이라 하고, 빛이 출발하는 지점의 시각과 빛이 당도하는 지점의 시각 간의 시간 차를 dt라 합시다. 그러면 r이 변하는데도 c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dt가 변해야 합니다. dt가 변한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시간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거기에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지요. 빨리 달리면 그만큼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지요. 호킹의 계산에 의하면, 비행기를 타고서 1초를 줄이려면 지구를 4억 바퀴 돌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절대 시간의 개념을 순식간에 깨버렸습니다. 절대 시간이 깨지자 당연히 동시성 문제도 부조리해졌습니다. 뉴턴에서 동일한 위치를 말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이제 아인슈타인에서는 동일한 시각을 말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여러 물체들의 속도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속도도 다 다르고, 여러 물체들과 사람의 운동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의 속도 역시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들에서 ‘시간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같은 시각이라 하려면 동일한 밀도로 진행되는 절대 시간을 전제로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 사람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각자의 시간이라 해 봅시다. 그때 동시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이 특수상대성이론과 관련하여 세계의 역사를 바꾼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질량과 에너지의 동등성 관계를 나타내는 E=mc2 이라는 식입니다. 물체의 속도가 빛 속도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질량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핵폭탄도 나옵니다만, 빛 속도 이상으로 물체가 달릴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만약 물체가 빛 속도로 달리게 되면 질량은 무한대가 됩니다. 그리고 질량이 무한대인 물체를 움직이는 데는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무한대의 에너지는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빛 속도와 같은 속도로 물체가 달릴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질량이 없는 빛이나 다른 전자기적인 파동만이 빛을 속도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이 결합되어 있으면서 모든 물체들의 운동 즉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 있어서 변치 않는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물체들의 질량이나 에너지의 상태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영원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은 중력 가속도를 감안하지 않은 등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뉴턴의 중력 이론은 한쪽 물체를 움직여 다른 물체와의 거리가 달라지면 두 물체 간에 작동하는 중력이 순간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두 물체 간에 작동하는 힘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는 중력의 효과 즉 힘 차이의 전달이 빛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는 관측자를 중심으로 부정했던 절대시간 또는 보편 시간의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때로는 2주일씩이나 아예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고민한 끝에 드디어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 뒤로 아인슈타인은 몰라보게 늙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중력에 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이었습니다. 1911년 쯤 아인슈타인은 가속도와 중력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솟아오르는 로켓 속에 있으면 아래로 향한 중력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만약 자기가 로켓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지구의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지고 있는지 가속 상승하는 로켓 속에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가속도 간의 등가성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둥근 지구에서는 이러한 중력과 가속도의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만약 지구가 편평하다면 물건이 중력가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지구가 중력가속도로 위로 솟구친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둥근 지구나 태양에서도 중력과 가속도가 등가적이려면 시공간이 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것이 1913년이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친구인 마르셀 그로스만의 도움으로 추상적인 수학의 한 분야로 개발되었던 리만의 휜 공간과 표면에 대한 이론을 연구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공의 곡률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정식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늙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궁리 끝에 1915년 11월 그 방정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중력이란 단지 고정된 시공의 배경에서 작용하는 힘이 아니라, 시공에서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야기된 시공의 휘어지는 것(또는 구부러지는 것)이라는 혁명적인 발상입니다. 시공이 휘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예컨대 지구 표면은 구부러진 2차원의 공간입니다. 지구 표면에서 두 점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 즉 직선은 곡선이지요. 이렇게 구부러진 시공간에서 직선에 가장 가까운 곡선을 측지선(測地線 geodesic)이라 합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구부러진 타원형의 궤도를 움직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에는 태양과 지구를 둘러싼 중력 때문에 그렇게 구부러진 궤도를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태양 주위의 시공간이 태양의 질량에 의해 구부러져 있고(휘어져 있고) 그 구부러진 시공간을 지구가 직진을 하는데 3차원에서 관측하면 타원형으로 곡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는 언덕이 많은 지면 상공을 나는 비행기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직선을 따라 날지만, 그 그림자는 2차원의 지면에서 곡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은 뉴턴 식의 중력 개념보다 더 정밀해서 실제로 일어나는 행성의 궤도를 더 정밀하게 계산해 낼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빛도 시공간의 측지선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공간의 구부러짐 때문에 빛이 3차원 공간에서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빛은 직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과연 빛이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요? 그것을 입증한 일이 1919년 5월 29일에 일어났습니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식에서 영국 원정대가 별빛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언한 것처럼 휘어져 있음을 관측해서 밝힌 것입니다. 그 이후 빛의 구부러짐은 많은 관측에서 더욱 정밀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의 3차원에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해서 시공이라고 불리는 것을 형성했습니다. 이 이론은 우주 속의 물질과 에너지의 분포가 시공을 휘고 비틀리게 만든다고, 즉 시공이 편평하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중력 효과를 통합시킵니다. 이러한 시공 속에 들어 있는 물체는 직선방향으로 움직이려고 시도하지만, 시공이 휘어지기 때문에 그 경로는 휘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물체는 중력장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호킹이 곧이곧대로는 받아들이지 말하고 하면서 제시하는 고무판 비유가 있습니다. 고무판에 커다란 공을 올려놓는다고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때 그 공을 태양이라 여긴다는 것이지요. 공의 무게가 고무판을 누르기 때문에 고무판은 태양 근처에서 휘어집니다. 만약 이 고무판 위에 작은 볼 베어링을 굴린다면, 그 볼 베어링은 반대방향으로 직선을 그리며 굴러가지 않고 무거운 공 주위를 회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행성들의 궤도이지요.
여기에서 다시 시간문제가 생겨납니다. 그것은 공간을 휘려면 반드시 시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시공(space-time)이 휘는 것이지 공간이 시간에 의해 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시간은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도 그러하지만 이제 시간은 우주와 별개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함으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사건들이 일어나는 수동적인 배경에서 능동적이고 동역학적인 참여자로 변화시킵니다. 시간이 우주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뉴턴 이론에서는 우주 창조 이전의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나왔던 것처럼 신이 우주를 창조하기 전 그 기나긴 시간 동안에 무엇을 했나? 하는 식의 물음은 이제 아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이 우주를 창조하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영겁이라 불릴 수 있는 시간조차 아예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호킹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생각이 대단히 현대적이라고 말합니다.
호킹과 펜로즈의 빅뱅 이론
시간이 형태를 띤다는 것은 호킹에 의하면 시간 역시 최소값과 최대값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즉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양쪽으로 무한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합니다. 이에 관한 논란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당시에 우주는 정지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우주는 수축이나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중력은 모든 물체들을 서로 끌어 당겨 한 곳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 내에 일종의 반중력(反重力)의 원리를 도입하게 됩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최대의 실수라고 후회했다고 하는 우주상수의 도입이 그것입니다. 그것은 시공이 본래 팽창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의 인력을 정확하게 상쇄하여 정지 우주가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수학자인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이 1922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우주가 정지해 있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음을 예언하고, 이어서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Edwin P. Hubble)이 수없이 많은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인 적색 변위의 크기의 변화를 정확하게 관측함으로써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게 됩니다. 이에 우주가 생겨날 때 우주는 한없이 수축된 상태로 무한한 밀도의 에너지를 지닌 특이점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 이론가가 바로 호킹과 펜로즈이고, 그것이 폭발하여 우주가 생겼다고 하는 것이 빅뱅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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