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하며 누구인가 물었는데 초인종 음악소리가 길어 답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간혹 포교를 위해 문을 두드리는 아주머니들이 있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음악이 끝나고 들어보니 아이 목소리였습니다. 문을 여니 위층 큰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인데, 손에 반찬통을 하나 들고 있더군요. 어머니 심부름 왔다며 동생들이 시끄럽게 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건네준 것은 갓김치였습니다. 지난 가을엔 단감을 한 바구니 가득 주더니 이번엔 김치네요. 작년 설엔 수원 형님 댁에서 설을 쇠고 내려오니 문 앞에 메모지와 함께 떡이 놓여 있었습니다. '501호입니다. 애기들이 뛰어서 많이 힘드시죠? 죄송합니다. 애기 돌떡 조금 드려요. 맛있게 드세요.'란 메모와 함께 놓인 분홍빛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2덩이, 수수경단 한 도시락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위층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 셋이 살고 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애들 쿵쿵거리는 소리, 떠들고 장난치는 소리가 장난 아닙니다. 하지만 큰 아이야 초등학생이니 부모가 주의를 시키면 말을 듣겠지만 아래 둘이야 어디 말이 통하겠습니까?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하는 것을 항상 미안해하는 새댁을 보며 그걸 알고 있으니 아이들 떠들 때 주의는 주겠지, 그럼 된 거지 생각하고 그냥 넘깁니다. 사실 아이들 소리보다는, 바깥양반이 간혹 술 마시고 들어와 밤늦은 시간에 큰 소리로 얘기하는 것이 견디기 힘든 소음이지요. 하여튼, 아이들이 여럿이니 당연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가 30년 된 집이라 층간소음도 상대적으로 더 심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넘기니 신경도 덜 쓰이고 마음도 편안해 집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층간소음이 안 그래도 소원한 이웃 간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폭력, 살해까지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습니다. 이미 층간소음에 취약하게 지어진 아파트, 주의를 주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아이들,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스트레스가 포화상태인 사람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면, 소음의 데시벨 수치는 같겠지만 들리는 소리의 크기는 작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층간소음 해결의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웃과 어울려 사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밤 위층 아이로부터 갓김치 선물을 받고 참 기분 좋았습니다. 새댁이 가져다 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킨 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부모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동생들과 함께 좀 더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주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함께 사는 이웃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단초를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새댁의 마음 씀에 기분 좋아집니다. 위층 가족들이, 비록 조용한 나의 삶을 가끔 방해하지만, 정겹게 느껴집니다. 반찬통 돌려줄 때 무엇을 함께 주나 고민하는 즐거운 주말 밤입니다.
조금 전 옥상에 올라가 직접 찍은 정월 대보름달을 사진을 나눕니다. 환한 보름달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따스하고 맑은 기운이 넘쳐났으면 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은 언제나 좋은 이웃입니다. 대구수목원은 더더욱.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932865308
참 좋은 친구, 참 좋은 이웃(모셔온 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건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사람들 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갈수 있는 마음의 길동무 입니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내 마음을 꺼내어 진실을 이야기하고
네 마음을 꺼내어 나눌 수 있는 동무,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무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날들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소중한 사람을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삶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라는 인간의 사막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오아시스처럼 아름다운 이웃을,
친구들, 연인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먼저 누구인가에 오아시스처럼
참 좋은 친구, 참 좋은 이웃
참 아름다운 연인이 되는 시원하고 맑은
청량감 넘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최복현의 '마음의 길동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