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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신3(2011년 7월 10일, 일)
미일 2+2 회의, 글로벌 넷워크 안도버 회담, 그리고 국제연대
하늘이 살짝 흐린 일요일, 여사동 쇠창살 창문 밖으로 하얀 치자꽃들이 시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최근 마음을 뺏은 개양귀비꽃들이 시든 후 피어난 소담한 치자꽃들이 한동안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한 꽃이 시들면 또 다른 꽃들이 화단에 피어납니다. 내일 운동 시간에 예쁘게 피어난 해바라기, 봉선화, 그리고 제법 오래 가는 비비추들을 보고 싶습니다. 여기 여성 기결수들이 작은 화단을 정성스럽게 가꾼 덕분에 감사히 갖게 된 복입니다.
제법 긴 옥중서신을 타이프 친 도라씨에게 다시 감사를 전합니다. 잊기 전에 글을 시작하기 전 많은 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6월 말, 20여 년 만에 만나는 친구 양희경님을 비롯해서 7월 첫날 권오헌, 이강실, 이규재 그리고 고성화, 김택진 선생님들께서 고맙게 면회를 오셨습니다. 고성화 선생님은 96세의 고령에도 불구, 와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 이후 문규현, 고병수 신부님들께서 어머님과 함께(7월2일), 김경일 신부님을 비롯해서 김종환, 한상진, 문동극 선생님(7월 6일), 문정현 신부님, 오두희 선생님(7월 7일), 권술용 단장님, 송강호 박사님, 전진택 목사님, 도라, 당당(7월 8일)이 바쁜 중에 오셨고 7월 8일 신구범 전도지사님꼐서 감사하게도 이용경 국회 진상 조사단 의원님, 세 분의 보좌관들과 함께 방문해 주셨습니다. 또한 많은 어르신들과 지인들께서 감사하게도 크고 작은 영치금과 영치물들을 넣어 주셨습니다. 고생은 밖에 있는 분들이 더 하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한편 성함을 알 수 없었는데 한 분이 평화 누리 통일누리,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구속 노동자회 뉴스, 작은책, 민족21 등 잡지들을 넣어주셔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전에 어머님과 동생 이외도 김종일, 양홍관, 최상철, 김경훈, 안혜경 선생님들께서 책을 넣어주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정보가 단절되는 교도소에서 책1권, 소식지 1권은 가문에 물과도 같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책을 주문하면 10일에서 14일이 걸리기 일쑤입니다. 하루에 신문 3종을 읽고 집단의 규율에 맞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순 없지만 그래도 책 1권 1권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하는 교도소 생활입니다. 또한 편지를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최근 한승동 한겨레 논설위원은 6월 29일 논설, '도둑처럼 올 것은 통일이 아니다'란 글에서 6월 21일 미, 일 국방, 외교 장관들의 회의(일명 2+2 회의라 불리는) 결과로 나온 공동 선언문의 3조를 인용하며 미국이 일본의 무기 수출 금지 조항에도 불구, 최근 미, 일간 공동 개발되고 이지스함에 장착될 SM3 블록2A를 팔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 주요 타겟 국가는 한국이 될 거라 우려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건설 공사가 강행되는 제주 해군 기지가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 우려했습니다.
SM3 블록2A, 일명 스탠다드 미사일3는 미국 네 번째 무기회사 레이시온과 일본의 대표적 중공업 회사이자 무기 회사인 미쭈비시의 공동 개발물로 일본의 평화 활동가들은 몇 달 전부터 이것이 헌법 9조의 무기 수출 금지 조항을 유명 무실하게 만들고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을 강화하고 무기 경쟁을 고조시킬 거라 우려했습니다. 한국의 평화 활동가들은 일본 활동가들이 이러한 우려에 부응, 양국 평화 활동가들의 평화를 위한 연대의 뜻을 밝히는 성명을 내기도 했었지요.
미, 일 간에 개발되는 SM3는 중국 뿐만 아니라 대러시아 봉쇄를 위한 미사일 방어망에도 쓰이리라 보는데 최근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매사추세츠 안도버에서 열린 '우주의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넷워크(이하, 글로벌 넷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space4peace.org, 글로벌 넷워크 연간 회담은 2009년 서울에서도 열린 바 있습니다). 19번째 연간 회담은 우연찮게도 바로 SM3 공동 개발 및 생산 무기 회사 레이시온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회담의 제목은 '레이시온, 미사일 공격과 끝없는 전쟁: 비무장되고 지속적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 였습니다.
브루스 개그논이 프린터로 보내 준 6월 23일자 블로그의 리포트에 의하면 안도버에 있는 레이시온은 이지스 구축함에 기반한 SM3 외에도 지대발사인 PAC-3를 생산하는데 약 4천 5백 명의 노동자들이 일한다 합니다(PAC-3는 현재 우리 나라 평택과 군산에도 배치되어 있음). 글로벌 넷워크 회담에 참여한 65명은 6월 17일 오후 노동자들이 차로 퇴근할 무렵, 1시간 30분간 그 앞에서 레이시온의 무기 생산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합니다.
안도버에는 '평화를 위한 메리맥 밸리 사람들'이란 평화 단체가 있는데 단체 회원들은 레이시온 앞에서 20년 간 매주 시위를 했다 합니다. 브루스 개그논은 그 중에서도 자주 혼자서 시위를 했던 아서 브라이언이 모처럼 많은 사람들을 보고 기뻐했을 거라 적습니다.
6월 18일 메리맥 대학에서 열린 회담에는 약100여명이 참가했고 6개국과 미국의 GN 지도자들의 발표에 군중 통제, 정찰과 감시, 미사일 공격 등 레이시온의 새로운 기술들과 미사일 방어망에 있어 증가하는 역할들이 공유되었다 합니다. 특히 학교 재정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실로 '대학-기업 협력'이라는 정책 아래 대학 기관들에서 팔리는 신세대 로봇, 무기들, 무인 비행기들, 그리고 나노 기술 무기들에 대한 이슈가 토론화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에도 보여지는 현실로 무기 산업이 어떻게 학문의 전당을 이용, 지속적 생산을 위한 이데올로기 재생산 구조를 구축해 가고 있는지 또한 증명된다 할 것입니다. 브루스 개그논은 새로운 '[민, 군] 이중 사용' 기술들이 대중들을 스파이하고 공공의 반대자들을 만듦에 따라 군대와 지역법 집행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중앙, 도)-해군-기업(삼성과 대림)의 삼박자가 국제 자유 도시와 7대 경관을 추진하면서 해군기지 공사 강행으로 정작 유네스코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데 이를 정당화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행동은 이러한 구조를 공고히 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군-산-학 복합체가 실현되는 제주, 그야말로 후세대를 위해 끔찍한 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로벌 넷워크 회담에는 그 외에도 나토 확장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한 러시아, 중국 봉쇄 등 새로운 무기 경쟁 이슈들이 논의되었는데 캐나다, 스웨덴, 영국, 독일, 일본, 인도에서 온 대표들은 정도 차는 이지만 미국이 이들 나라들을 끊임없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그리고 현재 리비아 등에서의 전쟁에 끌어들임에 따라 그들 나라에서 군사주의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 복지 예산이 축소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합니다. 그렇다면 OECD 국가들 중에서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정부 예산 국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GDP 비율 국방비가 가장 높은 나라, 대학 등록금은 3위로 가장 높으나 학비 보조는 가장 낮은 나라, 노동 평균 임금에 비교한 최저 생계비 등 복지는 밑바닥을 기는 우리 나라야 말로 가장 걱정되는 국가가 아닌가요? 군사주의의 증가는 또한 인권의 축소를 가져오는데 예를 들면, 호전적이 대북 정책을 펼치는 현정권 아래서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이들이 2008, 2009, 2010 각각 40, 70, 151명이라 합니다(2005, 2006, 2007은 각각 33, 35, 39: 참조;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회지 236호, 권오헌)
제 자신 회담에 직접 참가할 수 없었지만 이외에도 매우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저를 기쁘게 했던 내용 중의 하나는 브루스 개그논 등 글로벌 넷워크의 지도자들이 강정의 의견을 받아 들여 내년 2월 강정에서 글로벌 넷워크 회담을 열기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글로벌 넷워크 한국 측 자문위원회의 한 사람인 정욱식씨께서 연락을 취해 주셨다 합니다. 브루스 개그논은 글에서 현재 많은 사람들이 차기 회담을 열기를 희망했는데 글로벌 넷워크 지도자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대 중국 봉쇄라 미사일 방어망의 결정적 고리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 20월 인도 회담 외에 2월에 하와이에서의 짧은 미니 회담 이후 제주에서 최소한 3박 4일의 일정을 갖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넷워크는 이외에도 강정에 후원기금 $2,900를 보냈다 합니다.
또 한가지 저를 기쁘게 한 소식은 글로벌 넷워크의 평화 활동가들 등을 포함 앞으로 제주 연대를 위한 국제 평화 활동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으리란 점입니다. 점차 많은 국제 평화 활동가들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지역 이슈 아닌 국제 이슈임을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민들이 중심이 되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승리하는 날, 제주도 도민들은 동북아 평화의 주인공,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그것은 전쟁의 가능성을 이정훈 목사님의 표현으로 '마지막 단추'에서 막은 세계사적 사건이니까요.
최근 몇 달 동안 강정에서 헌신적인 활동을 한 단체, '개척자들'은 8월 6일부터 19일까지 국제 평화 캠페인을 진행한다 합니다. 10월 1일부터 8일에는 글로벌 넷워크 주최로 미사일 방어망 등 우주 무기를 반대하는 국제 우주 평화주가 열릴 것입니다. 참고로 올해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10주년 되는 해로 미국에서는 9월 11일 이후 한달 동안 전쟁 반대를 위한 행사들이 활발히 펼쳐진다 합니다.
저에게는 이러한 행사들에 많은 젊은 분들이 오셔 배움과 깨달음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면 좋겠다라는 꿈과 바램이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공사 현장 내 국유지를 폐지하고 해군한테 길을 열어 주민 및 평화 시민들과의 더 큰 마찰과 충돌을 꾀하며 우리의 싸움을 어렵게 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가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산호 등 바닷속 말 못하는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평화와 비폭력이란 원칙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것이 공부이든 소통이든 연대 등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긴 어렵지만 부족한 저를 격려해 주시고 보이게, 보이지 않게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는데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최성희 올림
2011년 7월 10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