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프로야구가 시작되자마자 질주하는 롯데자이언츠의 모습이 바로 이런 아름다운 육각형의 결정이 아닐까 싶다. 2000년 이후 ‘만년 하위팀’이란 오명을 들었던 롯데가 올 시즌 들어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매 시즌 초반 ‘반짝 돌풍’을 일으키다 주저앉곤 했던 롯데지만 야구 전문가들은 “올해엔 다를 것”이라며, “앞서가면 지켜내고, 지고 있어도 기어코 승부를 뒤집는 힘과 집중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7년간 잠들어 있던 부산의 거인들을 깨운 것은 바로 최초의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이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소개로 롯데 감독직을 맡은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돌풍의 핵이다. 마치 로이스터란 이름이 ‘롯데(Lotte)’와 ‘트위스터(Twister)’라는 단어의 합성어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롯데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로이스터 감독님과 오래 야구하고 싶다”고. 이 말로 롯데 선수들의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선수들은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사랑하고 선수를 아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함께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으신 분이다. 항상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다. 요즘은 코치님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모두가 하나됐다. 이게 다 로이스터 감독님 덕분이다.” - 조성환
“새롭게 야구를 배우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눈빛부터 달라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훈련한다.” - 정수근
“감독님의 말씀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감동이다. 내가 첫 등판했다가 강판한 뒤 ‘잘 던졌다. 부상에서 돌아와서 기쁘다’라고 말해주셨다. 그냥 형식적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 그분의 말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 이용훈
거인들을 춤추게 하는 마법 3개월 만에 이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팀을 리빌딩하는 로이스터표 마법의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神) 불어넣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늘 격려와 자신감을 심어주려 한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팀을 이끈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됐는데, 감독이 경기력을 갑자기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로이스터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당신이 최고이니 당신이 직접 판단해서 해야 한다”고 항상 주문한다는 것이다. 그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 항상 자신감을 잃지 말고 준비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LG전에서 8번 박남섭이 중요한 순간 두 차례 보내기번트를 실패했을 때도 로이스터 감독은 박남섭이나 선수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안 해도 그 자신이 잘못했다고 괴로워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돌아온 마해영은 복귀 첫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으로 복귀신고를 했다. 마해영이 그라운드를 돌고 홈을 밟아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로이스터 감독은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그리고 마해영을 살갑게 껴안으며 포옹했다. 페넌트레이스 경기에서 감독이 선수를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는 건 그 동안 국내 정서에서 기대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건너온 미국인 감독은 스킨십에 거리낌이 없었다. 마해영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이런 식으로 직접 다가가고 있었다. 때론 칭찬으로, 때론 애정이 담긴 격려로, 때론 화끈한 포옹으로 선수들에게 신(神)을 불어넣은 것이다.
잠든 거인을 깨우는 신(神)의 위력 신(神). 로이스터가 불어넣은 이 마법약의 정체는 바로 ‘열정(Enthusiasm)’이라는 단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열정(Enthusiasm)’의 어원은 그리스어 ‘엔테오스/엔토우스(entheos/enthous)’로 en+theos, 즉 ‘내재(內在)하는 신(a God within)’이라고 한다. ‘내 안에 신(神)을 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들린 무당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듯, 신이라는 마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사실 신(神)은 한국인에게 더욱 친근한 단어다. 흔히 한국인은 스스로를 신명(神明)의 민족이라 칭한다. 여기서 ‘신명’이란 뜻은 ‘흥겨운 신과 멋’으로 풀이되며, 안에 간직한 ‘신(神)의 기(氣)’가 밖으로 뻗어나가 어떤 행위나 표현 형태를 이루는, 즉 흥(興)이 일어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두고 ‘신명’을 ‘푼다’고 말하곤 한다.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모습이 신(神)이며, 이렇게 신(神)이 들어와 신명이 난 개인과 조직은 신(神)의 힘을 얻을 수 있기에 더욱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혹자는 ‘신바레이션(Synbara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신바레이션이란 ‘신바람’과 ‘Rationalism’의 합성어로, 동양의 신바람 문화와 서양의 합리주의를 결합시켜 이르는 말이다. 신바레이션 기업문화란 신바람이라는 한국의 신명 나는 정서를 서양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신바람 조직문화가 회사 전체를 춤추게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홈플러스’를 성공시킨 삼성테스코가 만들어낸 ‘신바레이션’은 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학문에 적용하려는 대학 경영학과 교수 사이에서 이미 전문용어로 자리 잡을 정도로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스터의 리더십과 롯데의 지금 모습은 바로 이러한 ‘신바레이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신바람을 넘어 신들려가고 있는 거인들을 주목하자. 그들의 신바람이 점점 커져 거대한 신풍(神風)이 돼 프로야구를 휩쓴다면 그 신풍의 핵은 로이스터 감독의 마법약, ‘신(神)’으로부터 이뤄진 것이니까. |
첫댓글 ♬신바레이션..좋은말씀 고맙습니다
좋은내용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