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복이다.
산에서만 회복을 찾는 것도 중독이다.
게으름이나 잠이나 술이나(? 설마) 여자나 달리기나 ---
많기도 할텐데, 문득 산에 다녀왔기에 그리고 잠을 잤기에 또 술을 마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술을 마시지 않고 회복하고 건강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혼자 잠 잔 집에서 세탁기도 돌리고
쌓인 신문을 묶어내고, 밥을 먹고 컴 앞에 앉아
어제 일을 기록한다.
그러고 사무실에 매인 일처리를 조금이라도 해 보자고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 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다'가 계속 생각나서)
도올의 논어를 차분히 읽자고 맘 먹어보지만
금방 내 몸이 꼬드긴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 들러 광주극장에 가자고 작정하면서
배낭을 챙긴다.
64번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담벽 아래 그늘에서 기다리는데 봄 기운이라고 한겹 껴입은 옷이 추위를
느끼게 할 정도다.
배낭에서 진중권의 책을 꺼내 두 꼭지를 읽을 때까지 차는 오지 않아
구경거리가 된다. 그래도 택시는 타지 말자고 달랜다.
터미널 경신여고 전대 신안다리를 다시 들른 64번이 비엔날레 전시관에 나 혼자 내려준다.
비엔날레 전시관 앞에는 아이들이 자전거 쇼 연습을 하고 있다.
민속 박물고나 앞의 석조물 몇 개를 찍어본다.
새로지은 미술관에는 남농 전시회 등을 하고 사진전 장소는 문화예술회관
구 전시장이란다.
산길을 넘어 간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만원을 내고 또 2만원을 주고 도록을 산다.
차라리 지난번 서울에서 살 걸
다행이 친절한 도슨트가 사진을 찍어도 된다하고
특별 강좌도 가능하단다.
매그넘의 역사를 담아놓은 벽은 서울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작가전 지나고 있는데 해설사가 와서 설명하는 시간이라고 모이란다.
뒤에서 따라다니며 구경한다.
친절한 거지.
1시에 시작한 해설을 듣고 다시 한 번 더 돌고 나오자 2층 특강 시간이 다 되간다.
곽윤섭 기자는 89년에 입사하여 20년이 다 돼간단다.
어두우니 졸기도 한다.
조금 지루하다.
자기가 하는 일과 그걸 전달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질문받을 무렵 배낭을 매고 나온다.
육교를 건너 버스를 기다리며 고민한다.
영화보러갈까 무등산에 갈까?
양회장께 전화하여 연결안돼 산에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시내간다고 핑계대고 차를 탔는데,
저녁 같이 하잔다. 7시에 만나자고 하고 증심사가는 51번을 탄다.
산길에서 한 사람을 만나 동행했다.
행색과는 다르게 중등교사를 하다 서울의 학원에서 돈을 많이 번 적이 있단다.
부인도 전남의 교사다.
새삼 어느 누군들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다.
땀을 흘리며 새인봉에 앉아 나 혼자 소주를 마시며 애기를 나누는데
새 한마리가 내 앞에서 먹을 것 달라고 가까이 온다.
땅콩을 부스려 뿌려준다.
새인봉 삼거리를 지나 6시 반에 정류장에서 헤어진다.
친구를 만나 종교 이야기를 하며 나 혼자만 소주 한병을 마신다.
더 마시고 싶은 걸 많이 참았다.
택시 타라는 걸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