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호 = 객원기자]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많았다. 제 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는 1회전부터 명승부들을 쏟아냈고, 많은 선수들과 팬들을 웃고 울렸다. 치열한 경쟁을 뚤고 올라온 전국의 29개 팀들은 그들이 청룡기에서 뛸 수 있는 이유를 증명해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최강자의 자리는 단 하나일 뿐. 그 한 자리를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8강에 오른 팀들은 모두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어 그 승부는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 정도이다. 16강까지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하루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5일, 살아남은 8개팀들을 살펴보며 다가올 진검승부를 기다려 보도록 하자.
출처 : 한국고교야구 홈페이지 (www.hsbaseball.kr)
토너먼트로 펼쳐지고 있는 청룡기의 기록은 제외하고, 가장 최근의 팀 전력을 알 수 있는 후반기 주말리그 성적표를 보자. 팀컬러가 뚜렷하게 보인다. 여기에 청룡기에서의 분위기, 변수들을 고려해 보면 어느정도 8강을 기다리는 자세를 갖추게 될 것이다.(팀은 8강 경기 일정 순으로 서술하였고, 팀 기록은 별도 언급이 없을 경우 후반기 주말리그 기준입니다)
<북일고>
충남 천안에 위치한 북일고의 유니폼을 보면 자연스레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전신 빙그레)가 떠오른다. 선명한 주황색의 유니폼부터 이정훈 감독(87년 빙그레에서 데뷔하여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는 등 빙그레의 간판 스타로 맹활약했다), 충청도민들의 열렬한 사랑까지. 그래서일까? 북일고의 팀컬러는 한화와 너무도 닮아있다. ‘다이나마이트’ 라는 별명의 타선은 언제든지 터질 준비가 되어있고 그 파괴력도 엄청나다. 5할이 넘는 팀 장타율에 다른 팀들은 한 개도 때리기 힘든 홈런을 4개나 때려냈다. 청룡기에서도 2루수 임성재가 대회 2호 홈런을 뽑아내며 타선 어디에서도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특히 상하위를 가리지 않은 타선의 집중력이 빛나고 있는데, 찬스가 있을 때마다 점수를 만들며 경기를 편하게 풀어나간다. 타순에 상관없이 매 이닝 선두타자는 톱타자의 플레이를 충실히 해주고, 진루타에 이은 적시타의 패턴은 공격의 정석을 보는 듯 하다. 박상원, 송주영, 김찬균, 윤형배 등이 버티고 있는 풍부한 투수진은 이러한 타선에 힘입어 여유를 가지고 던지다보니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선수들을 믿고 부담없이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신일고>
하얀 헬멧이 돋보이는 신일고는 영리한 야구를 한다. 필요한 점수를 뽑아내고, 경기를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8개팀 중에 가장 많은 사사구(41개)를 얻어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고 빠른 발을 이용하여 한베이스 더 진루하여 득점을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톱타자 김영환과 메이저리그설까지 나도는 내야수 하주석의 상위타선은 상대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청룡기 16강전 진흥고와의 경기에서 하주석이 1회초부터 평범한 안타를 2루타를 만들고 결국 선취점에까지 성공하는 장면은 신일고가 어떤 팀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시였다. 이윤학과 최동현이 양분하고 있는 마운드는 2학년생들 답지 않게 위기를 노련하게 넘기는 모습이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대 이어 16강 마저도 7회 콜드로 마무리하며 체력을 비축한 것도 마운드 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북고>
유일한 팀 평균자책점 0점대의 주인공은 한현희의 경남고도, 변진수의 충암고도 아닌 경북고였다. 같은 사이드암인 한현희와 변진수에게 가려져 있던 임기영은 올시즌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임기영이 경기 대부분을 책임지고, 백승준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북고의 마운드 운영은 상대의 숨통을 조인다. 특히 후반기 내내 사사구가 총 9개에 불과할 정도로 두 투수의 고등학생답지 않은 제구력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4번타자 김윤동은 청룡기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지만, 톱타자 조준영과 3번타자 이지우가 맹활약하고 있다. 힘겨운 대진에도 불구하고 1회전 휘문고를 상대로 한 1점차 역전승, 광주일고와의 11회 혈투끝 승리로 팀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이다. 다만 잇따라 1회부터 9회까지 등판하며 100개를 훌쩍 넘기는 공을 뿌려댄 임기영의 체력이 관건이다. 본인은 힘든 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확실히 광주일고에게 9회 동점을 허용할 때의 임기영은 힘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백승준이 임기영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가 의외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장충고>
8개의 팀들 중에 가장 놀라운 팀은 단연 장충고이다. 장충고의 에이스 최우석은 이미 지난해부터 검증을 받은 선수였지만, 졸업을 앞둔 이번 청룡기에 한 단계 더 발전한 멋진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장충고 또한 다소 고전했던 올시즌을 딛고 청룡기를 노리고 있다. 당초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야탑고와의 16강전은 그 중에서도 백미였다. 1회 1아웃부터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사실상 경기를 완봉한 최우석은 삼진을 9개나 잡아내면서 강구성과 김성민이 버티고 있는 야탑고의 타선을 무력화시켰고,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여 사사구가 적고 볼끝이 날카로워 삼진을 많이 잡아낸다는 점은 최우석의 최대 강점이다. 타선의 지원이 약간 아쉽지만, 최우석이 지금과 같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타자들은 한두점만 뽑아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얻어낸 팀 사사구가 다소 적은데(28개),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좀더 좁히고, 공을 좀 더 끝까지 지켜봐 착실하게 출루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화순고>
화순고의 최대 강점은 누가 뭐래도 막강타선이다. 팀타율이 무려 3할8푼이다. 화끈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사구를 얻어내고(39개), 적은 삼진을 당한다는 점에서(16개), 상대하는 투수의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다보니 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문의서, 고현옥, 최민재, 최재원, 김인환 등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쉬어갈 틈이 없다. 타선에 비해 과소평가 받긴 했지만, 마운드도 훌륭하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1.88에 불과하다. 이형범과 이경훈이 비슷한 비중으로 번갈아 맡는 마운드는 투수들의 체력안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게다가 선수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은 화순고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이다. 전반기 주말리그부터 청룡기 16강까지 무려 10연승을 이어오고 있다. 막판까지 살얼음판의 승부를 벌였던 어제 덕수고와의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얼굴에는 패배라는 의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말그대로 파죽지세이다. 권택형과 이진범의 덕수고 마저 무너트린 화순고의 상승세가 변진수라는 벽을 만나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충암고>
충암고는 역시 전반기 왕중왕이었다. 2승5패의 성적으로 청룡기에 턱걸이했지만, 막상 토너먼트에 들어오니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변진수가 있다. 후반기 리그때의 다소 부진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충암고의 이영복 감독은 ‘진수만 올라가면 질 것 같지 않다’며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고, 변진수는 그에 보답하듯이 다시 전반기 왕중왕전 MVP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쯤되자 충암고의 후반기 리그는 위장전술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1회전에서 박종윤을 선발로 내세웠던 우승후보 대구고를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칠 때의 충암고에게 후반기 주말리그 성적표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전력분석의 표적이 된 변진수인 만큼, 상대팀에서 철저한 분석을 해서 나온다는 느낌이다. 좋은 공 끝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변진수이기 때문에, 수비진들이 실책없이 변진수를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경남고>
경남고 또한 한현희가 명성에 걸맞는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완급조절은 마치 삼진과 범타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상대팀 타자들은 여전히 한현희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수비진들의 지원도 든든하다. 3루수 이태양은 청룡기에서만도 벌써 여러 번의 호수비를 보여주었고, 나머지 야수들 또한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후반기 리그 팀타율이 2할3푼에 채 못미쳤지만, 청룡기에서의 타선은 또 다른 모습이다. 3학년 김준태, 이태양 등은 물론, 1학년 김유영, 정우석 등도 힘을 내면서 한층 짜임새를 갖춘 모습이다.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청룡기 최다 우승팀(9회)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전통적으로 청룡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역시 거의 모든 경기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한현희가 계속 지금과 같은 공을 뿌릴 수 있을지가 경남고 10번째 우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상원고>
1점을 주고, 2점을 가져오는 것이 상원고 야구이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다고 하지만, 4할대의 팀타율은 기복을 감안해도 무시무시하다. 김태수, 박승욱, 이동훈 등이 버티고 있는 타선이 쾌조의 타격감을 보이며 전승으로 청룡기에 진출한 상원고는 상승세를 타던 설악고마저 잠재우고 8강에 올랐다. 일단 리드를 잡으면 올라오는 에이스 김성민은 좀처럼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경남고와 맞붙는 8강에서는 그동안 체력을 안배해 왔던 김성민이 좀 더 일찍 초반부터 한현희에게 맞설 가능성도 있다. 이미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이와 같은 전략으로 9이닝을 던진 한현희를 6이닝을 던진 김성민으로 이긴 전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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