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먼 미래에는 내연기관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벌써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기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엔진이 많습니다.
더 나은 효율과 뛰어난 성능을 위해 기존 상식을 깬 엔진들을 모았습니다. 모양은 이상해도 꽤 잘 나가는 형님들이니 주의 깊게 살펴봅시다. 미래에는 I4, V6, V8, V12 엔진 대신 이들이 자동차 보닛을 점령할지도 모릅니다.
1. 허틀린 쿠겔모터(Huttlin Kugelmotor)
지난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한 신개념 내연기관입니다. 독일의 허버트 허틀린(Hurbert Huttlin)이라는 박사님이 개발한 것으로 '허틀린 쿠겔모터'라 불립니다.
쿠겔이라는 단어는 독일어로 '공'이라는 뜻인데요. 이름처럼 쿠겔모터는 동그랗게 생겼습니다. 그 안에는 독특한 모양의 피스톤 4개가 장착됩니다.
허틀린 쿠겔모터 작동 원리
아래 위로 한쌍을 이룬 피스톤은 대각선으로 왕복운동을 하는데, 끝에는 하얀색 공이 달려있습니다. 쿠겔과 하얀색 공이 맞닿는 힘으로 인해 쿠겔모터는 회전하게 됩니다.
연료는 휘발유부터 천연가스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60k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또한 열효율이 기존 실린더 엔진보다 높으며 부품수도 1/4에 불과한 장점이 있습니다.
2. FPEG 시스템 (Free-Piston Engine Linear Generator)
FPEG시스템은 지난 2014년 토요타가 고안한 신개념 엔진입니다. 자유피스톤기관의 일종으로 작동원리는 기존 내연기관과 비슷하나 피스톤에 연결된 크랭크축이 없습니다. 대신 가스챔버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커넥팅로드는 직선발전기와 연결돼 있습니다.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면 커넥팅로드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발전기의 코일과 마찰하는데요. 이때 전기를 생성하는 원리입니다.
토요타 FPEG 시스템 작동 원리
FPEG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단계를 완전히 축소시켰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발전기→배터리→모터→바퀴의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FPEG 시스템은 엔진에서 바로 전기가 발생되기 때문에 위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덕분에 엔진 부품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찰손실이 없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납니다.
3. OPOC 엔진 (The Opposed Piston Opposed Combustion)
지난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게이츠는 한 작은 벤처기업에 약 28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 기업의 이름은 에코-모터스(Eco-Motors)였는데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빌게이츠의 투자를 받았을까요? 당시 에코-모터스는 독특한 방식의 수평대향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엔진은 OPOC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에코-모터스의 OPOC 엔진 작동 원리
우리말로 풀어서 해석하면 '피스톤과 연소실이 마주보고 있는 엔진'정도가 되겠군요. OPOC에는 두 개의 실린더에 네 개의 피스톤이 장착돼 있습니다.
한 실린더 안에 두 개의 피스톤이 마주보고 왕복 운동을 하며 커넥팅로드는 2개가 한 쌍으로 동시에 움직입니다. 덕분에 크랭크는 한 번 폭발에 1회전을 할 수 있는데요. 기존 엔진은 한 번 폭발에 2회전이 필요했습니다.
에코-모터스의 발표에 따르면 OPOC 엔진은 기존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20%이상 좋다고 합니다. OPOC 디젤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300마력에 연비는 42.5km/L나 된다는군요.
4. 캠리스 엔진 (Camless Engine)
쾨닉세그의 자회사인 프리밸브(Free Valve)가 개발 중인 엔진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캠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내연기관의 기계식 캠을 전자식으로 대체한 것인데요.
캠이란 엔진의 밸브를 여닫기 위한 부품 중 하나로 긴 막대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캠노즈라는 돌기가 있어 밸브를 특정 주기마다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프리밸브의 캠리스 엔진 작동 원리
전자식 캠을 탑재한 캠리스 엔진은 전자 신호를 통해 밸브가 스스로 여닫힙니다. 덕분에 부품수가 적고 무게가 가벼우며 엔진에서 캠을 돌리기 위한 동력을 따로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프리밸브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캠리스 엔진은 기존 내연기관보다 15%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발휘한다는군요. 엔진 성능은 40%나 향상된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두 배 더 강력한 쾨닉세그! 생각만해도 가슴 뛰지 않나요?
5. 축 엔진 혹은 Z-크랭크 엔진 (Axial Engine or Z-Crank Engine)
실린더 내부만 보면 평범한 내연기관입니다. 그러나 위쪽을 살펴보면 어딘가 범상치 않게 생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엔진은 축 엔진 혹은 Z-크랭크 엔진이라 불립니다.
일반적인 엔진의 크랭크축이 긴 막대처럼 생긴 것에 비해 이 엔진의 크랭크는 원형으로 생겼습니다. 원형 크랭크는 회전하면서 피스톤을 움직이는데 옆에서보면 Z모양으로 움직입니다.
듀크 축 엔진 작동 원리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진동입니다. 엔진을 움직여도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동전을 세울 수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전기차 부럽지 않겠는걸요?
축 엔진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호주의 듀크(Duke)사가 있습니다. 듀크 축 엔진은 3리터 4기통에 최고출력 215마력을 발휘합니다.
박지훈 jihnpark@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