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로 손꼽히는 모던 클래식. 지나치게 캐주얼하거나 무겁지 않은 편안한 공간으로 주목을 끌고 있지만, 막상 실전으로 옮기려면 세심한 감각이 필요하다. 자신의 집에 모던 클래식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플라스틱 디자이너 조은숙과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인 플로리스트 조선숙. 그들이 설명하는 모던 클래식 스타일의 데코레이션 공식.
제법 묵직한 느낌을 주는 침대와 패브릭, 가구가 자리잡은 침실. 가구들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덜어주기 위해 그녀가 사용한 것은 바로 거울이다. 침실 입구에 커다란 벽면 거울을 달고, 맞은편 벽에도 거울을 달아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
“고급스러운 컬러와 앤티크 소품들로 꾸며져 언뜻 클래식해 보이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공간의 또 다른 조연, 스칸디나비아식 모던 체어의 매치도 눈여겨보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편안한 의자입니다.”
한국식 자개 서랍장과 서양 앤티크인 사이드 테이블, 그리고 제법 모던한 느낌을 내는 거울 가리개까지…. 각기 다른 스타일들이 모여 있는 침실 코너. 이들이 서로 미묘한 어울림을 이뤄내는 것은 이것들이 ‘적당히 낡은 것들’이라는 공통점에서 기인한다. 특히 자개장은 그녀가 수십 년 전 모은 가구들 중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 서로 다른 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믹스 매치하는가에 모던 클래식 연출의 해법이 숨어 있다.
“새 공간을 꾸민다고 해서 손때 묻은 것은 모두 집어던지고, 새로운 것들로 싹 채워 넣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헌것은 차츰차츰 퇴장하면서 새것과 어울려가면 됩니다.”
메탈릭한 벽걸이형 TV와 블랙 가죽 의자, 여기에 꽃무늬 앤티크와 모던 스탠드를 조화시킨다는 것은 역시 프로페셔널한 감각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인다. 이 공간을 의외로 조화롭게 정돈해준 것은 바로 꽃과 나뭇가지.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 곱슬버들을 큼직하게 꽂아 흰 벽의 차가움을 상쇄시켰고, 테이블 가운데에는 여러 꽃을 믹스한 꽃꽂이를 놓아 앤티크와 모던을 어울리게 했다. 니시안샤스와 섬바디, 안시리움, 옥잠화 등 개성이 다른 꽃들을 자유롭게 어우러지게 꽂음으로써, 여러 가지가 혼재된 공간과 비슷한 느낌으로 꽃꽂이를 하는 것이 포인트.
“벽이 없는 뚫린 공간에는 큼직한 스탠드형 조명이 좋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자인인 톨로메오(tolomeo)를 중앙에 위치시켰지요. 사무실에 놓아두던 모던 디자인인데 집 안 거실에도 썩 잘 어울립니다.”
그녀는 알려진 대로 ‘커피 마니아’이다. 그래서 컬렉션 역시 커피와 관련된 것들. 커피 포트와 커피를 거르는 각종 기구들이 운치 있다. 맨 앞에 있는 커다란 기구는 1백년 전 맥심사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앤티크 컬렉션은 주인의 취향을 대변해줄 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공간을 완성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많은 요소들이 믹스 매치된 집일수록, 철저하게 ‘쉬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은숙 씨의 생각.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이 복도는 그런 의미에서의 ‘쉬는 공간’이다. 화가 최인선 씨의 10년 전 작품이 높게 걸려 있는 벽 옆에는 낮은 의자가 놓여 있다. 시선의 강약을 고려했다는 설명.
“옷에도 강약이 있어야 하듯, 공간에도 강약이 필요합니다. 벽마다 그림을거는 일은 삼가세요. 때로는 그림을 그냥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 나을 때도있지요. 한두 군데쯤은 그냥 쉬는 공간으로 남겨두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조은숙 씨네는 차가운 흰 벽이 주가 된 모던한 주상복합. 여기에 큼직한 영국 오크 탁자와 중국풍 의자, 그리고 프랑스 사이드 보드(각종 테이블 세팅 집기를 넣어두는 가구로 ‘뷔페 테이블’이라고도 함)가 자리잡았다. 이들을 모던한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것은 부드러운 곡선의 샹들리에. 좀더 로맨틱한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쓸 수도 있겠지만, 모던한 기분을 잃지 않기 위해 일부러 주석 소재를 선택했다.
“사이드 보드 위에는 크리스털과 유리 소재의 장식만을 두었습니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 소재는 가라앉기 쉬운 클래식한 공간을 가볍고 모던하게 살려내는 역할을 하지요.”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의자만으로 간소하게 꾸민 게스트 룸. 앤티크 가구를 써서 분위기를 통일시켰는데,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침대 헤드. 원래는 거실 벽난로의 프레임으로 쓰이는 것인데, 침대 벽면에 놓아 멋지게 연출했다. 역할을 달리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의외의 효과.
“침대 헤드가 공간에 어울리지 않을 땐, 발상을 전환해 봅니다. 이처럼 벽난로 프레임으로 대치할 수도 있고, 침실 침대처럼 아예 아무것도 두지 않기도 해요. 침실 한쪽 벽면이 패브릭으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질감이 꽤 근사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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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고급화된 모던 카페를 처음 선보였던 압구정동 ‘플라스틱’의 디자이너 조은숙 씨. 패션 디자인을 넘어서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의 영역까지 그녀의 감각이 소문난 것은 이미 오래전 일. 20년 전 목동아파트에 살 때도 그녀는 ‘고물(골동이 아닌 고물이었다는 게 그녀의 증언)’을 끌어 모아 서구식 빈티지 스타일로 집 안을 꾸며놓고 근사한 테이블 세팅의 파티를 열곤 했다고. 현재는 동생 조선숙 씨와 함께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도 맹활약 중. 그녀의 타고난 감각과 영국 등지에서 플라워를 공부한 동생의 손재주가 합쳐져 시너지를 이루었다고 할까.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감각적인 공간, 트렌디하지만 편안한 공간이 자매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