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선수들의 뛰는 자세를 보면 무릎이 높이 올라가면서 넓은 보폭으로 뛰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하체가 긴 유럽, 아프리카의 선수들은 눈이 시원할 정도로 넓은 보폭을 구사한다.
보폭이란 앞다리의 뒤꿈치가 땅에 닿은 지점부터 뒷다리의 뒤꿈치가 땅에 닿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말로서, 달리기 속도는 이 보폭과 발의 움직임인 보속(步速)에 의해 결정된다. 즉,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한번에 멀리 뛰는 연습을 하거나 발걸음을 빨리 놀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무조건 보폭을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신체 조건과 주로 상황, 심지어는 날씨에 따라서도 보폭이 전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조건 보폭을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보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보폭은 신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걸을 때 보폭은 키에서 100을 뺀 수치이며, 달릴 때는 키에서 30∼40cm를 뺀 수치로 걸을 때보다 조금 더 넓어진다. 신장뿐 아니라 신체 특성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데, 운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보폭은 좁아지며, 남성보다 여성이 좁은 편이다.
보폭에 따라 주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보폭을 좁게 하는 반면 발의 움직임을 빨리하는 ‘피치 주법’과 보폭을 넓게 하는 ‘스트라이드 주법’이 그것이다. 좁고 가볍게 뛰는 피치 주법은 충격이 적어 부상 위험이 줄어들며, 효율성이 높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만 순간 스피드는 떨어진다. 반면 스트라이드 주법은 순발력과 스피드에는 강해도 후반 체력이 고갈되면 회복하기 힘들다. 이처럼 주법에 따라 특성이 뚜렷하므로 훈련이 부족한 초보들은 연습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보폭을 익히는 것이 좋다.
보폭은 훈련 방법이나 주로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평지를 오래 달리는 LSD 훈련은 좁은 보폭으로 리듬에 맞춰 달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언덕 훈련을 할 때는 내리막의 경우 경사가 심할수록 상체를 뒤쪽으로 밀어주고 보폭은 넓혀줘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으며, 오르막에서는 반대로 보폭을 좁혀 다리 근육에 빠르게 연료와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겨울에 좁은 보폭을 구사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겨울에는 근육이 굳어 있어 조금만 무리하게 움직여도 부상을 쉽게 당하기 때문에 좁은 보폭으로 발을 빨리 놀리는 것이 좋다. 군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도 배에 힘을 주고 좁은 보폭으로 뛰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의 유명한 육상 코치인 잭 대니얼스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각 달리기 종목 선수들의 발걸음을 조사해 95% 이상이 1분에 1백80회 정도의 보폭 비율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 결과는 800m부터 중·장거리, 마라톤 선수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것을 기준으로 풀코스를 2시간10분에 달리는 선수의 보폭을 계산해 보면 약 180cm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의 키를 넘는 엄청난 수치지만 마라톤이 점점 스피드를 요구하게 되면서 실제로 선수들의 보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보폭 늘리려면 휴식 필요
엘리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록 향상을 원하는 달림이는 보폭을 늘리는 훈련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보폭이 익숙하게 잡혀 있는 고수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보폭이 좁은 사람이 적당한 훈련을 거치지 않고 보폭을 넓게 해서 달리려고 애를 쓰면 다리에 제동이 걸려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일단 보폭을 늘리려고 마음먹었다면 몸에 자연스럽게 익을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폭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언덕 훈련, 스피드 훈련, 근력 운동, 유연성 훈련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언덕 훈련으로 가파른 언덕을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보폭을 넓혀서 뛰어오른다. 기복이 심한 지형에서 오르막은 빠르게, 내리막은 느리게 뛰는 것도 보폭 늘리기에 도움이 된다.
평소 훈련 때는 골반에 중심을 두고 허벅지를 이동시킨다는 느낌으로 무릎을 들어올리며 달린다. 이 자세가 익숙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운동이 고관절 보조운동이다.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걸을 때마다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내리는데 이때 무릎은 바깥쪽으로 한 번, 안쪽으로 한 번 번갈아 들어올린다. 골반과 엉덩이뼈를 잇는 고관절이 유연해지기 때문에 달릴 때 자연히 무릎이 높이 올라가고 보폭도 늘어나게 되며 부상 방지 효과도 있다. 고관절 보조운동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해주는 것이 좋다.
보폭을 넓게 잡고 겅중겅중 뛰어오르는 한발 뛰기나 무릎을 높게 들고 발가락으로 짧은 거리를 반복해 달리는 훈련도 보폭 늘리기에 도움을 주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을 할 때는 신체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피하고 잔디나 흙길에서 한다.
달리고 난 후에는 근육의 피로를 확실하게 풀어줘야 한다. 제때 피로를 풀어주지 않으면 관절의 움직임이 나빠져 보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평소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높여주고, 운동 전 워밍업과 정리운동을 꼼꼼하게 해줘야 보폭 늘리기의 효과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