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나면 제일먼저 달콤한 망고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싱싱한 망고를 접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한국산 애플 망고가 외국산보다 맛도 좋고 향이 좋다는 입소문이다.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MZ 세대들이 모 백화점에서 12만원하는 애플망고 빙수 하나 사 먹으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선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서귀포 하원동 3천300평의 밭에 애플망고 재배에 성공한 김민수 사장을 만났다.
김민수 사장은 25년 전부터 라켓을 잡았고 매일 새벽에 코트로 향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귤과 한라봉을 재배했는데 테니스장에서 인생을 다시 설계해 서귀포 토양에 맞는 애플망고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나에게 테니스는 종교와 같았다. 늘 성당에 간 것처럼 성스러운 마음이었고 젊었을 적에 흡연을 할 때도 코트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경건한 마음이었다. 새벽 다섯 시에 테니스장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매일 내 인생을 새롭게 준비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더욱 정갈한 마음으로 운동하고 오가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실천을 할 것인지 명상과 참선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이었다. 제일 중요한 거는 어느 명리학자의 말처럼 사람이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하려면 인성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 인성의 다섯 가지 중 세 가지가 테니스에 다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테니스라는 운동을 하면서 자기 관리가 되고 내면에 있는 자기 세계와 소통을 하고 소통함으로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황하지 않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집중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대학시절 ROTC 활동을 할 때부터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3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라켓을 잡은 김민수 사장. 단순히 테니스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 활력을 얻는 선을 넘어 신앙심 두둑한 신자처럼 테니스를 신봉했다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본다.
*어떤 계기로 라켓을 잡은 것인가요?
난 원래 해양학을 전공했고 원양어선을 타고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양식장을 하고 싶어 양식장에서 근무하면서 기초적인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또한 초기 자본금이 너무 들어가 반대에 부딪쳤다. 할 수 없이 부모님이 하시던 귤 재배를 하고 유통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테니스가 생활에 변화를 가져 다 주었나요?
새벽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일과가 정형화 되고 플랜이 일정해졌다. 유통이란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나 다음날 새벽 운동을 위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하는 절제의 묘를 알게 되었다. 요즘 선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테니스 하면서 비즈니스에서도 선택과 집중에 대해 실천하는 힘이 생겼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 또한 운동을 통해 얻었다. 새벽 시간에 테니스 하는 것 이외에는 테니스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지 않도록 이원화 시키며 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했다.
*실력은 어떤가요?
라켓 잡은 지 3일째 되던 날부터 삼다클럽 형님들과 경기하면서 보냈다. 주력이나 파워는 있지만 고수실력은 아니다.
*테니스 전도사 역할도 하던데..
우리 집엔 항상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아내와 아이들 셋 모두 외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주로 지인들이 호텔에 머물지 않고 집이나 세컨 하우스에서 묵도록 한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이번에 방송국 PD 몇 분이서 취재차 머물다 갔는데 모두 다 새벽에 테니스장으로 인도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금방 스윙괘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랐는데 각자 집으로 돌아가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지인들도 많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 보면 소원해 지지 않나요?
13년 전, 아이들이 각자의 목표가 있어 스스로 원해서 떠난 것이라 다들 현지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내와는 공조의 관계로 아내는 아이들 교육에 노력을 쏟는 동안 나는 새로운 분야, 즉 무엇을 해야 되나 고민을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국적의 망고를 연구하며 섭렵한 후 서귀포에서 10년 전부터 애플망고를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사업적으로 더 집중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산 애플망고가 수입 망고와 다른 점이 있나요? 가격도 비싸던데요..
애플망고는 향이 감미롭고 부드럽다. 그래서 중증 환자가 씹지 않고 삼켜도 될 만큼 섬유질이 적은 편이다. 하우스 안의 온도를 조절해서 5월부터 10월까지 출하를 하는데 킬로 당 성수기에 5만 원 정도로 호텔이나 백화점에 공급된다. 생산양이 적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황금알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재배하는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키우고 있는 애플망고는 대만산이다.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토양에 맞는 것인지 실험을 해야 했다. 망고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 스트레스 안 받게 해 줘야 예쁘게 자란다. 그래서 노지의 열대지방 망고와는 차별화 된, 거칠지 않고 달콤하면서 완벽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 망고 하우스에 오리와 닭들을 키운다.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충을 없애고 색다른 병충해의 여부를 알기 위해 예찰카드를 곳곳에 설치해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고는 아열대 식물로 적정 온도가 중요한데..
망고 하우스에는 첨단시절이 되어 있어 컴퓨터로 체크가 가능하다. 지열을 이용한 닥트와 습도 조절 환풍기. 구석구석 열을 전달하는 히트펌프까지 어릴적 귤 농장에서 자라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재생에너지를 접목시키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연구에 에너지를 쏟아 부어 성공했다. 전기료를 많이 들이지 않는 냉난방 기술의 결정체를 얻어 냈다.
*농장에 가 보니 나무들이 구분 되어 있던데..
심은 지 4~5년 부터 최장 15년까지 계속 망고를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햇수별로 구별해 놓고 온도 조절로 망고 출하시기를 조절한다.
*사업도 안정권에 들어갔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기회가 되면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거침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고 봉사도 하고 싶다. 그동안 연구했던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기술을 농업기술센터에 전파하고 학생들도 찾아와 배우고 가는데 본격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싶다. 또 애플망고 재배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지금 보유한 기술들을 공유한다면 크게 기여가 될 것으로 본다.
8월 20일, 40년 역사를 가진 삼다클럽 회원들이 유수암 근처에 있는 김 사장의 별장에 초대되었다. 이른 아침에 월례대회를 마치고 점심 무렵에 만난 삼다 회원들은 탁 트인 전망에 장기자랑 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이 갖춰진 별장에서 특별한 시간을 갖았다. 인천신문 남익희 대표가 준비한 상품을 걸고 다양한 재능을 선보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던 삼다 회원들은 김 사장의 안목에 또 한 번 놀래는 모습들이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새로운 계획에 접근했을 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힘을 테니스를 하면서 길렀다는 김 사장의 표현에 공감하고 수긍했다. 오늘의 성공은 자유로운 발상 덕분이고 그것은 매일 새벽 규칙적인 테니스가 가져 온 선물이라는 말에 긴 여운이 남았다. 달콤하고도 매혹적인 애플 망고 향 닮은 표현이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