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참 똑똑하다. 독립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제작비에 한계가 있는 독립영화. 그렇기에 표현하고 싶은 것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그마저도 표현이 툭툭 끊기며 영화 흐름을 방해하기 일쑤다. 이런 점들이 관객들에겐 아쉬움으로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면서 독립영화의 약점을 깜짝 놀랄 만큼 보완해 냈다. 왠지 상업영화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코믹스러움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거북스러운 느낌이 없다.
영화는 영화감독 준비생 이병헌의 파란만장한 데뷔작전을 코믹스럽게 그려냈다. 신인감독의 영화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방송국 제작진이 병헌씨를 밀착 취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방송국의 예상과
달리 병헌씨의 게으름과 나태함은 도를 넘어서고 시나리오를 쓰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직 정식 데뷔조차 못한
PD,
촬영기사, 배우 친구들. 그들과 함께 허구한 날 티격태격 다투며 술만 마시는 모습은 다큐멘터리 제작의 의미를 상실하고 급기야 촬영중단을 위한 긴급회의가 소집되기에 이른다.
영화는 영화감독 준비생 이병헌과
이름만 PD인 김범수, 무늬만 촬영감독인 노승보, 완전 무명인 배우 김영현까지 이 친구들의
만남을 술만 퍼마시며 말로만 영화를 말하는 허세로 그려낸다. 잠에서 깨어
컴퓨터를 켜고 한글
파일을 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8시간, 어렵게
노트북 앞에 앉아도 영화제목 폰트를 고치는데 1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다 또 밤이 되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병헌의 시나리오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반전을 선보인다. 그렇게 영화감독으로서의 입봉을 눈앞에 둔 병헌은 친구들과 영화작업에 한창이다. 마치 모든 꿈을 이룬 듯 보이지만 그의 꿈 앞에는 수많은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나리오 수정, 배우 섭외,
제작지원 등 영화는 다 잘 풀려 갈 것만 같았던 그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 모습은 마치 현실의 작은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현실. 잘 되어 가는 듯 하다 가도 어느 한 순간 내쳐질지 알 수 없는 현실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성공을 꿈을 향한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명확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들의 삶이지만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꿈을 향한 노력이 해답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영화는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의 꿈은 무엇이었나'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아직 꿈을 향해 '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는 주인공들이지만 영화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포기하지 말라', '조금 더 너의 열정을 불태워라', '꿈을 향한 너는 아름답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잃어버린 나의 꿈이 다시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