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세계신문-한중사랑교회 공동기획 '코리안드림 20년'
한국에 온 중국동포들의 삶을 들어본다[제2화]
본 기획특집은 동포세계신문과 한중사랑교회(서영희 목사)가 공동기획으로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생활을 열심히 하여 코리안드림을 이루어가는 중국동포를 발굴하여 소개한다.
길림성 연길에서 온 윤용수-김해월 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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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한중사랑교회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윤용수, 김해월 부부
“한국 와서 암(癌)투병하는 남편도 꼭 코리안드림 이뤄 … 우리 부부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거예요”
2008년 한국어능력시험 합격하고
전산추첨도 함께 당첨되어
한국에 오게 된
우리는 행운의 부부 …
한국생활 4년차에 남편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연변 화룡에서 온 중국동포 윤용수(59세), 김해월(55세) 부부에게 가장 기뻤던 때를 손꼽으라고 하면 아마 2008년 12월 1일 방문취업(H-2) 전산추첨에 당첨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중국동포들은 한국인 친인척이 있을 경우 초청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지 않은 경우 공무나 여행비자로 한국에 와야 했지만 취업활동은 안된다. 한국에 친척이 없는 소위 무연고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장기체류하며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린 때는 2007년 3월 4일 방문취업제 시행된 이후로 중국 현지에서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법무부에서 전산추첨 방식을 도입한 이후부터이다.
전산추첨은 2007년 10월 30일 첫 시행되었다. 이 당시 중국동포 25,964명이 2007년 9월 16일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여 25,140명이 50점 이상을 받아 합격하여 첫 전산추첨 대상자가 되었다. 법무부는 3만명을 전산추첨을 통해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부여해주기로 하고, 국적별로 중국동포에게는 20,322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무시험국가 미달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중국동포에 2,541명을 재배정하여 총 22,863명을 추첨했다. 그리고 2008년 상반기 2차 전산추첨 때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하여 합격한 동포가 41,25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무연고 중국동포 11,876명을 선발하였다.
부부가 함께 한국행 티켓 당첨
윤용수 김해월 부부는 2008년 12월 1일 실시한 3차 전산추첨에서 부부가 나란히 당첨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부부가 함께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해 합격하고 전산추첨까지 동시에 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소문은 마을에 파다하게 소문나 ‘복 받은 집’이라고 다들 말하였다. 중국에서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닌 이 부부는 “하나님이 내려주신 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2009년 3월 부부는 함께 한국에 왔다.
김해월씨는 한국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도에 공무비자가 나와서 3개월 주기로 3번 왔다갔다 했다. 1년간은 한국생활을 경험해본 것이다. 하지만 윤용수씨는 처음으로 한국에 온 것이다.
“한국에 나와보니 정말 문화도 발전하고 경제도 발전하고 …일자리도 많고요. 중국이 경제발전을 했다 하지만 연변 같은 경우는 그러지 못해요. 일자리 찾기도 어렵구요”
윤용수씨가 한국에 와서 느낀 소감이다.
연변 화룡의 조선족마을은?
잠시 이 부부들에게서 연변 화룡 고향마을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윤용수씨와 김해월씨는 1989년 결혼을 한 후 중국 고향 화룡에서 살면서 윤용수씨는 운수업에 종사하고, 김해월씨는 식품가게에서 일했다. 연변 화룡 고향마을은 조선족 600호가 모여사는 집성촌으로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그런대로 부족함 없이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90년대 한국바람이 불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외지로 나가면서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8년 당시만 해도 마을 사람 10명중 9명은 외지로 나간 상태였다고 한다.
어느 집은 부부중 한명만 한국에 나가 생이별을 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한 사람들도 생기고, 심지어 한국 간다고 고액 이자로 큰 돈 빌려 한국에 나간 아내가 소식이 끊겨 고향마을에서 그 빚을 안고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집도 있었다.
어느 때부턴가 한국어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한국에 갈수 있다는 소문이 '기쁜 소식'처럼 마을 전체에 퍼졌다. 마을 어귀 여기저기엔 한국어시험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신청하라며 전단지가 나붙었다. 윤용수 김해월 부부는 이 때를 놓칠 수 없다 생각하고 한국어교재를 사서 함께 시험준비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모집학원에 등록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했다. 또 운이 좋았던 것은 연변대학교가 한국어능력시험 지정장소가 되었다. 시험은 2008년 9월 21일에 있었다.
“시험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교재를 사서 공부하면 충분했어요.”
중국동포의 실무한국어능력시험 합격률은 거의 90% 이상이었다. 한국말을 잘하는 중국동포들에게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다. 문제는 전산추첨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시험에 합격하고도 전산추첨에 탈락되어 못들어오는 동포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2011년부터 실무한국어시험은 폐지되었다.
윤용수 김해월 부부는 말 그대로 행운을 타고난 부부였다. 시험에 바로 합격하자마자 전산추첨에 함께 당첨이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에 온 부부의 단란한 꿈
부부는 한국에 나와서 두부공장에서 함께 1년간 일을 하다 그후 아내 김해월씨는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남편 윤용수씨는 경북 포항에서 비닐재활용 공장에서 7개월 일을 하다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호수제작공장에서 일을 했다.
“한국에 왔으니 우리 부부가 열심히 일해 빚도 갚고, 아이들 뒷바라지도 해주고, 노후 준비도 하자고 했지요”
윤용수씨는 말한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2012년 3월 방문취업 3년 만기가 되어 중국에 들어갔다가 한국에 재입국해 다시 일을 시작할 무련인 지난 5월 14일 윤씨는 위암 판정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죠.” 윤씨는 아내가 놀랄까봐 바로 이야기를 못하고 친지에게 먼저 알렸다.
“친척들이 모여있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남편이 위암이라는 거예요. 저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전날까지 이상없이 일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이냐구요?”
남편은 수술을 받아도 소용없다는 병원 진단을 받고 현재 집과 한중사랑교회를 다니며 요양중이다.
“지금 우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어요. 하나님이 우리 부부에게 행운을 주어 전산추첨에도 함께 붙어 한국에 나올 수 있게 해주었는데, 남편 병도 분명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라 믿어요.”
윤용수씨와 김해월씨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김해월씨는 가정집에서 일하며, 윤용수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다니고 금식기도도 해가며 암과 싸우면서….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한국에 나와서도 이들 부부에게 항상 용기와 희망을 주고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 것이다.
구술정리=김경록 기자
@동포세계신문 제276호 2012년 9월 6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