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비온 곳이 많다 하는데 제주도는 아주 맑고 약간 덥기까지 했습니다. 바람이 세지않다보니 내리쬐는 햇빛만으로도 비록 가을볕일망정 소매걷어올리고 얇은 점버조차 거추장스러울 정도입니다. 오늘도 바다에서 한참 놀 요량을 해야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별방진까지 가서 차를 주차하고 어제 마지막 반환지점이었던 하도굴동 포구까지 지난 이틀간의 행보와는 반대로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니 대략 9천보가 됩니다.
걸어서 다니니 도로변 주변 하나하나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밟아보고, 감상을 붙여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 지역은 불턱들이 유난히 많아서 정교하게 돌로 쌓여진 조형물격 해녀시설들도 근사해보입니다.
중도의 하도리안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도 참으로 좋지만 바다감상하라고 중간중간 만들어놓은 감상포인트 의자들도 걷지 않으면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자전거길 외에 산책로길들이 중간중간 끊기고 이어져 있지않아 좀 아쉬웠지만 어찌 내 입맛에 모든 것이 맞으랴!
하도굴동 포구에서 어제처럼 물놀이 기회도 주고 물이 차가운지 태균이는 20분도 안되서 끝냈고 완이의 놀이도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었습니다. 그래도 완이의 미친듯한 물로의 돌진은 여전합니다.
갈 때는 여기저기 다 쑤셔보고 들렸다가니 같은 길인데도 천보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속도로 대략 하루 5-6km씩 걷는다면 제주도 다 도는데 50여일이 필요합니다. 제주도 해안선 길이가 253km라고 하니 수치상으로는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 제주도를 다 돌고나면 나름 자신도 생길 것 같은데요, 제가 문제가 되겠습니까마는 태균이가 문제지요. 지금보다 몸이 절반으로 줄어야 걷는 속도도 빨라질테니 우선 몸무게를 30kg 이상은 감량해야 합니다.
이제 3일 만보걷기를 하고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들먹이는 것은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사실 산티아고보다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국경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태평양 산마루길에 더 끌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영화 '와일드'의 배경이며 죽음을 무릅쓴 자연 속의 사투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코스입니다. 4,279km라는 길이만 들어도 악! 소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그저 영화 속 배경으로 남아야 하는 코스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걸어보니 제가 다리가 튼튼해 그런지 하루 2만보 정도는 거뜬할 듯 한데요, 확실히 등산보다는 너무 편하고 할만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올레길 돌기는 겨울에도 가능하기에 쉬지않고 해 볼 요량입니다.
거리차이가 자꾸 벌어지니 태균이 엄마사진도 잘 찍어주지 못하지만 태균이가 찍어줄 때는 무조건 V자 손가락을 해주어야 제대로 찍어준다는 사실... 기회가 되면 열심히 태균이 앞에서 V자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진 속에 멀리 토끼섬이 잘 나왔네요. 그 섬이 천연보호구역으로 1시간 정도만 머물 수가 있으며 어제 오늘 그 섬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던 것은 현재 공사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작년 태풍 때 경계울타리가 무너졌다는데 허걱~~ 그걸 이제야 고치다니...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산티아고를 두 모자분이 꼭 걸으실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진으로는 완이 부쩍부쩍 자라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