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마케팅] 장사꾼의 계산법
대형할인점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두부 하나 사면 샐러드드레싱, 콩나물, 연두부를 몽땅 덤으로 드립니다’, ‘파카
글라스 반찬그릇과 미니 연두부 2개를 얹어드립니다’ 등. 업계 관계자들은 “과당경쟁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아 앞으로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지 고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야단법석들이다.
이들 업체가 구사하는 마케팅이 바로 ‘덤’ 전략이다. 덤 전략이란 말 그대로 더 얹어주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상술들로 끼워주
기, BOGO(Buy One Get One)마케팅, 리필마케팅 등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에 더 많은 혜택을 얻기 때문에 구미
가 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할인점의 경우 “하나 더”를 외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마진이 남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러한 덤 마케팅을
위해서는 제품의 제조단가 자체를 대량생산을 통해 최대한 낮춰야 하며, 제조업체에서는 이 방법을 통해 이른바 박리다매를 꾀
하는 것이다.
포화상태의 자영업시장도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리필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무
한리필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선구이 전문점에서는 생선이 무한리필이 되고, 갈빗집에서는 갈비가 리필이 되는 시대를 맞
이했다. 문구점이나 제과점 같은 소매유통업체들도 덤 마케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곤 한다.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역삼동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치킨호프전문점의 영업방식을 살펴보자. 고객들이 생맥주를 마시며 안
주를 1개 정도 시키면 기본안주를 계속 서비스하고, 안주를 2개 정도 시키면 적당한 시점에 또다시 비싼 안주를 서비스한다. 이
러한 이유로 주머니가 가벼운 퇴근길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어 매일 오후 7시부터 밤늦게까지 쉴새 없이 점포가 북적인다. 고객
들마다 서로 자기가 단골이라고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은 요즘 같은 불황에 보기 드문 광경이
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공짜안주는 매니저나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다. 물론 직원들이 주문을 받을 때는 상냥한 목소리로
주문을 복창해 확인해주는 등 서비스교육도 잘돼 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인근 경쟁업소들이 새로운 컨셉으로 장사를 해도 매출
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이 같은 덤 전략을 구사하려면 반드시 정확한 원가계산이 이뤄져야 한다. 잘못된 주먹구구식 계산법으로 다른 업체와 경쟁을 하
게 되면 앞으로 남고 뒤로 적자를 보는 장사를 하게 된다. 돼지갈비 1인분 6,000원, 소주 1병 3,000원에 판매하는 업소에서 갈비
를 리필서비스하는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 한 번 따져보자.
우선 원가는 주류, 육류 할 것 없이 35%선에 형성돼 있다. 그중 갈비 1인분은 주재료인 갈비가 18~22%선을 차지하게 되며, 부
재료인 야채 및 반찬 외에 숯불 등이 포함돼 13~17%를 점유하게 된다. 주류에 관련된 인건비는 서빙직원의 인건비가 들게 되
며, 육류 부분은 서빙직원과 주방직원의 인건비가 포함된다.
보통 고객 2명이 기본인 갈비 2인분과 소주 1병을 시키게 된다. 이때 총매출은 1만5,000원이다. 매출이익은 9,750원이다. 소주 1
병이 거의 비워질 무렵 주인이 기분 좋게 갈비 1인분을 서비스한다면 당연히 소주 한 병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이때 주인은 갈
비 1인분의 원가인 1,200원을 적자보게 되고 소주를 판매해서 2,000원의 이익을 남기게 되므로 총 1만550원의 이익이 남게 된
다. 갈비를 덤으로 주는 게 더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이 정도의 계산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가 있다. 숨어 있는 계산은 바로 체류시간 증가로 인한 이익이다. 고객들
은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지만 사람이 몰려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같은 값이면 ‘손님이 많은 곳이 좋은
업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과 가장 좋은 상품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품이나 업소의
선택은 개개인의 이성적 판단이 모여서 이뤄지기보다 ‘동조’라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어떠한 근거에 의한 판단보다 주
변사람들의 의견에 쉽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판매업의 경우 한 달 동안 개당 3,000원이 남는 상품을 1,000개 구매해 800개를 판매했다고 가정하면 계산상으로는 800개 곱하
기 3,000원으로 총 240만원이 남는다. 그러나 이 계산은 재고상품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로 재고상품 200개의 개당 구입원가 1만
원씩 총 200만원이 계산되지 않은 결과다. 사실상 반품이나 재고처리 문제를 이익에 관련시키지 않았으며 실제로 번 것은 별로
없다. 재고상품을 처리해야만 정확한 이윤이 계산되는 것이다. 혹시 “그 상품을 다음 달에 팔면 모두 이윤이 되지 않느냐”고 생
각할 수도 있으나 품목이나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품의 생명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제과의 경우 당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류의 경우 한 달이면 생명이 다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 달 안에 신상품
의 판매, 세일, 재고처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성공적인 판매를 했다고 볼 수 있으며, 정확한 이익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한
달 후에는 상품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사전에 계산돼야 한다. 이것은 재고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 매
장을 신상품으로만 진열하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업주는 상품이 팔릴 때까지 재고로 갖고 있든 가, 반품이 가능하다면 반품
처리를 하고. 반품이 안 되는 경우 세일이나 ‘땡처리’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판매가 1만3,000원짜리 상품을 50% 세일을 통해 나머지 200개를 처리했을 경우 세일판매금액은 130만원. 종합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상품 800개의 마진 240만원에서 재고처리비용 70만원을 감안하면 한 달 동안 판매수익은 170만원이 된다. 이같이 재고
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이뤄져야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영업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재고관리를 위해 창업자는 팔고 있는 상품의 색상, 디자인, 사이즈, 메이커, 생산지 등을 정리하고 상품별로 가장 중요
한 상품, 그다음으로 중요한 상품, 별 상관없는 상품 등으로 분류해야 한다.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 역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둬
야 한다. 따라서 예비창업자는 적정수량의 초도상품 매입과 함께 반품을 확약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고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사업이 되지 않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