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갓.
10여 년 전 어느 초겨울..
글을 쓰다 갑갑하여 옆지기와 함께 금강변을 산책한 일이 있었다. 4대강 건설을 하기 전만 해도 금강변에는 비닐하우스가 많았다. 지금도 제방의 안 쪽에는 비닐하우스가 많다. 필자가 낚시를 좋아해서 예전에 참붕어를 많이 잡았던 곳으로 옆지기를 데리고 내려갔다. 낚시터는 폐비닐로 덮여 온전하지 않았는데 사방이 온통 야생갓으로 뒤덮여 있었다.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산책길이 야생갓을 채취하는 일로 변해버렸다. 생각지도 않은 수확에 답답한 마음은 이미 사라졌고 옆지기와 함께 기쁨의 기를 한껏 받았다. 그리고 옆지기의 타고 난 음식솜씨로 무려 5년 이상을 쌉싸름한 갓김치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승에게도 보냈다. 그런데..
"야. 나, 그거 먹고 설사를 얼마나 했나 몰라. 인마. 왜 그런 것을 보냈어?"
스승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장청소 제대루 하셨네유. ㅋㅋ.."
스승은 그 당시 깨닫지 못했지만 필자와 다시 만났을 때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청소를 깨끗히 했으니 술이 더 잘 받는 것은 당연했다. 자연적인 장청소를 한 것이다.
야생의 갓은 매운 맛도 독하고 김치를 담가 바로 먹으면 백이면 백, 거의 물총?을 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성급한 마음에 먹었다가 화장실을 들라거렸다. 그러나 물총의 단계가 끝나자 그해 겨울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야생의 갓은 독성(약성)이 강하다.
며칠 전 순천을 다녀오다 길가에 널린 야생갓을 보았다. 차량의 통행이 많은 도로여서 그 갓들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야생갓에 필이 꽂히자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길가는 물론이고 사방 들판에 온통 야생갓 천지다. 그럼에도 재배한 노지갓이나 비닐하우스의 갓을 김치로 담가 먹고 있었다.
필자는 집안의 뒤뜰에 자생하는 야생갓김치를 가끔 먹는다. 똑 쏘는 맛은 재배갓이 따라갈 수 없을 뿐더러 저장기간도 매우 길다. 일반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갓은 김치냉장고가 아닌 저온상태에서는 1년도 넘기지 못하고 녹아버린다. 노지갓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여수의 돌산갓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인공적인 재배갓이라면 그도 마찬가지다. 허나 야생갓은 해가 지날수록 맛이 살아나고 시큼한 맛까지 더해져서 그 맛이 일품이다.
5년 이상이 되어도 먹을 수 있고 입맛이 없는 한 여름에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물김치로 자박하게 담그면 한 여름에 별미 중에 별미다. 예쁜 연보라색의 물김치는 시원함은 물론 식욕을 돋궈준다. 그리고 감기에 걸릴 확률이 적어진다. 갓에는 비타민A와 B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엽산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 뇌졸증 그리고 암을 예방한다.
특히 임산부가 갓을 즐기면 태아가 기형으로 태어날 확률이 적어지고 똑똑한 아이로 튼튼하게 태어난다. 엽산이 뇌와 척추를 좋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갓은 한방에서 개채 또는 신채라 불리는데..
개채라함은 씨는 겨자의 맛과 비슷하나 매운 맛이 적다라는 뜻이고 신채는 우리가 매점에서 흔히 접하는 신라면의 신인 매울 신자로 매운 나물이라는 뜻이다.
갓은 폐에 좋다. 특히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 좋고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식욕을 돋궈준다. 기침이 심하여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일명 항아리기침을 하는 사람에게 매우 좋다. 천식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고 요통이나 관절염, 관절의 마비로 오는 동통의 특효약이다.
그외에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 치질(먹으면 좋지 않고 짓찧은 것을 붙여야한다.), 옹종, 옻이 오른데에 효험이 있다. 옻이 올라 부기가 심할 경우 전초를 달여서 마시고 즙을 내어 바르면 가려움이 덜하고 부기도 빨리 빠진다.
참고로 갓의 종자는 겨자의 재료이기도 하다.
횟집이나 초밥집에서 겨자 또는 와사비를 쓰는데 치질환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항아리기침을 하거나 가래가 심한 사람은 전초를 달여 복용을 하면 기침은 멈추고 가래는 삭인다.
음식으로는 김치를 담글 수 있고 물김치를 담아 열무국수처럼 여름에 시원하게 국수를 말아 먹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만두의 소에 첨가하여 톡 쏘는 독특한 맛을 즐기기도 한다.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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