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4년 전 서준이를 낳은 후 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단다. 가정형편상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말기 판정을 받게 됐고, 수술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아빠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9개월간 투석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단다. 의사는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빠는 수술비 때문에 동의해주지 않아 결국 엄마 혼자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어. 수술 이후 병원을 자주 다녀야 했고, 체력도 약해 너희들을 돌보기가 힘든 상황이었어.
생활비 한푼도 못 받고 이혼 15만 원 단칸방 월세도 못 내
아빠와 친할머니는 너희를 돌봐주지 않았고, 엄마를 며느리로 취급해주지도 않았단다. 수술비도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결국 병원비 1천여만 원은 고스란히 엄마의 빚이 됐고,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까지 달았단다.
엄마는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계속 이혼을 강요당했단다. 아빠는 이혼만 해주면 우리가 살 집과 생활비 지급을 약속했지만, 엄마는 너희들이 아빠 없는 서러움을 당할까봐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쫓겨나듯 집을 나왔어.
막상 나왔지만 엄마는 아무 가진 것도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한동안 너희들과 여관에서 지냈어.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한동안 매일 밤 너희를 끌어안고 눈물만 흘렸던 거 기억나니. 세상과 인연을 끊고 싶었지만 너희들이 있어 그러지 못했어. 아빠의 말만 믿고 이혼했지만 약속한 집과 양육비는 한 푼도 없었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어. 가까스로 이모의 도움으로 지금 집으로 이사 할 수 있었던 거야.
먹고 살기 위해 아픈 몸으로 부업을 시작했지만, 하루 꼬박 일을 해도 월 20만 원이 되지 않았고, 살기 위해 시작한 부업으로 오히려 건강만 나빠졌단다. 그래도 엄마는 꿋꿋하게 견뎌낼 거야. 엄마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서정, 서준이가 있으니까. 이 부족한 엄마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정말 많이 사랑한다 내 아들, 딸. -엄마가-
아이들이 커서 엄마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며 다정(39) 씨는 편지를 썼지만, 차마 아이들에게 건네지는 못했습니다.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접혀 있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꺼내던 다정 씨 얼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집은 아이들과 함께 살기엔 위험한 환경이었습니다. 도시가스는 사용료를 내지 못해 끊어질 위기였고, 집주인은 밀린 방값을 내지 않으면 방을 비워 달라고 합니다.
계단은 매우 가파르고 어두워 낙상 위험이 컸고, 한때 물난리로 벽지까지 곰팡이가 가득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서준이는 어릴 때부터 곰팡이균에 노출돼 병원의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3층 단칸방에서 아이들은 옥상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다정 씨 가족에게 여러분의 격려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부산 사하구청 복지정책과 이아랑(051-220-5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