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를 하고 있다.
펀치로 뚫은 구멍 네 개를 세로로 나열하였고 마지막 구멍의 오른 쪽으로 하나를 더 배치하여
L자 형으로 나열하여 디자인을 했다. 디자이너는 알고 의도적으로 했을까 꿈보다 해몽인 것일까.
얼른 책을 열었다.
‘분명 4부로 나누었을 거야. 그런데 하나의 꼭지는 무엇이지?’
그것이 궁굼하여 뒷장으로 간다. 찾았다. 하나의 구멍은 해설 꼭지였다.
젊어서 북 디자이너를 한 나는 표지가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첫 번 째 작업이라는 것을 안다.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은 무엇인가 어설프긴 한데 표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디자인에 참고 해야 할
요소들을 배열하면서 미적 감각을 살리지는 못했다. 마치 사람이 꿈의 요소를 분리하여 해석하듯
각 요소들이 분리되어 말을 걸면서 상상하고 놀기에 좋다.
표지는 책의 얼굴이라 첫 인상이 좋을수록 좋다. 관심이 촉발되는 첫 걸음이다. 이미지로 내용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게 구성이 되면 금상첨화다. 첫 인상이
힘이다.
속지는 하늘색이고 겉지는 땅색이다. 시집은 현실을 뚫고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건진 단어들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뚫은 구멍과 평론가가 뚫은 구멍을 합해 구멍이 다섯 개다.
디자인을 통해 나는 이미 이 책의 성격을 감지하였다. '영성시를 썼겠구나. 땅의 세계에서 하늘을
엿본 글을 만나고 싶어졌다.
따뜻하고/부드럽고/촉촉하고/아련하고/몽롱하여/눈이 감기고/몸이 뜨고/집중하여/달콤하고/스미고/배어들어/가벼이 떠오르다/너울거리며 가라앉는다.
‘키스’란 시의 전문이다.
조금 의아해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가 성모발현지인 루르드에서 침수를 경험하고 쓴 시를 찾았다.
.....가난한 기도도 하늘 적시고, 땅에 마음대며 자비를 구하네.........태초의 양수에 잠기네....
서늘하고 따뜻하여 부드럽고 깊은 찰나의 씻김으로 정화의 절정에 드네.
나는 그 곳에서 순례 일정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다가 기겁을 했다. 내 눈에
다이아몬드를 갈아부어 놓은 듯 눈이 반짝였다. 나는 그만 소리를 지르며 같은 방 형님을 깨웠다.
내 눈 좀 보라고, 왜 그러냐고 묻는 순간 그 사실을 덮기로 했다. 조용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기도를 시작했다. ㅈ 시인의 키스같은 느낌이 온 몸을 감쌌다. 육감적인 언어를 빌려 영적 키스를
적은 게 아닐까 싶다. 나도 그 날 구멍을 통해 하늘을 보았다. 드디어 시인이 유인하는대로 구멍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공감하면서 상상 속에서 표지의 구멍수가 늘어나다가 보면 표지가 나달
거리거리며 벗겨지는 날이 올 것이다. 하늘과 마주 하는 날이겠거니 생각하니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