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이번 달 성과급은 마이너스 56만원입니다."우리가 만약에 회사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거나 마이너스 성과급이 찍힌 급여명세서를 받는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인데, 성과급이 마이너스라니 이상한 일이다.', '성과가 없다면 성과급은 0원인게 정상 아닌가.' 이런 정도의 생각이 가능할 것 같다.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AS기사들은 실제 마이너스 성과급이 찍힌 급여명세서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AS 기사인 유 모 씨는 지난 9월 마이너스 56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신 모 씨는 마이너스 4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 모 씨는 마이너스 8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과급을 받은 게 아니라 급여명세서에 마이너스 성과급이 찍혀서 나오는 것이다. 가짜 급여명세서 구색 맞추려다 보니 성과급이 마이너스이해할 수 없는 마이너스 성과급의 비밀을 푸는 열쇠말은 삼성전자 AS 기사들의 임금체계인 '건당 수수료'에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AS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AS 수리 업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도 AS 수리 업무를 직접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을 맺은 전국의 117개 협력업체 소속 6000여 명의 AS 기사들이 제품 수리 업무를 담당한다. 정리하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본사)-124개 서비스센터(지점)-117개 협력업체-6000명 서비스 기사로 이어지는 도급 구조다. AS 기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일이 많은 여름철 성수기에는 밤 10~11시까지 일한다고 한다. AS 기사들은 시간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AS 한 건 당 정해진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임금과 근무시간은 관계가 없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장시간 대기를 했다고 해도 AS 수리를 완료한 건수가 적으면 적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즉, 한달 간 처리한 AS 건수가 많으면 월급여가 많아지고, AS 건수가 적으면 월급여가 적어지는 구조다. 일종의 성과급제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성과급도 AS 기사의 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 문제와 연관이 높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AS 요청이 많은 7~8월 성수기에는 200~300만원 가량 벌고, AS 요청이 적은 비수기에는 100~150만원 가량을 번다. 문제는 비수기에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을 위반하거나 최저임금 위반에 가깝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유 씨의 임금명세서를 살펴보자. 그는 지난달 52건의 AS를 처리했다. 건당 수수료는 19,259원이다. 52건에 건당수수료를 곱한 그의 월급여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지원급여 명목으로 20만원을 얹어줬다. 급여명세서의 지급 항목을 보면 더 황당하다. 기본급여, 성과급여, 인센티브 등으로 구분돼 있는데, 기본급여의 성과급 항목에 마이너스 56만원이 찍혀 있다. AS 기사들의 노조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우리들의 임금체계는 실제로는 건당 수수료 체계인데, 이게 최저임금법 위반, (장시간 노동으로) 근로기준법 노동시간 위반 등의 법률적 문제가 있다 보니까 급여명세서를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급여명세서는 가짜라는 얘기다. 실제 급여명세서에는 차량지원비, 식대, PDA 지원 명목으로 36만원이 책정돼있으나, AS 기사들은 한결같이 자비로 차량을 유지하고 통신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AS 기사로 일하고 있는 유모씨가 9월에 받은 급여명세서. 왼쪽 지급란의 기본급여에서 성과급 항목을 보면 -56만원이라고 찍혀 있다.ⓒ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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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의 경우 9월 건당 수수료 총액이 100만원 가량이고, 회사 지원급여 20만원을 더한 약 120만원이 그가 회사로 부터 지급받을 급여 총액이다. 그런데 급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각종 수당과 차량지원비 등을 더하면 170만원 가량이 된다. 이 금액을 120만원으로 맞추려다 보니 결국 급여명세서에 마이너스 56만원이라는 성과급이 찍히게 된 것이다. 해우 법률사무소의 권영국 변호사는 "성과급은 마이너스 개념은 없다. 일정 건수 이상을 하면 추가적으로 격려금을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여에서 실비인 유류비, 통신비, 식대 등을 빼면 최저임금 위반에 가깝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건당 수수료는 도급제 방식의 보수체계인데 열 시간을 일하던 한 시간을 일하던 시간과 관계없이 일 자체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8시간을 대기해도 한 건도 못하면 급여는 0원이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6일 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 이 관계자는 "그런 걸 인지한 바 없고 알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시근로감독까지한 걸 감안하면 이 관계자의 답변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근로자의 근로실태를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건데, 이런 실태를 모른다는 것은 근로감독을 형식적으로 했다는 말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해할 수 없는 마이너스 성과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유 씨가 소속된 협력업체에 연락을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