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천상과 지옥은 과가 중하여 몸을 벗자마자 바로 생하니, 화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축생이 태란습화로 태어남은,
지금도 태생과 난생은 보아 알수 있지만, 습생은 어떤 방식의 탄생인지 잘 모르겠고, 화생은 더욱 이해가 안갑니다. 아귀와 아수라가 태생과 화생이라 함은 짐작하여 알겠으나, 인간이 태란습화로 난다는 것은, 작금에 보지 못하는 란습화는 역시 축생의 습화생과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습니다.
답변입니다.
질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습생은 무엇인가?
2. 화생은 무엇인가?
3. 인간이나 축생에게 습생이나 화생이 있을 수 있는가?
본 게시판에서 아래의 문답에 올렸던 아래와 같은 '삼계표'를 보고서 올리신 질문입니다.
이 표의 우측의 '탄생방식(四生)'에서 보듯이 천신으로 태어날 때는 모두 '화생'하며, 인간이나 축생으로 태어날 때는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방식이 모두 있으며, 아수라와 아귀는 '태생과 화생'하고, 지옥에 태어날 때는 모두 '화생'한다고 합니다.
위의 표는 세친 스님이 저술한 <아비달마구사론>에 근거한 것으로, 이와 관련된 경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말 번역문 출처: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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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계ㆍ5취] 중에는 4생의 유정이 있으니
이를테면 난생(卵生)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과 방생(축생)은 네 가지를 갖추고 있으며
지옥과 아울러 온갖 천(天)과
중유는 오로지 화생(化生)이며
아귀는 태생(胎生)과 화생 두 가지와 통한다.
於中有四生 有情謂卵等
人傍生具四 地獄及諸天
中有唯化生 鬼通胎化二
논하여 말하겠다. 유정의 유형에는 난생(卵生)ㆍ태생(胎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이 있는데, 이것을 일컬어 4생(生)이라고 한다. 여기서 ‘생’이란 말하자면 생류의 뜻으로, 온갖 유정 중에는 비록 잡다한 종류로 뒤섞여 있을지라도 생류로서는 동등하기 때문이다.
論曰。謂有情類卵生胎生濕生化生。是名為四。生謂生類。諸有情中雖餘類雜而生類等。
무엇을 일컬어 난생이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알껍질[卵殼]로부터 생겨나는 유정류를 난생이라 이름하니, 예컨대 거위나 공작ㆍ앵무새ㆍ기러기 등과 같은 것이다.
云何卵生。謂有情類生從卵㲉是名卵生。如鵝孔雀鸚鵡鴈等。
무엇을 일컬어 태생이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탯집[胎藏]으로부터 생겨나는 유정류를 태생이라 이름하니, 예컨대 코끼리나 말ㆍ소ㆍ돼지ㆍ양ㆍ나귀 등과 같은 것이다
云何胎生。謂有情類生從胎藏是名胎生。如象馬牛猪羊驢等。
무엇을 일컬어 습생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습기(濕氣)로부터 생겨나는 유정류를 습생이라 이름하니, 예컨대 벌레나 누에나비ㆍ모기ㆍ노래기ㆍ지네 등과 같은 것이다.
云何濕生。謂有情類生從濕氣是名濕生。如虫飛蛾蚊蚰蜒等。
무엇을 일컬어 화생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곳(즉 앞에서 언급한 알ㆍ태ㆍ습기 등)에도 의탁한 바없이 생겨나는 유정류를 화생이라 이름하니, 예컨대 나락가나 천(天), 중유 등과 같은 것이다. 즉 감관을 모두 갖추어 결함이 없으면서 수족이나 마디마디[支分]가 단박에 생겨나니, 없는 듯하다가 홀연히 있기 때문에 화생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云何化生。謂有情類生無所託是名化生。如那落迦天中有等。具根無缺支分頓生。無而欻有故名為化。
[온갖 취(趣)에는 각기 몇 가지의 생이 있는 것인가?]
인간과 방생의 취에는 각기 네 가지 종류를 모두 갖추고 있다. 즉 인간이면서 난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고니의 알에서 생겨난 세라(世羅)와 오파세라(鄔波世羅)와, 녹모(鹿母)의 소생인 서른두 명의 아들과, 반차라왕(般遮羅王)의 오백 명의 아들 따위와 같은 자이다. 인간이면서 태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바로 지금 세상의 인간과 같은 자이다. 인간이면서 습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만타라(慢馱羅), 차로(遮盧), 오파차로(鄔波遮盧), 합만(鴿鬘), 암라위(菴羅衛) 등과 같은 자이다. 그리고 인간이면서 화생인 경우는 오로지 겁초(劫初:즉 태초)의 인간뿐이다.
人傍生趣各具四種。人卵生者。謂如世羅鄔波世羅生從鶴卵。鹿母所生三十二子。般遮羅王五百子等。人胎生者。如今世人。人濕生者。如曼馱多遮盧鄔波遮盧。鴿鬘菴羅衛等。人化生者。唯劫初人。
방생의 세 가지 종류(즉 난ㆍ태ㆍ습의 3생)는 모두 현재 관찰되고 있는 바이며, 방생이면서 화생인 것은 용(龍)이나 게로다(揭路茶) 등과 같은 것이다
傍生三種共所現見。化生如龍揭路荼等。
그리고 일체의 지옥과 온갖 천과 중유는 모두 오로지 화생일 뿐이다. 나아가 아귀취는 오로지 태생과 화생 두 종류와 통할 뿐이다. 즉 아귀이면서 태생인 자는 아귀모(餓鬼母)와 같은 이인데, 목련(目連)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던 것이다.
一切地獄諸天中有皆唯化生。鬼趣唯通胎化二種。鬼胎生者。如餓鬼女白目連云。
나는 밤마다 새끼를 다섯 낳아
낳는 대로 모두를 먹어 치우며,
낮에도 다섯을 낳아 역시 그러하여
비록 모두를 먹었으되 배부른 일이 없도다.
我夜生五子
隨生皆自食
晝生五亦然
雖盡而無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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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이 경문에 의거한 것으로,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인간이나 축생 중에는 태생 이외에 난생, 습생, 화생도 있다고 합니다. 질문의 핵심을 다시 열거하면서 답변을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의 경문 가운데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정리합니다)
1. 습생은 무엇인가? - 벌레나 누에나비ㆍ모기ㆍ노래기ㆍ지네와 같은 곤충들
2. 화생은 무엇인가? - 감관을 모두 갖추어 결함이 없으면서 수족이나 마디마디[支分]가 단박에 생겨나니, 없는 듯하다가 홀연히 있기 때문에 화생. 즉,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출현하는 생명체
3. 인간이나 축생에게 습생이나 화생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 - 습생: 만타라(慢馱羅), 차로(遮盧), 오파차로(鄔波遮盧), 합만(鴿鬘), 암라위(菴羅衛) 등과 같은 자 / 화생: 겁초(劫初:즉 태초)의 인간
축생 - 화생: 용(龍)이나 게로다(揭路茶) / 습생: 현재에도 관찰된다.
이런 사생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이 <금강경>의 경문이나 <예불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금강경> 제3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에서 아래와 같은 경문을 볼 수 있습니다.
佛告須菩提 諸菩薩摩訶薩 應如是降伏其心 불고수보리 제보살마하살 응여시항복기심
所有一切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若化生 若有色 若無色 소유일체중생지류 약란생 약태생 약습생 약화생 약유색 약무색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 我皆令入無餘涅槃 而滅度之 약유상 약무상 약비유상비무상 아개영입무여열반 이멸도지
如是 滅度無量無數無邊衆生 實無衆生 得滅度者 여시 멸도무량무수무변중생 실무중생 득멸도자
何以故 須菩提 若菩薩 有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 卽非菩薩 하이고 수보리 약보살 유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즉비보살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과 마하살은 응당 이렇게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이른바 모든 중생, 예컨대 알로 생겨나는 생명, 태로 생겨나는 생명, 습기 있는 데서 태어나는 생명, 변화해서 나오는 생명, 혹은 모양이 있는 생명, 모양이 없는 생명,
또는 생각이 있는 생명, 생각이 없는 생명, 생각이 있지도 않은 생명,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생명 모두를 나는 '무여의열반'에 들게 하겠다.
하지만 나는 이와 같이 한없는 중생을 구제하기는 해도 실은 어느 한 중생도 구한 게 없다.
왜 그럴까? 수보리여! 만일 보살에게 '나'라는 생각, '사람'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수자'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고 한다면 그는 보살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예불문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 '삼계도사 사생자부'이시라고 묘사하는데, 이때의 '사생자부(四生慈父)'는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네 가지 방식으로 태어나는 생명체 모두의 자비로운 아버지"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이든, 천신이든, 아귀든, 짐승이든, 지옥중생이든 삼계 속의 모든 생명체(중생)은 윤회하면서 이런 네 가지 방식 가운데 어느 하나의 방식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가르침이 현재 우리의 상식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느 특정 시대의 안목으로 불전의 가르침의 진위를 재단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인간'이나 '축생'이 태생으로 태어나는 것이기에 '난생이나 습생, 화생'은 잘못된 가르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대의 인공수정 기술은 '습생'과 '태생'이 결합된 탄생방식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공수정한 수정란을 시험용기 속에서 분열, 성장시키는 것은 습생이고, 이를 다시 자궁 벽에 안착시켜서 임신상태가 되게 하는 것은 태생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습생'의 방식이 인간의 탄생 방식 중 하나가 되었듯이, 앞으로 화생의 방식으로 인간을 출현시키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겁니다. (SF영화에서의 '순간이동(Instant Transmission)' 같은 것이 화생일 겁니다.)
태난습화 사생을 얘기하는 것은 과학적 지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방식으로 태어난 생명체라고 하더라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윤회의 현장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이 가르침의 취지만 수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고마우신 말씀,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