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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국 작가. ⓒ강남국
강남국은 1957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작은 시골 마을에서 7남매의 다섯 번째이고, 아들로는 셋째로 태어났다.
7~8세 무렵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2세 때 고열로 보름 정도 앓고 난 후 일어서질 못했는데 운동신경을 마비시키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때문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걷는데 자기만 걷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부터 일찍 철이 들어 지독한 생앓이가 시작됐다. 그것은 인생의 가장 혹독한 진통이며 아픔이었다.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살던 가난한 섬마을에서 누군가가 업어 주지 않으면 밖에 나갈 수 없었던 탓에 그는 남들 다 가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동네 또래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스스로 터득한 한글을 기초로 영어 및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로운 신세계의 입구로 들어가는 문이었지만, 사춘기의 시작과 함께 생앓이의 진통이 더해갔다.
얼마나 심하게 앓았던지 20대 후반까지 체중은 거의 30킬로그램 중반이었다. 두 손과 무릎으로 기어다녀야 하는 처지라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대낮에 뒷간에 가는 일이었다. 옛날 시골엔 대부분이 그렇지만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기어간다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종종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게 했는데 그는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강남국은 자기 자신을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바뀌자 삶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강남국 작가. ⓒ강남국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들일을 나가며 저녁밥에 넣을 풋콩을 까놓으라시며 한 바구니를 마루에 놓고 가셨다. 그 날 풋콩을 까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콩을 까다가 찬란한 빛처럼 찾아온 ‘응?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다 있네!'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세게 쳤다.
그날부터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을 사랑하기로 하였다. 잘 살기로 결심하고 영어 공부에 매진하였다. 혼자 배운 영어로 스무 살 무렵 충남 대천에서 과외를 시작한 것은 강남국 삶의 구원이었다.
돈을 벌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살 수 있 고, 무엇보다 휠체어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는 24세 때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그런데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외가 금지되어 돈을 벌 수 없게 된 강남국은 31세가 되던 해 서울로 상경하여 봉제공장에서 보조원으로 일을 했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공장은 지하 1층인데 화장실은 2층에 있어서 고통스러워하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정립회관 내 정립전자를 소개해 주어 그곳에 입사를 하였는데 그곳은 천국이었다.
강남국은 잘 살기 위해 또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의료재활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34세에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2년 동안 세 차례 수술을 받고 한쪽 보조기에 양쪽 목발을 짚고 힘들지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던 그가 당당히 서서 발걸음을 옮길 때의 그 감격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공부였기에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제도권 교육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고 졸업 후 바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무려 16년 동안 대학생으로 살았다.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사회에 봉사하기
강남국 작가. ⓒ강남국
강남국은 자신의 장애를 고스란히 떠안고 사셨던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걷지 못하는 아들로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지를 알기에 효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사고 자가 운전을 하게 된 후 거의 일 년에 한 번은 어머니를 모시고 안면도 외가를 다녔고 그 어떤 경우에도 어머니의 용돈이 떨어지게 하지 않았다.
어머니 생신 때보다 자기 생일 때 어머니께 더 많은 용돈을 드린 것도 참 잘한 일로 생각한다. 어머니는 연세가 높아지자 같은 얘기를 반복하셨는데 그때마다 그는 처음 듣는 것처럼 어머니 얘길 들으려 노력했다. 판소리의 고수처럼 한껏 응원하며 어머니 얘길 들었던 것도 참 잘했구나 싶다고 생각한다.
첫 수술을 하기 전에 서원 기도를 했다. 만약 수술이 성공하여 걷게 된다면 100명에게 무료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그 약속은 지금껏 30년째 이어 오고 있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100명은 훨씬 넘는다. 그 덕에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상’과 ‘서울특별시 봉사상’ 본상을 수상했다.
동행한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2014년 청와대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15년 아산상 자원봉사 부문을 수상했지만 그 때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였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저 하늘에서 기뻐하실 생각만으로도 그는 행복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방화동 종합사회복지관의 생활영어교실 영어교사로 봉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영어교실 수강생들과 함께한 해외 워크숍 사업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개국 여행 프로그램에서 그가 통역사로 동행했다는 사실이다.
혼자서 독학으로 배운 실력이었지만 그의 통역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었다는 사실이다. 어학연수는 말할 것도 없이 그 흔한 영어 교육 카세트 테이프 하나 없이 혼자서 공부한 실력으로 해외에 나가 통역을 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대견스러웠다.
작가의 꿈을 이루다
강남국 작가 의 에세이 '나눔 속에 핀 꽃' 출판기념회. ⓒ강남국
평생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으나 배운 것이 없어 요원했다.
한글을 뗀 후 형과 누나가 읽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정말 닥치는 대로 읽었다. 위인전을 재미있게 읽었고 이웃에서 에세이집을 빌려다 봤으며 이후 60권짜리 한국문학전집과 50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은 그의 문학의 텃밭을 옥토로 만들어 줬다. 이광수의 「흙」과 심훈의 「상록수」를 읽을 때 그 흥분됐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책을 읽는 맛은 강남국 삶의 깊은 뿌리가 됐다. 수많은 작가와 시인은 물론 그들의 작품을 읽어 나가면서 그의 삶은 춤추기 시작했다. 충남 대천에 살 때 영어 과외 수강생으로부터 선물받은 에세이집 방귀희의 「그래도 이 손으로」를 읽고 그녀는 강남국 인생의 멘토가 됐다.
열심히 쓰고 열심히 공부하며 그것을 베푸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다섯 권을 세상에 내 놓는 것이 목표였는데 올해 여덟 권째 책이 출간 예정이고 보면 목표는 이룬 셈이다.
그리고 2005년 '활짝웃는독서회'를 창립하여 지역사회 장애인들과 독서를 통해 습작을 지도하면서 회보를 통해 회원들이 작품을 꾸준히 발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2년에는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미루고 있지만 학위를 취득하는 꿈은 변함이 없다.
좋은 글은 좋은 삶을 통해서만 쓸 수 있다는 철학으로 한 달에 10여 권의 책을 평생 읽어 왔고 삶은 신선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오늘도 분투 중이다.
남기고 싶은 말
강남국 작가의 한화 이글스 시구. ⓒ강남국
아버지는 1981년 남의 집 논일을 해 주고 오셔서 일찍 잠이 드셨는데 아침에 깨어나지 못하셨다. 어머니는 2010년 여든아홉에 눈을 감으셨고, 작년에 바로 아랫 남동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을 보내면서 강 작가는 이런 다짐을 글로 남겼다.
생을 사랑합니다. 내가 나를 보석으로 만들지 않으면 세상의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지요.
가난의 한(恨)이 꿈을 이루는데 여전한 장벽이지만 꿈을 꿉니다.
더 좋은 글과 학위를 취득하는 것.
실현은 불투명하지만, 소망이 있어 행복하기도 하네요.
계속 쓰며 공부하다 죽으렵니다.
올해부터 피아노와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프랑스어 공부를 독학으로 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그 행복 또한 큽니다.
남국이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죽기 사흘 전까지.
강남국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2022)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국어국문학과 졸업(2005) 2021 계간 『국제문예』 가을호로 등단(시 부문) 2020 제15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학상 수상(문체부 장관상) 2018 계간 『문학에스프리』 겨울호로 등단(수필 부문) 저서 2024 수필집 「삶의 시 시의 삶」, 「삶을 나르는 시 2」 2023 수필집 「청죽, 삶과 문학의 여행길」 2022 시집 「세상의 말 다 지우니」 2021 수필집 「책 아저씨, 강남국 2」 2020 수필집 「책 아저씨, 강남국」 2019 수필집 「삶을 나르는 시」 2018 수필집 「아버지의 손과 지게」 2017 수필집 「나눔 속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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