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언자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언자입니다.
아모스도, 에페소의 신자들도, 열두 제자들도, 예수님도, 우리도 모두 예언자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품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예언자입니다.
예언자는 자신이 듣고 믿어 알게 된 구원의 기쁜 소식,
곧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들이기에 예언직은 ‘미리’라는 뜻이 들어간 ‘예언(豫言)’이 아니라,
맡길 예(預)가 들어간 예언(預言)의 직무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칭하는 예금(預金)의 그 ‘예(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누군가가 나에게 들려주어 내 안에 있고,
내게 맡겨진 그 말씀은 다시 내가 그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말씀이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맡아 다른 이에게 전해야 할 사명은 오직 하느님의 부르심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기에 예언직은 선물인 동시에 우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의 직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요?
“신앙이란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내어 주시며
동시에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는 인간에게 풍요한 빛을 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6항)
불멸의 영혼을 받은 모든 인간들은 어머니 태중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영원을 향하도록 불림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이 간명하고도 확실한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리를 일깨워 주며,
또한 우리의 응답이란 우리의 삶이 예수님을 향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가르쳐주고 보여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고 예언자들의 소명입니다.
이 사명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증거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영원한 삶으로의 초대를 세상에 선포하고,
삶을 통하여 그 메시지가 진리임을 증거하는 사람들이 되는 일, 이것이 예언직의 수행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으로 자신이 먼저 변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믿지 못하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믿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지금의 현실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줄 알고 이웃과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있어야 독선과 위선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바르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동행하시는 길에 선 이들에게는 빵이 없어도, 여행 보따리가 없어도,
전대(纏帶)에 돈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살아 계신 말씀, 그 자체의 힘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내게 맡겨진 보물을 보물로 대하는 것.
그 보물을 다시 다른 이에게 보물이 되게 하는 것이 예언 직의 수행입니다.
그 길에 주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아멘.
김영재 그레고리오 신부 인천대건고등학교 교장
연중 제 15주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