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한 5,5-13; 루카 5,12-16
+ 찬미 예수님
오늘 날씨가 무척 추운데요, 외출하실 때 따뜻이 입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어제 박정훈 대령님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박정훈 대령님은 2023년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되셨었는데요, 무죄 선고 직후 어머니를 꼭 안아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고 하시며 “아들을 속으로 존경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박정훈 대령님은 천주교 신자로서, 세례명은 스테파노입니다. 작년 8월 ‘이야기가 있는 월례미사’에 초대된 스테파노 형제님은 “신앙의 힘으로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고 하시며 “하느님의 시간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느님 시선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테파노 형제님은 채일병의 무덤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할 것이라면서도,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것”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부당한 공권력의 명령에 따르지 말고 양심의 명령에 따르라는 것이 가톨릭교리입니다. (“만일 지도자들이 …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규정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공권력은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닌 압제로 변질된다.” (가톨릭교회교리서 1903항))
오늘 제1독서에서 요한 1서는 예수님께서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셨다”라고 말합니다. 당시 이단들은 예수님의 세례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세례를 상징하는 ‘물’만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요한 1서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는 요한복음의 말씀을 상기하며 “물과 피로써 오셨다.”라고 말합니다.
이로써 예수님의 세례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 그리고 성체성사를 강조하는데요,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이 성령이시고 성령은 곧 진리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 셋입니다. 성령과 물과 피인데, 이 셋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인데요, 우선 “이 셋은 하나로 모아집니다.”라는 번역 대신에, “이 셋은 일치합니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을 직역하면 “이 셋은 하나 안에 있습니다.”(οἱ τρεῖς εἰς τὸ ἕν εἰσιν)입니다.
이 말씀에 대해 후대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하늘에는 증언자가 셋 있습니다. 곧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입니다. 이 셋은 하나입니다. 이 세상에도 증언자가 셋 있습니다. 영과 물과 피입니다. 이 셋은 일치합니다.”
즉 하늘의 증언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시라는 의미이고, 지상의 증언자는 아버지에 상응하는 영, 아들에 상응하는 물, 그리고 성령에 상응하는 피라는 것입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진리를 증언하는 분은 성령이시지만, 성령께서는 삼위일체이시므로 성부, 성자, 성령 모두 진리의 증언자이시고, 지상에서 아버지의 영(영)과 세례성사(물)와 성체성사(피) 모두 우리는 구원으로 이끄는 진리의 증언자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에 걸린 사람을 고쳐주십니다. 성경에 나오는 나병은 한센병뿐만 아니라 당시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피부병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엘리사 예언자처럼 나병 환자를 고쳐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참된 예언자이심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치유해 주심으로써 그는 율법적으로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깨끗하게 하는 것은 사제의 역할이었기에, 예수님께서 참된 사제이심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유향과 몰약과 황금을 드림으로써,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시고 왕이시라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에 더하여 예수님께서 예언자요 사제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오늘날, 그것이 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악의 편에 서고 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리를 실천하고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악의 편에 서 있으면서 하느님더러 내 편을 들어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 편에 서야겠습니다. 하느님은 진리의 편에 서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진리이시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7kHbwC6595E?si=FqrehNka6zT1o5sN
제임스 티소, 나병 환자들을 고치시는 예수님, 1886-1894년
출처: Brooklyn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