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오리진”을 읽고...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와 “다빈치 코드”를 읽었고 “오리진”이 세 번째다. 그의 세 소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릴러물로서 종교와 과학을 주제로 삼는 것과 주인공 이름이 모두 로버트 랭던 교수인 것, 그리고 명화(名畵), 명곡(名曲), 건축(建築) 등 문화에 대한 높은 교양을 사건에 활용한다는 것, 그래서 사실과 픽션을 혼동케 하여 몰입을 좋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분명 탁월한 작가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왜? 댄 브라운의 소설에는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의 냄새가 난다. 사랑과 스릴과 흥미를 적절히 교합한 스토리가 매끄러운 것과 읽힘이 좋게 하는 것. 뭔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시드니 셀던을 생각나게 했다. 글속엔 작가만의 고유의 향이 있다. 필력이 절묘한 게 닮았나? 나만 그런가?
소설은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종교적 철학적 물음으로 시작한다. 소설 중간에 집어넣은 사랑과 음모는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큰 주제와 과학이 주는 미래의 비전에 비하면 진짜 사소할 정도다. 우리 미래에 대해 경고를 한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의 결론처럼, 미래에 살아남는 인간이 과연 지금의 우리 인간인가? 아닐 것이라는 경고처럼 소설의 결론도 비슷한 경고를 한다.(하라리는 합성인간, 인조인간, 융합인간 등 새로운 형태의 인간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지금도 찜찜하게 기억난다.
주요인물인 커시의 발견에 세계가 흥분한다. 다윈과 외계인, 창조론과 진화론 그리고 생소한 과학이론까지 무척 다양한 이론들을 나열하며 사건을 정점으로 끌고 간다. 당연히 소설의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교수가 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반전에 반전이 있지만...
사실 나는 소설의 내용보다 소설의 무대장치 같은 건축물과 예술 작품을 얘기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소설 속 작품이 궁금하여 읽으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 꼭 찾아보고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 전체적인 형태가 기이했다. 뭐야? 이런 느낌이었다.
*카사밀라 ----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 되었다는데 딱 개미집 같다. 옥상은 놀이동산 같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 1882년 착공하여 지금도 건축 중인 성가족 대성당으로 유명한 성당. 가우디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팔 마리아 성당 ---- 캄보디아 힌두교 사원과 닮았다.
*전몰자의 계곡 ---- 사진으로만 봐도 웅장하다. 거대한 십자가와 피에타상이 인상적이었다.
*차이구어치앙의 정면충돌 ---- 끔찍한 느낌?
*구겐하임 미술관 입구의 마망 ---- 겁나게 큰 거미일 뿐?
*리차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 ---- 도로위에 떨어진 둥근 철판들 같군....
예술에 대한 나의 무지가 이 정도였는가. 자각하게 했다. 꼭 찾아서 보고 소설을 읽으면 훨씬 생동감 있고 몰입도가 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