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등반 스타일’과 ‘등반 윤리’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 이인재 천안시 오룡동
- ▲ 1 캠을 이용한 크랙 클린클라이밍. 2 확보물이 설치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하드프리 등반.
- 대부분의 산악인은 ‘스타일’과 ‘윤리’라는 말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타일이란 개인적인 특성과 방식을 의미하며, 윤리란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데 적용되는 규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로프를 내려 톱로프로 어떤 루트를 처음 오르고 나서 그 루트를 초등했다고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 부당한 것이냐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스타일의 문제입니다. 이렇듯이 등반 스타일은 개인(자신)의 문제에 국한하는 데 비해, 등반 윤리는 타인과 자연환경이라는 주제와 관련되는 문제입니다.
즉, 자기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등반에 지장을 주거나 모험적인 요소를 감소시킨다면 그것은 등반 윤리와 관계되는 일입니다. 위에서 하강하면서 볼트를 박는 것은 선등하면서 볼트를 설치하는 것보다 덜 윤리적일 수 있습니다. 올라가면서 설치한 볼트라면 불편한 자리에 볼트가 설치되었다고 주장하겠지만, 등반의 모험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등반에서 정당한 방법이란 인공적인 용구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볼트의 설치는 흔한 일이긴 하지만 무차별하게 볼트를 설치하는 일은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확보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한 회수가 가능한 장비만 사용하는 클린 클라이밍을 고수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의 루트에 볼트를 더하는 행위는 어떤 구실을 붙여도 정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루트를 안전하게 등반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윤리의 주제는 바위 면을 인공적인 기구로 깎아서 홀드를 만드는 닥터링(doctering)을 하거나 음식 찌꺼기 등 오물을 남겨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해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산악인이라면 암벽의 보존은 최대의 과제이며 바위 본래의 상태를 존중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도 바위를 즐겁게 이용할 기회를 주는 것이 윤리의 주제입니다.
최근 과포화 상태에 이른 주말의 암장에서 등반의 차례를 놓고 시비가 일어나는 일을 종종 목격합니다. 등반할 때는 항상 타인을 배려해야 하며 상식을 넘어선 행동은 서로가 자제해야 합니다. 자신의 팀이 뒤에서 올라오는 팀보다 속도가 느릴 경우는 길을 양보하는 것이 등반예절입니다. 먼저 올랐다고 해서 선취특권을 주장하면서 느리게 오른다면 두 팀 모두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뒤에 오는 팀은 앞 팀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또한 예의입니다. 무작정 새치기를 하면서 오르는 것은 횡포입니다.
Q2
인공빙벽에서 톱로핑 방식의 등반만을 하다 보니 빙벽에서 선등의 기회가 없었습니다. 선등 시 확보물의 설치요령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 이동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 ▲ 스노바 설치는 허리 즈음에서 하는 게 효율적이다.
- 수직의 빙벽을 선등하면서 확보물을 설치하는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담도 많습니다. 빙벽에서 확보물의 설치는 보통 스크루를 많이 쓰지만 이런 인공 확보물 외에도 얼음의 자연적인 형태를 확보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튼튼한 얼음기둥(고드름), 나무 등에 러너를 둘러 확보물로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확보물은 아이스 스크루(Ice Screw)입니다. 요즘의 스크루들은 설치와 회수가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몇 번만 연습하면 쉽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단, 스크루 설치는 체력과 시간 소모가 크기 때문에 같은 길이의 암벽 피치에 비해 적은 수의 중간보물을 설치해 확보물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크루 설치는 행어(hanger)가 얼음표면에 닿을 때까지 깊숙이 돌려 넣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행어까지 박기에는 얼음의 두께가 얇다면 더 짧은 규격의 스크루를 써야 합니다. 여분의 스크루가 없을 경우 스크루 중간 허리에 슬링을 걸어 쓰기도 하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므로 이는 최후의 방편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추락의 충격이 클 경우 스크루가 충격방향 쪽으로 구부러지고 중간에 묶여 있던 슬링이 행어 쪽으로 밀리면서 날카로운 모서리에 절단될 수도 있습니다. 얼음 위로 노출된 스크루 길이가 5cm 이하면 그냥 행어에 퀵드로를 걸어 쓰면 되지만, 5cm 이상이면 그 지점은 불안합니다.
스크루는 빙질, 얼음의 두께, 기온, 설치 각도에 따라 강도와 안전성이 달라집니다. 보통은 얼음 면의 수직 방향에서 10~15도 정도 위로 올려서 설치합니다. 최근 스크루의 설치 각도에 대한 새로운 시험결과가 미국의 등산전문지 <클라이밍>에 발표된 바 있습니다.
단단하고 치밀한 얼음에서는 스크루의 축이 10~15도 위로 들리게(행어가 10~15도 정도 아래쪽으로 하향하도록) 설치하면 최고의 강도를 보인다는 시험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방법의 설치는 추락 하중이 실렸을 때 얼음이 깨질 가능성을 줄여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밀도가 높은 얼음의 경우에만 해당하며, 일반적인 얼음에서는 종전의 방법대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크루를 설치하기 좋은 장소는 아이스 툴을 박기 좋은 지점과 같습니다. 볼록한 곳보다는 움푹 들어간 지점이 좋고, 다른 팀이 등반 중 만들어놓은 피크 구멍도 좋은 설치장소입니다.
스크루를 설치할 때는 한 손 이용방식과 확보 줄 이용방식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손 이용방식을 흔히 자유등반방식이라고 말하지만, 빙벽에서 자유등반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입니다. 빙벽등반 자체가 아이스 툴이나 크램폰 같은 인공적인 도구를 써서 오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한 손 이용방식은 양쪽(양손)의 아이스 툴을 얼음에 깊이 박은 다음 체중을 싣고 팔을 펴면서 한 손으로 아이 툴에 매달려 다른 손으로 확보물을 설치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상체가 빙벽에서 떨어져야 안정된 자세로 스크루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확보 줄 이용방식은 아이스 툴을 얼음에 깊이 박은 다음 코드슬링에 연결된 피피(FIFFI)나, 길이조절이 자유로운 이지데이지(Easy Daisy)에 연결한 카라비너를 아이스툴의 스파이크 구멍에 걸고 매달려서 설치작업을 합니다. 이때 다른 한 손의 아이스툴은 얼음에 박아 놓고 스파이크 구멍에 퀵드로를 걸고 등반용 로프를 걸어 둡니다. 스크루 설치가 끝난 뒤에는 등반용 로프를 걸어놓은 아이스 툴에서 로프가 끼워진 퀵드로를 회수해 스크루에 옮겨 끼운 후 등반을 계속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설치 위치는 바로 자신의 엉덩이 높이입니다. 이 위치는 스크루를 얼음 속에 밀어 넣는 데 자신의 전 체중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팔을 가슴 아래로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일정량의 혈액이 팔로 공급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양발은 좋은 스탠스에 놓고 해야 하며, 마땅한 스탠스가 없을 때는 크램폰의 발톱으로 얼음을 파내서 딛기 좋은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크루의 설치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하며, 푸석한 얼음 표면이나 잔 고드름, 스크루 회전을 방해하는 얼음 등을 제거한 후 설치해야 합니다. 한 지점에 두 개의 스크루를 설치할 때는 두 지점 사이의 간격이 적어도 60cm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 지점에서 뻗어나간 파열선이 다른 지점까지 이어져 양 지점 모두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선등자가 장비를 안전벨트에 휴대할 때에는 잘 쓰는 손 쪽에 선등에 필요한 장비를 걸도록 해야 합니다. 스크루는 앞쪽에 걸고, 길이에 따라 짧은 것부터 긴 것 순으로 이빨이 뒤로 향하도록 걸어야 하며, 다음엔 퀵드로와 러너를 걸어야 쓰기에 편리합니다.
Q3
겨울 산에서 눈 표면의 변화에 따른 운행 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이상아 서울 중구 필동
- ▲ 급경사 설사면을 오르는 등산인들.
- 눈의 결정체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빙점 아래의 온도에서 응축될 때 형성되며, 신설의 경우 수분이 30%, 공기 함유량이 70% 차지하며 때로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데, 산에 내리는 눈은 평균 7~10%가 수분입니다. 이것이 눈에 대한 화학적인 정의이지만 눈은 표면의 변화에 따라 무빙(霧氷), 서리, 분설(粉雪), 싸락눈, 사스트루기, 눈처마, 선컵 등으로 표면 상태가 변화하기 때문에 겨울 산을 오를 때는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무빙은 안개가 얼어붙은 하얀색의 불투명한 서리입니다. 이 종류의 눈은 나무나 바위같이 바람에 노출된 물체에 형성되며 밀도가 높고 딱딱한 표면을 형성하며 부스러지기 쉽고 바위나 얼음 표면에 있을 때는 불량한 확보지점이 됩니다.
서리는 지면 높이에서 만들어지는 눈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고체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단단한 물체 위에 형성됩니다. 눈 표면에 내린 서리는 ‘표면서리’라 부르며 매우 미끄럽습니다.
분설은 솜털 같은 가벼운 신설을 말하며, 가랑눈 또는 세설(細雪)이라고 부르며, 접착력이 없고 공기가 대부분으로 푸석푸석하며, 건조한 표층 눈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눈 위에서 글리세이딩 등 하중을 가하면 눈사태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새로 내린 눈의 밀도는 기상조건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눈의 밀도가 더 무겁고 더 습합니다.
싸라기눈은 눈의 표면층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면서 형성되며 등산 중에 스텝 키킹을 하기에 좋은 상태지만 오후 늦게 녹은 다음에는 너무 두껍고 끈적끈적해서 운행하기가 어려우며, 눈 아래층의 녹은 물이 흐를 때는 습한 표층 눈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사스트루기(sastrugi)는 눈 표면이 바람에 씻기어 물결(파도) 같은 무늬나 울퉁불퉁한 모양이 만들어진 것을 말합니다. 무늬 모양이 각양각색이며 바람의 영향을 받는 완만한 사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스트루기는 겨울철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이며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스트루기는 겨울철 건조한 눈이 강한 바람에 의해 굳어지는 윈드 크러스트(wind crust)가 되어 표면이 단단해진 경우가 많으며 러셀 때문에 고생스러울 때 사스트루기 지대를 만나면 단단한 눈 위로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쾌적한 루트가 되기도 합니다.
한 번 쌓인 눈이 크러스트가 되면 눈사태 염려는 없으나 그 위에 신설이 쌓이면 눈사태의 위험이 따릅니다. 또한 바람에 휘날린 눈 입자가 바람이 약한 장소에 쌓여 있는 상태를 설판(雪板)이라고 하며, 이런 곳은 눈사태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사스트루기는 나무가 없는 높은 능선이나 평원 등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곳에 생깁니다.
우리나라 말로 눈처마라고 불리는 커니스(cornice)는 능선이나 벼랑 끝에 지붕 처마처럼 얼어붙어 튀어나온 설층으로, 절벽의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쌓여서 매달린 오버행입니다.
커니스 위를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너지는 커니스 덩어리는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며 눈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등반 중에 커니스를 만나면 피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
선컵(sun cup)은 눈 표면에 작게는 2~3cm, 크게는 60~70cm 정도로 패어 있는 구덩이로 그 크기가 다양합니다. 태양의 복사열에 의해 생기며, 대체로 날씨가 오랫동안 맑아 있으면 선컵은 깊고 넓게 패어 있기 때문에 보행할 때 불편합니다. 울퉁불퉁한 선컵의 표면을 걸어 올라가는 일은 등반자를 피로하게 합니다. 선컵은 ‘삭마(削磨)구멍’이라고도 합니다.
겨울 산을 오를 때는 눈 표면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등반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상식으로 배우는 등산 용어
- ▲ 1 닥터링을 이용한 드라이툴링 등반. 2 아이스바일 두 자루를 이용한 더블엑스테크닉 등반.
- 닥터링(doctoring)
홀드가 없는 암벽 면을 드릴로 깎아내어 홀드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어권에서는 닥터링이라는 말뿐만 아니라 ‘치핑(chipping)’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홀드를 치피드 홀드(Chipped Hold)라 한다.
이런 행위는 클라이밍 세계에서 사도(邪道)로 지적될 뿐만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는 등반행위이기 때문에 옳지 못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등반을 목적으로 초등 루트나 기존의 루트에 흠집을 내서 홀드를 만드는 일은 다른 사람의 모험성과 등반 가치를 방해하는 올바른 행동양식이 아니다. 등반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시 다른 사람의 등반성도 고려해야 한다. 프리로 오를 수 있는 루트에 볼트를 박아 루트의 등급을 떨어트리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더블엑스테크닉(Double Axe Technic)
두 개의 손 도구를 가지고 양팔로 행하는 빙벽등반기술로, 더블엑스테크닉(Double Ice Axe)은 두 개의 아이스엑스를 양손에 사용하여 몸을 당겨 오르는 기술이다.
더블엑스 기술은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빙폭에서 이본 취나드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그가 최초로 고안한 피크가 굽은 엑스와 해머는 이 기술의 진가를 높이는 데 한몫 했다.
이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빙벽등반의 한계를 한층 더 높였으며, 빙벽에서 오버행의 프리화까지 가능케 했다. 프랑스어로는 피켈로 끌어당긴다는 뜻으로 피올레 트락시옹(Piolet traction)이라 한다. 이 기술의 개발로 전 세계에 빙벽등반 붐을 불러일으켰으며, 빙벽등반은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더블엑스 기술은 크램폰의 프런트포인팅(Front pointing) 기술과 병용해 사용한다. 이 기술은 빙벽등반에 상반되기 마련인 스피드와 안정감을 함께 향상시켰다. 더블엑스와 프런트포인팅에 의한 등반의 장점은 항시 3지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과 빙벽에서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블엑스로 오르는 것을 일부에는 ‘빙벽에서의 프리클라이밍’이라고 칭하기도 하나, 두 개의 손도구와 크램폰이라는 인공적인 용구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빙벽을 프리로 오른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데브리(Debris)
바위조각, 토사, 나무 조각 등 잡다한 퇴적물이 쌓여 있는 지대를 말한다. 데브리는 프랑스어권에서 쓰는 용어이며, 영어로는 스크리(Scree), 독일어권에서는 슈트(Schutt)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데브리는 그 주변이 눈사태 지역임을 귀띔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지점은 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형이므로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
- 현재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인 필자는, 1960년대부터 동양산악회 회원으로 전문 등반에 입문, 일흔여덟의 고령에도 5.10급 수준의 등반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등산교실>,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등산상식사전>을 펴냈으며, 공저로 <등산표준교재>, <즐거운 암릉길>, <한국산악회 50년사>가 있습니다. 이용대 선생에게 산행과 관련해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 보세요. 친절히 답변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