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 이가을
결혼은 사랑의 시작입니다
결혼은 사랑의 꽃입니다.
결혼은 사랑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태중에 주은이를 갖고 썼던 낡은 일기장을 보니
첫 장은 건강한 출산을 원하는 간절한 기도문이더구나
그리고 자라면서는 내 아이가 약한 마음일 때
스스로를 잘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정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렇게 너는 88올림픽이 있던 1월에 선물처럼 엄마에게 왔지
나의 기쁨이며 자랑인 주은아
우리에게는 하나 뿐인 자식이기에 과한 관심과 사랑을 보냈던 엄마가
네 마음과 키가 자라는 것처럼 나도 자랐고
오늘 이 좋은 자리에 원용이와 나란히 선 너를 보니 서운함보다는
듬직한 사위가 생긴다는 사실에 또 다른 기쁨 이란다
문득 네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유치원 입학할 때는
어느새 유치원을 간다는 사실이 감동이었고
13살 초경을 할 때는 친가 외가의 어른들께 전화로 알리며
축하를 받던 일,
20세 성인이 되었을 때는 엄마아빠가 해주는 성인식에
순결서약까지 겸했던 일, 돌이켜 보면 극성스러운 엄마 같았지만
사실은 너의 성장과정이 내게는 온통 가슴 뜨거운 설렘 이었어
그리고 어른이 되면 아빠랑 결혼할거라고 말해 엄마를 긴장시켰던 주은아
결혼하지 말고 엄마와 살자던 내 바람이 어느 순간 무너졌는가하면
원용이를 처음 만나던 날, 우리들과 첫 만남이라 어려울 텐데도
너희 둘이 손 꼭 잡고 서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리고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모습에서 저 아이들은 정말
사랑 하는 구나 깨닫고 보니 원용이가 더 믿음직스럽게 보였단다
원용아 주은아 비익조라는 새가 있어
암 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속의 새야
사랑하는 남녀와 부부 사이 두터운 정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해
하나로 자라는 나무처럼 비익조 연리지라는 뜻의
비익연리로 살아가기를 바랄게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배우자를 통해서만 채우는 게 아닌
스스로 채워가며 상대를 사랑하는 것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단다
엄마가 31년 결혼생활을 해보니 연애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야 결혼 전엔 둘만 좋으면 되지만
결혼을 함으로서 양가의 가족이나 또 다른 것들로
마음 써야 할 일이 아주 많단다
결혼은 어른으로서의 책임이 따르는 일이야
그래서 모든 것들이 분명히 달라야 하지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독립을 하여
새로이 일가를 이루는 거란다
그렇지만 너희 둘, 살다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망설이지 말고 손 내밀어 기쁜 마음으로 도와줄게
그리고 의견충돌이나 다른 삶의 문화로 하여 다툼이 있을 때는
그 다툼까지도 잘 살기위한 자양분으로 삼길 바란다
너희 둘 지혜롭기에 잘할 것을 믿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주은이와 원용이
지금 설레서 더 떨리는 마음이겠지
그 초심 잊지 말고 알콩달콩 잘 살기를 바랄게
사돈어른과 사부인께 부탁드립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니 예쁘게 봐 주십시오
성격이나 취향 표현방법이 다름을 느끼게 될 겁니다
다른 건 틀 린 것이 아니니 다름을 인정해주시면
문제될 게 없을 겁니다
제 딸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부부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오늘까지 왔습니다
정신도 건강한 바른 아이라는 걸 겪어보시면 곧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바쁜 가운데도 결혼 축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오신 하객 분들과 친지들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원용아 주은아 결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한다!
2018년 10월27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