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숫자에 불과하였던 아이가!
전혀 뜻밖의 키란의 단문 카톡이 쏟아져 들어왔다.
갑자기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가슴에서 출렁거렸다.
키란은 눈에 띠지 않는 아이였다.
키도 보통이고 얼굴도 평범하고 눈도 크지 않고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노래나 춤 재주도 없고
거창한 소년의 꿈도 없는 있는 둣 마는 듯 한 아이였다.
그렇다고 소홀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애틋한 아픔이 없었다.
샨띠홈 아이들과 함께 첸나이 시내투어를 가기 전까지 키란은 그저 보살피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였다.
하루는 십여 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시티투어를 하러 나갔다. 스펜서프라자 분식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배고픈 아이들은 음식을 보자 앞을 다투어서 주문을 하였다. 나는 식사 주문을 겨우 마치고 지쳐서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았다. 그때 키란이 나를 잡아 끌어다 자기 테이블의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 가서 의자 하나를 얼른 가져오더니 내 곁에 앉았다. 그는 식반을 받으려고 일어서려는 나를 만류하며 자기들이 알아서 타다 먹을 것이니 편히 앉아서 쉬라고 하였다.
순간 지친 나를 배려하는 아이의 마음과 생각에 깜짝 놀랐다.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동행하는 직원들조차도 나의 피곤과 다리 통증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어린 키란만이 알아보고 나를 의자에 앉혀주는 배려를 하였다는 사실에 감동하였다. 그때 비로소 키란이 나의 눈 속에 들어왔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서 나는 인도에서 나왔고 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나는 그를 기도와 마음속에서만 만났다.
지난해 10월과 올 7월에 만난 그는 아이 티를 완전히 벗어난 묵묵한 청년이었다. 10학년 수능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불편한 과거 이야기는 피하였다. 나는 속으로 그가 10학년 공부를 끝내고 직업훈련원에서 훈련받고 있으려니 하였는데 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이듬해에 수능을 통과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취업준비를 잘하라고 격려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2개월 만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키란의 카톡이 오늘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아래는 오늘 그가 나에게 소나기처럼 쏟아 보낸 카톡을 정리한 것이다.
어머니!
저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저의 희망과 사랑하는 샨띠홈과 친구들을 위하여 그리고 어머니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어머니 우리들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로 세상에 버림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녀 삼아 주셨으니 저와 샨띠홈 친구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을 받은 거지요.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저는 매일 아침 시험 공부하러 학원에 갑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복습을 위해 도서실에 갑니다.
어머니!
지난 9월부터 철도직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원에 등록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가 주신 생일 선물과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멀리 한국에 계시지만 저에게 꿈과 용기를 주십니다.
한 학기 수강료는 60만원입니다.
어차피 한꺼번에 수강료를 다 낼 수가 없어서 어머니가 주신 돈으로 두 달 수강비 20만원 만 냈습니다.
10만원은 하이데라바드 기숙사비로 냈습니다.
그리고 12만원으로 꼭 필요한 책과 학용품과 전화비를 위해 아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부를 마치려면 40만원이 더 필요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주신 돈을 고수란히 다 취업공부에 쏟아 부었습니다.
여기에 수강료 영수증을 보냅니다.
영수증을 보시면 제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아실 겁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주신 돈을 일원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제가 한 학기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어머니!
지금 세상에 저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머니와 하나님만 저를 바라보십니다.
오늘도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힘을 냅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진시
키란이 보낸 카톡 글을
우담초라하니 정리하여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