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쥬신제국사34-가우리 고구려 세움 2>
☯ 고주무, 동부여 탈출 졸본부여 흘승골로
[동부여 탈출을 준비하는 고주무와 유화]
♬(말풍선)
“요사이는 날씨가 계속 추워서 대소의 감시가 소홀해 보이니, 이때를 이용해 탈출하라. 주무는 지금부터 이 에미 말을 잘 들으라. 너의 아버지는 동명왕의 손자이시며, 졸본부여의 시조이신 고두막루 천황이시다. 천제께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바로 이 천황검(天皇劍)을 주셨다. 그러니 이치대로라면 주무는 천제가 계신 백악산 아사달로 가서 왕위를 계승하면 되겠지.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이하 유화 부인)
“주무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 천제께서 돌아가시고, 지금은 고무서(高無胥)께서 왕위에 올랐으므로 배다른 형제인 주무의 출현은 고무서를 불안하게 만들어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때때로 짐승으로 변해 형제도 몰라보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
“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 고무서(高無胥) 천황의 성격을 분석해 본 결과, 그는 동부여의 대소 태자와 별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주무는 지금부터 아사달을 버리고 흘승골의 졸본(卒本)으로 가야 한다.”
“그 이유는 선제와 함께 부여를 통일한 대공신인 중실무골(仲室武骨)과 소실묵거(小室黙居) 대장군만이 이 칼이 천황검임을 한눈에 알아볼 것이고, 따라서 네가 분명한 선제의 왕자임을 증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졸본 부여인들은 천왕랑(天王郞) 해모수에 이어 고두막루 천황의 가우리 통일에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으나, 지금의 고무서 천황은 기질이 나약하여 졸본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두 노장군도 자신들의 처우에 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하기에 따라서는 너와 같이 젊고 패기 넘치는 지도자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
“어머님, 고맙습니다.” (고주무)
주무는 어머님 유화 부인의 침착하고 냉철한 정세 분석에 탄복하였다. 그냥 어머니로만 생각했었던 유화 부인이 어느 틈에 사람들을 시켜 각 곳의 사정을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자식의 앞날을 인도하여 주실 줄이야!
이로써 주무의 갈 길은 결정되었다. 우선 오이, 마리, 협보의 3인은 주무와 동행하고, 부분노, 부위압, 극재사 등은 뒷일을 정리하고 졸본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말풍선)
“자, 먼 길을 떠난다. 빈틈없이 준비를 하여야 한다. 대소 일파의 감시를 피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큰 충돌도 각오해야 할 것이야.” (마리)
↔
“날씨는 차고, 또 눈보라 속을 돌파해야 하니, 너무 가벼운 차람은 오히려 위험할 뿐이다.” (오이)
↔
“당신, 시집온 지 겨우 5개월 만에 내가 먼 길을 떠나게 되어 미안하오, 그러나 꼭 데리러 올 테니 이곳에서 기다리오. 그리고 당신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가 만약 여아이거든 어머니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시오.” (이하, 주무가 아내 예씨에 작별인사)
“그러나 만약 사내아이가 태어나거든 그 이름을 누리(累利)라고 부르시오. 그리고 내가 이 칼의 반쪽을 이곳에 남겨놓고 갈 것이니...,”
“누리가 크거든 이 반쪽 검을 뽑아들고 나를 찾아오게 하시오. 나머지 반쪽 칼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그 때 이들을 맞추어 누리를 확인할 것이오, 자~”
사랑하는 처와 어머님을 남겨두고 주무는 그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떠났다. 이 때 주무는 오이와 마리, 그리고 협보와 함께 동행 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
만주의 겨울은 춥고 매섭다. 게다가 몰아치는 설풍(雪風)을 안고 주무와 그의 동료 오이, 마리, 협보 4인은 가시라를 벗어나 졸본으로 가기 위해 분릉수[(分+山,陵水), 일병 암호수(水변+菴,虎水)]를 향하여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의 탈출을 보고 받은 태자는 급히 병사들을 이끌고 주무 일행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악천후 속에 감시망이 소홀할 것으로 생각했던 주무 일행의 뒤에 어느덧 끈질긴 대소 태자의 추격군들이 다가와 있었다.
♬(말풍선)
“대소 태자와 동부여의 추격군들이다.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가까이 따라왔다. 자, 이제부터 달리자!” (고주무)
다시금 주무 일행이 추격군을 멀리 뿌리치기 시작할 무렵, 아아! 눈앞에 분릉수가 다가왔으니...,
분릉수의 물은 깊고 물살이 거칠어 이런 엄동설한에 수영도 불가능하고, 또 다리도 없어서 강을 건너기가 불가능하였다. 대소 태자의 추격군들은 주무 일행이 남기고 간 발자국을 쫓아 점점 가까이 따라붙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무의 일행 앞에 기적이 일어났으니, 강의 상류로부터 나룻배가 한 척 물살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말풍선)
“이봐 사공!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자 하백의 외손이다. 지금 동부여 대소 태자의 추격을 받고 있는데, 빨리 이곳으로 와서 우리를 구하라!”
기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하여튼 주무 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넜고, 그들의 뒤를 끈질기게 추격했던 대소 일행은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말풍선)
“기어코 도망치고 말았군! 음, 분하다! 내 진작 저들을 죽여 없앴어야 했는데..., 용에게 날개를 달아 보낸 격이니, 주무는 반드시 천하를 뒤집을 장난을 꾸밀 것이다. 앞일이 걱정이다.” (대소 태자)
분릉수를 건너면 벌써 가우리의 영지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곧장 아사달로 갈 수 있지만, 주무와 그 일행은 유화 부인의 충고대로 멀리 길을 돌아 졸본(卒本) 땅을 향하여 달리고 또 달렸다. 아사달의 눈을 피하여 옛 동명왕의 영지인 북압록(北鴨綠: 지금의 요하)을 통과하면서 훈족의 침략상황을 보고는 이 지역을 주무 자신이 꼭 다물하리라 결심하며 달렸다.♣
※ 麗語謂復古土爲多勿(려어위복고토다물)
다물(多勿):가우리의 말로서 옛 땅[영토]을 되물리는 것[회복]을 말한다.
☯ 고주무 흘승골에서 졸본부여로부터 독립, 가우리를 세워
북만주의 몽고 접경에 비류호(沸流湖)가 있고, 그 주변 흘승골(訖升骨) 일대에는 졸본부여족들이 넓게 퍼져 살았다. 우리 배달민족을 크게 쥬신족[조선족(朝鮮族)]과 부여족(夫餘族)의 두 갈래로 대별(大別)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부여계인 지금 라오허[요하(遼河): 옛 이름은 구려하(句麗河)]의 가우리족과 비류족[졸본계]들의 기상이 강인하고 씩씩하여 이곳을 중심으로 해모수, 동명왕 고진, 고두막루, 고주무(고주몽), 비류 천황, 온조왕 등 수많은 영웅들이 탄생하여 북부여, 가우리, 십제, 백제, 일본 등을 세웠으니 글자 그대로 우리 민족의 성지(聖地)이다.
《 북만주 일대와 고주무의 탈출 경로》
살을 에는 듯한 악천후에 시달리며 주무와 그의 일행 마리, 오이, 협보는 21일 동안 줄기차게 달려 드디어 흘승골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는 과연 어머님의 말씀처럼 중실무골 장군과 소실묵거 장군들이 고무서 천황에게 파면을 당하여 고향에 돌아와 있었다.
주무는 지체 없이 중실무골 장군을 찾아갔다.
♬(말풍선)
“중실무골 장군과 소실묵거 장군님! 저희들은 동부여(東扶餘)의 가시라에서 두 분 장군님들을 뵈오려 이렇게 달려왔나이다.” (고주무)
↔
“동부여 가시라라면 만리나 되는 먼 길인데, 이 추운 겨울날 무슨 곡절이 있길래 우리를 찾아왔단 말이오? 우리는 이미 아사달로부터 은퇴를 강요당해 고향으로 내려온 이빨 없는 호랑이들인 걸 모르셨구려, 하하하!” (중실무골)
↔
“나는 고두막 천제의 아들 고주무라 하옵니다. 아버님께서 저의 어머님 유화 부인에게 남기셨다는 천황검(天皇劍)이 증거이옵니다.” (고주무)
↔
“흠! 천제께서 사냥 도중 유화 부인을 만났다가 하백의 습격으로 봉변을 당한 일이 있기는 했는데, 그럼 그대가 그 때 생긴 아들이란 말인가? 어디 그 천황검을 좀 보여주게.”
“소실묵거 장군! 이건 틀림없는 천황검이오. 이분은 틀림없는 천제 고두막루의 아들이오, 이것 참 꿈같은 이야기로군. 하여튼 우릴 찾아온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오. 자, 이 경사스러운 일을 백성들에게 알립시다.” (중실무골)
↔
“잘 오시었소, 어서 흘승골 성으로 드시어서 길 잃은 우리들을 이끌어 주시오.”(소실묵거)
백악산 아사달의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당하고 불만이 충만했던 부여족들은 자연스럽게 주무를 그들의 새 지도자로 추대해 올렸다.
그러는 동안 뒤떨어졌던 부분노,부위압,극재사 등도 모두 합류하니, 늙은 중실무골과 소실묵거 장군들을 합하여 흘승골의 세력이 막강하게 되었다.
서기전 58년 5월, 주무는 하늘에 제사하고, 동명왕이 세워 부여(夫餘)의 제후국으로 있던 가우리[고구려(高句麗)]의 독립을 만천하에 선포하니, 이로써 가우리[고구려]]가 하나의 독립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주무는 그 이름을 주몽(朱蒙)이라 하고, 연호[年號]를 다물(多勿)이라 하였다. §
2020.4.20 편집
一鼓 김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