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의 이별 - 두보(杜甫)
兎絲附蓬麻(토사부봉마) : 토사(兎絲)가 봉마(蓬麻)에 붙어 자라면
引蔓故不長(인만고부장): 덩굴이 길게 뻗지 못하듯
嫁女與征夫(가녀여정부): 출정하는 사람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不如棄路傍(불여기로방): 길가에 내버리는 것만 못하다고 하더이다.
結髮爲夫妻(결발위부처): 머리 올리고 부부가 되었으나
席不暖君床(석불난군상): 그대의 침상이 데워지기도 전에
暮婚晨告別(모혼신고별): 저녁에 혼례를 올리고 새벽에 작별하게 되니
無乃太悤忙(무내태총망): 이렇게 총망스러운 일이 어디 있으리오.
君行雖不遠(군행수불원): 그대는 비록 멀지 않은 곳이라고는 하나
守邊赴河陽(수변부하양): 하양의 변두리를 지키러 가시겠지요.
妾身未分明(첩신미분명): 이 몸의 신분이 아직 분명하지 않으니
何以拜姑嫜(하이배고장): 어떻게 시부모님을 뵈올까요.
父母養我時(부모양아시): 부모님이 저를 키우실 때
日夜令我藏(일야령아장): 밤낮으로 애지중지 아끼셨지요
生女有所歸(생녀유소귀): 딸은 커서 제 갈 길이 따로 있다며
雞狗亦得將(계구역득장): 닭과 개도 딸려 보내마 하셨지요
君今死生地(군금사생지): 그대는 지금 사지(死地)로 가시니
沈痛迫中腸(침통박중장): 아픈 마음에 애간장이 끊어집니다.
誓欲隨君往(서욕수군왕): 맹세하건데 그대를 따라나서고 싶으나
形勢反蒼黃(형세반창황): 형편이 너무나 암담합니다.
勿爲新婚念(물위신혼념): 부디 신혼의 일은 생각하지 마시고
努力事戎行(노력사융행): 군대의 일만 힘써 하소서.
婦人在軍中(부인재군중): 부인생각 군대에서 하시면
兵氣恐不揚(병기공불양): 사기가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自嗟貧家女(자차빈가녀): 가엾은 이 몸, 가난한 집에서 나서
久致羅襦裳(구치라유상): 오래 걸려 비단옷을 장만해 입었는데
羅襦不復施(라유불부시): 이제 이 비단옷 다시는 입지 않을 것이며
對君洗紅粧(대군세홍장): 님을 위한 이 화장도 지워버릴 테여요.
仰視百鳥飛(앙시백조비): 하늘을 우러러 보니 온갖 새들,
大小必雙翔(대소필쌍상): 크던 작던 모두 쌍쌍이 돌아 나는데
人事多錯迕(인사다착오): 사람의 일은 이렇게 뜻대로 되질 않아
與君永相望(여군영상망): 그대와 영영 서로를 그리며 살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