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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도 다른 가치
아주 작아 눈여겨보아야 보일 것 같은 들꽃이라고 감동도 작은 것은 아니다. 그 몸집에 감동도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조약들에서 큰 돌을 볼 수 있고 분재에서 큰 나무를 보고 수석 한 점이 큰 산을 품기도 한다. 오히려 작아서 꽉 차고 부듯하면서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작다고 작은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크다고 꼭 큰 것만은 아니라는 것과 상통한다. 그 속에 간직하며 품고 있는 의미는 겉모습으로는 다 말할 수가 없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겉은 겉이고 속은 속이다. 속단할 일이 아니다. 덩치 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겉은 그럴 듯한데 속은 비어서 실망을 주기도 한다. 겉은 오종종한데 오히려 속은 알차서 실속을 차리기도 한다.
주위에 작은 것을 본다. 너무 크면 보이지 않는데 작으니까 한눈에 잘 보인다. 작아도 작아 보이지를 않고 더 크게만 보인다. 부지런한 개미, 훨훨 나는 잠자리, 날렵한 물고기, 모기를 보고, 앙증스러운 들꽃을 본다. 허공에 그물을 치는 거미를 본다. 사람이 현수교를 건설하듯 받침대 하나 없는 그 재주가 놀랍다.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욕심이 과하면 그물만 찢어짐을 안다. 무료한 새벽녘에 이슬 받아 초롱초롱 매달아도 본다. 때로는 바람과 맞서면 줄줄이 새어나가지 싶어도 끝내는 그물을 망가뜨린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다시 세월을 그물질하다 허탕 치면 쫄쫄 굶으며 우거지상이지만 허공에 매달려 흔들흔들 우상이 되기도 한다. 개미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먹이를 물어 나른다. 그뿐 아니라 때로는 풀줄기 같은 건축자재도 혼자 안 되면 여럿이 모여 오로지 입에 물고 가고 끌고 간다. 때로는 깊은 굴을 파고 몸집의 수백 배 성을 쌓아 올린다. 잠자리는 힘이 없어 보여도 자유롭게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고 나뭇가지 끝에 하늘하늘 앉았다 풀잎에도 사뿐 내려앉는다. 물고기는 작아도 물속에서는 아주 날렵하게 오르락내리락 자유자재로 헤엄을 치며 노닌다.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 모기는 어둠 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곤충인가 하면,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들꽃 한 송이가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준다. 순간 순수의 미소에 빨려든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산을 거뜬하게 오르고 넘으며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간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비록 그 시작은 작아도 그 끝은 아주 위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물병 하나가 타던 갈증을 식혀주면서 온몸을 축축하게 적셔준다. 초콜릿 하나가 힘 쭉 빠진 온 몸에 기운을 북돋우기도 한다. 크고 많은 것이 필요치 않고 부럽지 않은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이처럼 우리의 주변에는 작은 것들이 수없이 많으면서 수없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은 것들이 때로는 아주 감동적으로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크게 들어오기도 한다. 작아도 결코 작지만은 않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생김새가 작은 것이야 어쩌랴. 비록 작아도 작다고만 할 수 없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그 움직임이나 알찬 속은 결코 작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큰 것이 할 수 없는 것을 거뜬하게 해내며 다시 눈여겨보게 된다. 덩치 값도 제대로 못한다고 구박을 받기도 하는데 작음 속에 그만의 재능처럼 숨겨져 있다가 드러내면서 작다고 할 수 없는 큰 모습을 보는 것이다. 비록 작아도 작다고 무시하고 무관심하게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둥근 돌, 두툼한 돌, 얄팍한 돌, 각진 돌, 큰 돌, 작은 돌, 바윗돌, 자갈, 모래, 흙까지 돌의 생김새나 크기가 각각이듯이 그 쓰임새도 다르다. 같은 것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사뭇 달라진다. - 2016.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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