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6000년 역사를 지닌 도시가 있다. 바로 한강이 관통하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이다. 정확히는 서울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는 강동구에 있다. 1925년, 큰 홍수로 한강 변 모래언덕 지대가 심하게 파이면서 유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 12차에 걸친 조사 및 발굴작업을 거쳐 이곳이 6000년 전 인류가 살던 거주지임이 밝혀졌다. 유적의 생성 연대를 분석한 결과, 서기전 4천 년경으로 측정된 것이다. 이에 강동구는 현재 ‘6천 년 역사 도시 강동구’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사진1> 암사동 유적지 진입로를 ‘6000년 역사를 간직한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흔히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서기전 2333년(단기 1년)에 우리나라가 세워졌다는 건국 신화에 근거해 약 4300년을 반만년이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강동구를 비롯해 한반도 곳곳에서 더 오래된 옛 인류의 유물과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충청북도 단양군에는 70만 년 된 국내 최고(最古) 유적지가 있으며, 북한의 황해북도 상원군에는 무려 100만 년 전 유적이 발견되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인류 거주의 역사가 과학적 실증 없는 건국 신화에 근거해 5000년도 채 되지 않는 실체 없는 역사로 남을뻔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20세기 들어 크게 발달한 ‘고고학’이다.
고고학은 유물과 유적 등을 발굴, 수집 및 분석하여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역사학과 같이 사료를 평가·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진실 규명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고고학과 그와 동반한 지질학, 화학, 생물학 등 과학의 발달은 인류 역사에 새로운 진실들을 안겨다 주었다.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고고학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을 소개하고, 드러난 진실을 받아들이는 이상적인 자세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의 역사가 100만 년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의 역사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 작년에 발견된 남아프리카 본데르베르크(Wonderwerk) 동굴의 유적이 180만 년으로 가장 오래되었다. 작년 4월,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연구진은 동굴 바닥을 이루는 퇴적층에서 인류가 사용한 다양한 석기와 불을 피운 흔적, 동물의 유골 등을 발굴했다. 이것들이 180만년 전의 물질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히브리대의 론 샤아르 교수는 “인류가 180만 년 전 이 동굴에서 올도완 석기(초기 뗀석기)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며 지자기(地磁氣)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원리를 설명했다.<사진2> 이어서 히브리대 지구과학연구소의 아리 마트몬 교수는 모래의 성분인 석영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도 소개했다. 이렇듯 고고학적 연구 결과를 얘기할 때는 사용한 연대 측정 방법이 함께 설명된다.
고고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가운데 두 가지는 ‘언제’와 ‘어디서’인데, ‘어디서’에 대한 답은 발견 장소에서 흔히 얻을 수 있지만, ‘언제’라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답할 수 있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60년 전이다. 발견된 물질이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물질인지 절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 약 60년 전에야 상용된 것이다. 절대연대 측정법의 효시는 1949년 미국의 화학자 윌라드 리비가 개발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다.<사진3>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방사성 탄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량 감소하는 성질을 이용해 연대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1960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에 크게 공헌하며 14C(방사성 탄소)의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영국의 저명한 고고학자 브리안 파간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의 등장으로 고고학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평했으며,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뉴욕타임즈는 “더 이상 시간을 부풀리는 사기꾼들의 협작에 놀아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관련해, 사람들은 윌라드 리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평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 사용된 사례로는 서울 강동구의 유적지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시체를 감쌌다고 주장하는 토리노 수의의 연대 측정을 들 수 있다.<사진4> 연대 측정 결과, 우리나라 인류 거주의 역사는 건국 신화와 달리 반만년이 넘고, 토리노 수의는 예수 사후 1300년경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며,<사진5> 역사는 또 한 번 진실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1859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저서『종의 기원』을 출판하며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다. 이후 과학계에는 진화론이 대두되었고, 고고학자들은 인류의 기원을 찾아 나섰다. 진화론 추종자들은 고인류를 짐승처럼 울부짖는 미개한 원시인의 모습으로 상상했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고인류의 모습은 현생 인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60년, 이라크 자그로스산맥의 샤니다르 동굴에서 웅크린채 누워있는 5만 년 전의 인류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사진6> 고인류 학자들이 무덤을 채운 흙을 분석하자 여러가지 꽃가루가 검출되었는데, 어떤 꽃가루는 뭉텅이로 놓여져 있던 것으로 보아, 막 꺾은 꽃다발을 시신 위에 놓은 흔적으로 추정되었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고고학 연구팀은 샤니다르 동굴을 재발굴하여 새로운 인류 유해를 찾아냈다. 조사를 마친 연구진은 망자를 매장할 때 꽃을 바쳤던 이 풍습이 단순히 시신 매장만의 목적이 아니라 고인을 추모하는 ‘장례 의식’이라고 단언한다. 연구진은 “이번 발굴의 핵심은 매장의 의도성으로, 고인류에게도 복잡하고 상징적이며 추상적인 사고능력과 망자에 대한 동정심, 나아가 상실감과 추모 감정을 가졌음을 시사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인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언어 구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OXP2 유전자가 현생 인류와 똑같은 것을 확인하였다. 지난 2일 발표한 스위스 취리히대의 연구에 의하면 16만 년 동안 인류의 뇌는 바뀌지 않았으며, 생활 습관에 의해 얼굴 골격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그들도 도구를 사용했고,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고, 적갈색 안료를 사용해 몸을 치장하고, 그림을 그리고, 죽은 사람을 정성 들여 매장하고, 현생 인류 못지않게 유창한 말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고학과 과학은 상상과 추측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고인류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앞으로도 고고학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옛사람의 생활 모습은 더욱 사실에 가깝게 복원될 것이다.
https://theweekly.co.kr/?p=74287
#고고학 #세종탐 #진실한 역사를 찾아서
첫댓글 잘 봤습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