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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 때 배당주에 투자하라
아침과 저녁으로 제법 날씨가 쌀쌀해지면 떠오르는 주식 ‘격언’이죠. 투자 시기가 중요한 건 국내 상장사의 98% 이상이 12월 결산법인으로, 배당기준일이 연말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증시 격언이라고 넘어가기엔 ‘배당주’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기본적으로 ‘주가 상승’과 ‘배당’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또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 중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맥쿼리인프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11.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9% 올랐으니 상대적으로 1.2%포인트 투자 성과가 좋았던 셈이죠. 코스피가 25.2% 폭락한 지난 한 해 동안 이 회사 주가는 21.6%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폭락할 땐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덜했죠.
최근 배당주 매력을 반감시킬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입니다. 자칫 3.5% 기준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낮다간 ‘배당주’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투자 측면에선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배당수익률을 낼 ‘올해의 배당 강자’를 찾아낸다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10월, 머니랩은 국내외 배당주 투자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한마디로 똑똑하게 배당주로 돈 버는 방법입니다. 한국 배당주뿐 아니라 매달 월급처럼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 배당주 시장까지 눈을 돌려봤습니다. 특히 50년 이상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 온 미국의 ‘배당왕’도 소개합니다.
배당 이미지. pixabay
📍POINT 1. ‘찬 바람 불 땐 배당주’ 공식 맞았나?
우선 국내 배당주 투자에서 ‘찬바람 불 때 배당주’ 공식은 설득력이 있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교보증권은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간, 코스피200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주가) 상위 20% 이내 종목의 주가 상승률과 코스피200 편입 종목의 전체 평균 주가 상승률을 비교했어요.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200 전체 평균보다 9월에는 1.2%포인트, 10월에는 1.8%포인트 더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이 전체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웃돌 확률은 열에 일곱(9월 76.9%, 10월 69.2%) 정도는 됐다는 결론입니다.
메리츠증권이 계산한 결과도 이와 비슷합니다.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수익률 상위 10%인 종목의 9월 말부터 배당락일 직전일까지의 주가 상승률은 지난 20여 년 동안(2001~2022년) 코스피 전체 평균 수익률 대비 2%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시기에 배당주가 강세를 보이는 계절적 특성은 분명했다고 볼 수 있죠. 여기서 배당락은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당기준일 다음 날이 바로 배당락일입니다.
올해도 이런 계절성은 여실히 나타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이달 13일)까지 코스피는 3.9% 하락했지만,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수익률 상위 50개 종목의 주가로 산출한 지수)는 반대로 1.5% 상승했습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기말 배당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9월부터 배당주가 강세를 보이는 계절성은 올해에도 되풀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당주 주가의 강세는 보통 배당락에서 30영업일 이전인 11월 중순부터 돋보이기 시작하는 게 그동안의 패턴이지만, 올해는 배당주의 강세가 상대적으로 일찍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증시 불안 국면에선 배당주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되면서 배당주 강세 흐름이 이른 시점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옥 기자
📍POINT 2.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배당주 투자 괜찮나?
‘찬바람 불 때 배당주’ 공식은 올해도 대체로 들어맞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주의할 점이 없는 건 아니죠. 올해는 역대급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 등 삼중고 파고로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2021년과 2022년 당기순이익은 각각 190조4000억원, 156조4000억원을 기록했어요. 올해 예상치는 116조2000억원대로 과거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합니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의 주주 배당 재원이 되기 때문에, 이 실적이 하락하면 예상 배당액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커지죠.
강민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연도(2012~2013년, 2018~2019년)에는 현금배당금도 함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과거 사례를 볼 때 올해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배당 후 주가 하락을 겪을 위험(배당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영옥 기자
기준금리 수준 자체가 높은 것도 배당주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기준금리가 3.5%인 상황에서 배당수익률이 이보다 낮다면 은행 예금이 나을 수 있어서죠.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배당주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금리는 거시경제 환경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배당주 같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정연 연구원은 “배당주는 배당 수익의 안정성 덕분에 증시가 조정 국면에 있는 기간에 오히려 주가가 내려가지 않는 특성(하방 경직성)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POINT 3. ‘배당 쇼크’ 피하려면 ‘옥석’ 가려야
성공적인 배당주 투자를 위해서는 같은 배당주라도 옥석을 가려야 합니다. 기업이 시장이 기대한 수준 이하의 배당금을 지급하면 주가가 급락하게 돼요. 이런 ‘배당 쇼크’를 피하려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럼, 어떤 배당주가 ‘옥’에 해당할까요? 증시 전문가들이 꼽은 지표는 ‘당기순이익 예상치’입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이익 성장세가 좋은 기업이 배당을 후하게 줄 여력도 크다는 의미죠. 올해 결산은 물론 내년까지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늘어날지를 살펴보는 게 ‘배당 투자의 첫걸음’입니다.
또 증시 전반에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2018~2019년은 물론, 최근 3년 동안 ‘배당 쇼크’가 발생하지 않은 곳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장 예상을 깨고 배당을 줄여서 주주들에게 충격을 준 전례가 있는 기업이라면 다음에도 ‘쥐꼬리’ 배당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2019년 이후 1주당 배당금(DPS)을 계속 늘려 온 기업이라면 올해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배당금을 지급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증권가에선 이런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우량 배당주로 한국앤컴퍼니·현대홈쇼핑·KT·제일기획·에스원·SK텔레콤 등을 꼽습니다.
투자자가 관심이 많은 배당수익률도 살펴볼까요. 증권가는 국내 배당주 가운데 6~7% 이상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는 금융·통신업을 꼽습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3·4분기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는 DGB금융지주(9%), 기업은행(8.9%), BNK금융지주(7.6%), 삼성증권(7.0%) 등입니다. 모두 7%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올해의 배당 강자들이죠. 통신주인 KT도 6%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배당수익률만 높다고 반드시 좋은 배당주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있어서죠. 전년 대비 실적 악화에 따른 배당컷(배당 삭감) 리스크 또한 고려해야 하죠.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겁니다. 따라서 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으면서 전년 대비 배당증가율이 눈에 띄게 늘 것으로 예상하는 강원랜드(전년 대비 배당증가율 147.1%), 현대차(50.3%)·기아(39.6%)·한전KPS(32.9%) 등을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3·4분기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은 4.7% 이상(하단 그래픽 참조)입니다.
김영옥 기자
📍POINT 4. 배당락 이후 주가 꺼지는데, 언제 다시 팔아?
국내 배당주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이후 주가가 오르다가 배당락 이후부터 하락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배당락 이후에는 차기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니, ‘황금알을 낳아버린 거위’를 사는 것과 같죠. 국내 배당주 투자자라면 늦어도 차기 배당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배당기준일 이전에 주식을 사야 합니다. 올해 배당기준일은 12월 29일이며, 주식 체결 기준으로는 12월 27일입니다.
이렇게 배당락 이후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배당금을 받아야 할지, 배당금을 포기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으로 만족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돼요.
증권가에선 주가가 배당수익률 이상 올랐다면 과감히 배당금을 포기하고 주식을 파는 것도 방법이고, 배당금을 받았다면 곧바로 주식을 파는 게 유리하다고 귀띔합니다. 가령 예상 배당수익률이 6%인 종목의 주식을 샀을 때, 시세 차익만으로 6% 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했다면 배당락 이전에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굳히는 것도 좋은 선택이란 얘기죠.
한편 금융위원회·법무부 등 정부는 올해 초 배당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에요. 투자자들이 ‘배당 쇼크’를 겪지 않도록 미리 배당금을 확인한 뒤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결산기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정해 운영했지만, 바뀐 제도 아래에선 배당금을 확정하는 주주총회일 이후에도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 배당금 확인, 후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다만 내년까지는 기존 방식대로 ‘선 투자, 후 배당금 확인’ 순서대로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배당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정하려면 올해 주총에서 관련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 정관을 개정한 기업은 없는 상태입니다.
📍POINT 5. ‘제2 월급’ 만드는 미국 배당주 투자하기
국내 상장한 고배당 종목은 대부분 기말 배당만 하다 보니 찬 바람 불 때만 반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꾸준하고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배당 천국’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려봐야 합니다.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 상장 기업의 80%가량이 분기마다 배당하기 때문에 배당 일정을 잘 짜면 ‘제2의 월급’처럼 배당금을 받을 수 있죠. 가령 1·4·7·10월에 배당을 하는 기업과 2·5·8·11월에 배당하는 기업, 3·6·9·12월 분기 배당 기업으로 투자해 놓으면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주원 기자
배당 문화가 자본시장에 자리 잡은 미국에선 전통 있는 배당 기업도 많습니다.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 온 기간에 따라 배당왕(Dividend Kings, 50년 이상),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 25년 이상), 배당성취자(Dividend Achievers 10년 이상) 등으로 부르기도 하죠. 대표적인 배당왕 기업으로는 코카콜라·3M·존슨앤드존슨·P&G 등이 있고요, 배당귀족 기업으론 엑슨모빌·세브론·록히드마틴·월마트 등이 있습니다. 배당 성취자에 속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코스트코 등입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만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자랑하는 곳이 많죠.
배당수익률이 뛰어난 기업도 많습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주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종목은 담배 ‘말버러(Marlboro)’ 브랜드로 유명한 알트리아그룹입니다. 연간 환산 배당순익률은 무려 9.19%에 달하지요. 미국 최대 모바일 통신사 버라이즌도 올해 8.67%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됩니다. 북미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 킨더 모건은 6.6%, 모바일 통신 인프라 기업 크라운 캐슬 역시 6.62%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 밖에도 6%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올릴 만한 미국 배당주는 AT&T(7.73%)·키코프(7.84%)·트루이스트파이낸셜(7.32%)·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8.26%)·링컨내셔널(7.79%)·사이먼프로퍼티(7.10%) 등이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 기대도 커지죠. 문제는 그만큼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배당주 강점인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전통적인 배당왕·배당귀족 기업들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코카콜라(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3.48%), 엑슨모빌(3.31%)·존슨앤드존슨(3.03%)·세브론(3.68%)·펩시코(3.16%) 등 배당왕·배당귀족으로 손꼽는 기업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3~4%대지만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김주원 기자
미국의 배당 우량주들은 급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이 아닌 곳도 많지만, 그렇다고 주가 상승률이 뒤지지도 않습니다. 미국 배당 우량주 역시 증시가 오를 땐 평균보다 더 오르고, 반대로 하락할 땐 평균보다 덜 내리는 특징을 보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이 미국 대표 배당성장주 지수인 ‘S&P500 배당귀족 TR(25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 온 60여 개 기업으로 구성)’의 지난 33년간(1990~2023년 4월)의 움직임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증시가 1년 새 20% 오른 구간에서 S&P500 배당귀족 TR의 평균 수익률은 26.5%에 달했습니다. S&P500이 1년 새 20% 이상 하락한 폭락장에서 배당귀족 지수는 12.9%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미국의 배당왕·배당귀족 등 우량 배당주들은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여전히 안정적인 배당이 기대된다. 다만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로 형성돼 있는 등 금리 장벽이 높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6% 이상인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
해외 배당주 투자, 세금도 고려하자
국내 주식엔 종목당 10억원 이상 대주주에게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가 해외 주식에는 부과됩니다. 세율은 과세표준 금액의 22%(양도세율 20%+지방소득세 2%)이고, 250만원이 기본공제됩니다.
가령 1000만원어치의 코카콜라 주식을 매수하고 1500만원에 팔아 5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기본공제 대상인 250만원을 뺀 나머지 250만원에 22%를 곱해 5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해외 주식 배당소득세는 현지 통화로 원천 징수되는데, 원천징수율은 국가마다 다릅니다. 다만 현지 배당세율이 국내 세율(14%)보다 낮을 경우, 국내에서 원화로 추가 징수됩니다. 미국 배당주의 경우엔 미국 내 원천징수율이 15%로 국내 세율보다 높기 때문에 추가 징수는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