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 부산하게 걷기,
맨발로 걷기가 유행이다. 강변에서도 산길에서도, 바닷가 해수욕장에서도 여기저기 맨발로 걷는 사람들,
““우리는 언제 모든 책들을 불태워 버릴 것인가? 바닷가의 모래들이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서의 한 구절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읽은 뒤, 모두 다 절감해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저기 맨발로 걷는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맨발로 걸어서 암을 이겨냈다는 사람도 있고, 건강이 몹시 좋아졌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곧, 아니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토를 한 발 한 발 걷는 일에 동참할 듯 싶어, 내심 고맙고도 반갑다.
우리국토, 여기저기를 걷고 또 걸으면서 2007년에 <다산책방>에서 펴낸 시선집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에 맨발로 걷는 그 느낌을 묘사한 시 한 편을 실었다.
맨발로 걷기
장 석 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꾸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맨발로 걷기>를 실은 뒤
그 뒤에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매일 죽노라” 라고 말한 사도 바울의 말이 언제나 나를 사로잡고 있다면, 내 정신은 아직까지도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항상 꿈꾸며 그리워한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떠나는 것이 허락된다면 남루하게 가진 것을 다 벗어놓고 떠나고 싶다. 아무것도 채우려 하지 말 것. 누구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표표히 걸을 것, 맨발로 땅의 숨결을 느끼며 걸을 것,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지 아닐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도 내일도 내 의식의 맨 끝은 떠남과 돌아옴이다.“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나는 지금도 걷고 있고, 삼척의 맹방해수욕장이나 변산 해수욕장, 가끔은 문경새재 길을 걸으며 맨발로 걷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부산하게 먼 길(25~35KM)을 걷는 것을 지금도 선호하고 있으니, 언제나 더 한가롭게 이 땅을 해찰하면서 걸어갈 수 있을까?
2023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