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구백아홉(909) 번째 날 편지, 2 (음식, 건강) -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3월 4일 토요일이란다.
오늘 편지 배경음악으로 올린 셀린 디옹(Celine Dion)이 불러,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OST)로,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내 마음은 계속될 거에요.)이라는 팝송 곡과 가사를 올렸으니, 클릭해서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게….^^
사랑하는 큰아들아
‘마흔 넘어 걷기 여행’의 저자이자 ‘화병(火病) 전문가’인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걷기의 매력에 대해 걷기에 재미가 붙는다면,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어 음악을 듣고, 여행하고, 책을 읽고, 명상도 가능한데, 걷기는 육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운동도 함께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걸으며 여행하면 ‘걷기 여행’, 걸으며 명상하면 ‘걷기 명상’이 되는 등 이처럼 걷기와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으로, 그는 “작가, 철학가, 음악가 중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걷기를 통해 육체적 운동뿐 아니라 정신적 운동까지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오랜 기간 화병 환자들을 돌본 김 교수는 걷기를 ‘천년의 치료법’이라 칭하는데, 흔히 화병이라 부르는 ‘울화병’은 마음에 좋지 않은 감정이 쌓이고, 폭발하는 것이 반복되는 상태로, 이는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스스로 갇힌 상황에서 발생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김 교수는 “걷기는 기본적으로 나와 나 아닌 누군가와 소통하는 과정”이라며 “일단 밖을 다니면 사람이든 자연이든 다른 존재와 함께할 수 있고, 만나면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우울증 환자의 경우 밖에 나가는 거 자체가 성공적”이라며, “화병도 걸으며 다른 존재와 내가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김 교수가 걷기에 빠진 이유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어릴 적 2번의 수술을 받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나다 보니, 남들은 편하게 생각하는 걷기와 등산이 그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네.
김 교수는 “사람이 무엇을 못 한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과 통하기도 한다. 등산을 못 하지만, 굉장히 좋아했고, 걷기는 그래도 등산보다는 편해 자연스럽게 친숙해졌다”고 돌이켰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특히 2010년 마흔이 넘어 떠난 히말라야는 김 교수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했는데, 힘들게 3000m까지 올라 바라본 풍경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답을 알려줬고, 걷기와 여행이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것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걷기 여행 주치의’로서 세계 걷기 여행을 주도했는데, 건강, 여행, 명상이 결합한 걷기 여행을 통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 일본 규슈 올레, 호주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 워킹 로드 등 세계적인 걷기 명소를 누볐다네.
김 교수는 “걷기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호기심”이라며 “내가 어떤 곳을 직접 가서 보겠다는 호기심이 많을수록 걷기의 재미도 많아진다.”고 역설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김 교수는 단순한 걷기보다는 생각과 명상이 함께 하는 걷기를 제안하는데, 걷다가도 좋은 장소가 있을 때 멈출 줄 아는 것도 중요한데, 그는 “걷기 여행을 하면 똑같은 코스를 걸어도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물어보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르더라. 얘기를 나누고 나면 내가 주목하지 못한 다른 데에도 관심을 둘 수 있다”고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러한 측면에서 김 교수는 길은 정말 잘 가꿔놨지만, 이야깃거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우리나라 올레길 등 주요 걷기 명소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냈는데, 예를 들어 산티아고 순례길만 하더라도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길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순례자’로, 제주 올레길을 걷는 사람은 ‘관광객’으로 보게 만든다는데, 김 교수는 “제주 올레길을 보면 걷기 코스만으로는 전 세계에서 최고이지만 상업적으로 연결된 부분이 아쉽다. 산티아고 순례길과의 결정적 차이”라고 분석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김 교수는 걷기가 ‘만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언제 어디서든 걸을 수 있고, 매일 걷는 데에서 습관 형성은 시작된다는데, 김 교수는 그 방법으로 자신만의 걷기 좋은 코스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외부 일정이 있을 때 약속장소 주변에 걷기 좋은 코스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만약 일산에서 약속이 있으면, 1~2시간 전에 나가 호수공원을 걷고 가면 되고, 작정하고 걷는 코스가 있는 것도 좋은데, 김 교수는 “시간을 내어 걸을 때는 남이섬을 한 바퀴를 걷고 오고, 부산 해파랑길이나 전남 ‘섬티아고’를 갔다가 저녁을 먹고 돌아오기도 한다. 요는 자기가 쉽게 걸을 수 있는 곳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걷기에 재미를 느낀다면, 이제 무엇이든 얹어볼 수 있는데, 책 한 권을 챙겨가 열심히 걷다가 잠시 시간을 내 독서를 즐길 수도 있고, 이어폰을 꽂고 걸으며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마음을 재충전할 명상도 걷기와 함께할 수 있어 걷기와 다른 행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라네.
김 교수는 “잠수교가 반포대교보다 걷기 좋은 이유는 물과 가까워 대상과 합일되고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걷기가 즐겁고, 습관화된다면 더욱 큰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