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구백아홉(909) 번째 날 편지, 3 (사회, 경제) -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3월 4일 토요일이란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주택가에 있는 A 식자재마트 마포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진열대에 1·3·5·10㎏ 단위별로 대용량 상품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판매 상품은 깐 메추리 알을 시작으로 두부, 김 가루, 탕수육, 닭고기꼬치, 핫도그, 만두, 떡볶이 소스, 양념치킨 소스, 샐러드 소스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고, 냉장 상품을 보관하는 신선실에는 15㎏ 단위로 망에 담긴 양파가 빼곡했고, 김치는 박스째 놓여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A 식자재마트는 도매 전문 유통기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식자재를 대용량으로 싼 가격에 사기 위해 주로 찾는 곳이지만, 유튜브, 블로그 등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저가’ 쇼핑 방법이 알려지면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이곳을 찾는 일반 소비자가 많아졌는데, 이곳은 홈플러스 합정점과 불과 600m 거리에 있는 식자재마트였음에도, 20~30대 고객이 유독 많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가격도 저렴했는데, 수제 등심 돈가스 20개 묶음 상품이 2만 원 초반대로, 개당(100g) 1200원꼴로, 같은 시간 온라인몰에서 최저가를 검색한 결과, 가장 저렴한 상품이 2만 원 중반대였다네.
25개 단위로 포장된 냉동 핫도그는 1만8900원으로, 개당 756원 수준이었고, 경기 포천의 도매상에서 떼왔다는 두부(3㎏)는 4990원이라 대용량 두부(6㎏)를 카트에 담은 고객은 “두부를 작게 나눠 밀폐 용기에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놓으면,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다”고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는 B 식자재마트도 대형할인점 못지않게 품질 좋은 상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트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트인데도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직영 매장이 6곳으로 늘었고, 상품 카테고리도 가공식품,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 상품 가짓수가 일반 대형할인점과 견줘 절대 적지 않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지속된 고물가로 필요한 상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절약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대량 구성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 같은 도매 전문 식자재마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특히 이들 마트는 대형할인점과 달리 의무휴업일 규제도 받지 않고, 운영시간도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상대적으로 길어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불황에도 A 식자재마트는 직영 매장을 17곳으로 늘렸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게 구매 후 두고두고 쓰는 ‘쟁여두기’ 소비가 꾸준히 퍼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대의 대용량 상품 구매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고, “규제에 자유로운 식자재마트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매출이 연간 50~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네.
G마켓은 올해 20대 대용량 제품 거래액은 전년보다 21% 증가했고,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큰 폭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물소리 새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