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 정윤경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나의 어머니>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
첫 번째 전쟁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이 일어났었다.
지난 번 전쟁이 끝났을 때
승전국과 패전국이 있었다.
패전국에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승전국에서도 역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례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우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아내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 엉터리화가는 히틀러를 뜻함
<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
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
추측컨대, 당신들은 백만장자인 모양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 - 미래가
당신들 앞에 환히 보인다. 당신들의 부모는
당신들의 발이 돌멩이에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놓았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
계속해서 살 수가 있을 것이다.
비록 시대가 불안하여, 내가 들은 대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만사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정확하게 말해 줄 당신의 안내자들이 있다.
어떤 시대나 타당한 진리와
언제나 도움이 되는 처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모든 요령을 수집해 놓았을 것이다.
당신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당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일에 사정이 달라진다면
물론 당신도 배워야만 할 것이다.
◇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독일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서사극 이론과 뛰어난
희곡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획득한 사람이다.
그는 15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평생
1200여 편의 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전통적 감정 미학에 반기를 들고 시의
효용성을 강조한 그의 시는 구체성을 바탕으로 인간
, 세계의 변화와 생성을 추구했으며
특히 ‘서푼짜리 오페라’는 오랜 전통극의 체계를
무너뜨리며 현대 연극의 모형으로 인식되었다.
그의 생애는 나치스 정권에서 체코, 덴마크, 미국, 오스트리아 등지를 떠도는
도망과 망명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친구는 전사하거나 병사하거나 자살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이에 비롯된다. 그는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라고 노래하며
‘우연히 나는 살아남은 것이다’라며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그는 그 자신으로 돌아가 자멸(自蔑)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평화를 이루지만 그 평화에
한 점 부끄러움으로 남은 슬픈 죄의식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박주택·시인>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고은글 감사합니다...
시사 하는바 크네요.....ㅎ
감사합니다. 좋은글이 있어서 함께 나누자고 올려드렸습니다 ^^
좋은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속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느껴지는 좋은 시입니다 ^^
강한자는 살아남는다
나의 어머니
ㅡ에 대한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ᆢㅠㅠ
반갑습니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용케도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고 시인은 자책합니다. 저도 어머니 글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울었습니다
오늘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삶을 깊게 가볍게 각 취향이 다 다르니
조화롭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봄이 가까이와 있는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슬픈 날 이었어요 ㅜ
반갑습니다. 어제는 많이 슬프셨나봅니다. 슬픈일이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에 고마움을 전하며
늘 기분좋은날이 되시길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노래는 누가 불렀을까요 첨 들어본 노래네요,
혹시 기정수님이 부르신건 아닌지요.
반갑습니다. 글내용에 맞는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올렸는데 첨 들어보지만 좋습니다 ^^
느끼는 바가 많아 몇번을 정독해 봅니다.
반갑습니다 그의 시어는 반어법과 정곡을 찌르는 단어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