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적연무별곡[赤演霧別曲] 00. -[붉은
안개바람 (서장)]
태양이 뜨는 것은 새로운 탄생을.
달이 뜨는 것은 고요한
죽음을.
백색의 양기와 은색의 음기.
양기는 바람을 부르고
음기는 물을 불러냈다.
양기를 먹고 자라 지상위에 먼저 핀 꽃은 붉은 적색의
꽃.
음기를 먹고 자라 그 후에 핀 꽃은 푸른 남색의 꽃이였다.
-태월국
태양과 달의 윤회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무한의
나라-
초하루 날.
태양도 달도 뜨지않는 밤이
되면-
태양,달,백,은,바람,물,적,남 에 깃든 신이 홀연히 나타나,
그들이 인정한 태월국을 다스릴 왕을
탄생시킨다고 한다-
태월국,초대
태왕은-
태(太),월(月),백(白),은(銀),풍(風),비(泌),적(赤),남(南)- 을 태월국의 건국이념으로
삼았다.
-지금도 그 8개의 가문이 남아 태월국을 지탱하고 있다고 한다.
- <<태월국>> 규장각의 [태왕신화] 에서 일부
발췌. -
★
하현달이 어스름하게 피어오른
밤-
노인은 곰곰히 무언가를 깊이 생각한 뒤,앞에 놓인 장기판 위의 장기말을 두었다.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장기판
위를 들여다보던 노인은 나지막히 웃었다.
"-조건은 모두 갖추어져있는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답하듯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노인은 아까부터 만지작 거리고 있던 장기말을 주저없이 내려놓았다.
타악-
노인이 내려놓은 말은-
왕[王].
"역시- 선왕은 내 기대에 못 미치는군.
그 정도의 그릇밖에
안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어."
한탄하듯 중얼거리는 말은 묘하게 즐거웠다.
놓인
왕[王] 장기말을 뚫어져라 바라본 노인이 씩- 웃었다.
"-이제 슬슬 불러들어야
하겠군.
..........-연무세자."
그가 나지막히 내뱉은 말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이름-
이제는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이름.
"-이미 안개바람은 움직이기
시작했소이다."
★
적(赤)의 해.
단왕(檀王) 치세
14년-
적가(赤家) 의 대규모 반란- 그 후,직계 포함 방계까지 대부분 숙청을 당하는
대참사를 겪게 된 적가는
그 씨가 말라 거의 멸족 직전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어진 천재지변-
극심한 가뭄-
연이은
자연재해-
끔찍한 역병이 수도인 천주(天州) 에 나돌았다.
-그 결과,대부분의 사람이 죽어갔고 특히 성안의 왕족을 그 씨가
말라버렸다.
왕을 이을 후계자가 모두 죽고 없어지게 된 것이였다.
★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허어- 이것 참."
영의정,좌.우 의정을 포함-
의정부 관사 내부에서는 자뭇
심각한 한숨소리가 서로 오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라전체는 큰 혼란과 극심한 식량난에 빠졌고,
조정은
40할 정도가 역병때문에 기능이 정지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래서는- ..."
"불보듯 뻔하지않소-
이대로가면 팔가에서 왕위싸움이 일어날
것이오."
"주상께서도 옥체가 무척 약해지셨다고 들었소이다."
이런저런 걱정의 소리가 오가는 사이-
단 한사람만이 평정을
유지하고 수런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있었다.
곧- 그는 몸을 일으켜 나지막하고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내게 한가지 대책이 있소이다-"
그는 의정부 최고의 관직인,영의정- 이였기 때문에
단번에
그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게 되었다.
흠- 하고 한번 헛기침을 한 그는 묘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마지막 왕족은 남아있소."
그가 오래전에 잊혀졌던 그 이름을 말했을때-
그
자리에있던 모든 중신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때- 아직 봄은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