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남은 날의 첫날 ♡♡
- 이해인 -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입니다.'
이 말을 나는 요즘도 자주 인용합니다.
아주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 선물의 집에서 조그만 크기의 책갈피 하나를 사게 되었는데, 그 안에 적혀 있는 바로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였 습니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그대의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그 순간 이 글이 내 마음에 어찌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 위로를 주는 멋진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늘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살게하소서 !"
하던 기도를
"오늘이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임을 기억하며 살게하소서!"
라고 바꾸어서 하게 되 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왠지 슬픔을 느끼게 하지만, 첫 날이라는 말에는 설렘과 기쁨을 주는 생명성과 긍정적인 뜻이 담겨 있어 좋습니다.
오늘도 새소리에 잠을 깨면서, 선물로 다가온 나의 첫 시간을 감사하 였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회를 잘 살리도록 노력해야지' 하고 다짐하였습니다.
해야 할 일을 적당히 미루고 싶거나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적에 나 자신에게 충고합니다.
'한 번 간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세요. 성실하고 겸손 하게!'
문득 문득 다시 생각나는 말,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말, 삶이 힘들 때 충전을 시켜주는 약이 되는 말!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이 말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이 말을 계속 되새김하다 보니 이런 기도가 절로 나옵니 다.
'오늘도 싱싱한 희망의 첫 마음으로 내 남은 생의 첫 날을 살게 하소서. 새로운 감탄과 경이로움을 향해 나의 삶이 깨어 흐르게 하소 서.'
- <기다리는 행복> 中에서 -
♡♡자화상 (自畵像) ♡♡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
어느새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더니
물 마시다 사래들고
오징어를 두마리씩 씹던
어금니는 인프란트로 채웠다.
안경 없으면 더듬거리니
세상만사 보고도 못본척
조용히 살란 이치인가?
세상이 씨끄러우니 눈감으란 말인가?.
모르는척 살려니 눈꼴이 시린게 어디 한두가지인가.
나이들면 철이든다 하더니
보고 들은게 많아선가 잔소리만
늘어가니 구박도 늘어가네.
잠자리 포근하던 젊은시절은 가고
긴밤 잠 못이루며 이생각 저생각에 개 꿈만 꾸다가 뜬 눈으로 뒤척이니 긴 하품만 나오고
먹고나면 식곤증으로
꼬박꼬박 졸다가 침까지 흘리니
누가 보았을까 깜작 놀라 얼른 훔친다.
구두가 불편하여 운동화 신었는데
쿳션따라 사뿐히 걷다가
중심을 못잡아 뒤뚱대고
엎드러지니 꼴불견이로구나.
까만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리더니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라나 어색하기
짝이없어 차라리 등산복 차림이다.
속알머리 빠진 머리는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는 추워서 벙거지 뒤집어 쓰는데
손 발은 봄이오는 소리 모른척 시리구나.
전화 번호부에 등록한 이름은
하나둘 지위져 가고
누군지 알듯 모를듯한 이름은 삭제를 한다.
정기 모임 날자는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하며 친구들 얼굴 새기고
이름도 새겨 보며 손꼽아 기다려진다.
늙는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은 아마도
가을 논에 풍년들어 허리 굽혀 고개숙인
벼이삭을 말했는가 보다.
점점 늘어가는 것은 기침소리요
서랍장에는 자식들이 사다준
건강식품과 병원 약봉지 뿐이다
외출 하려면 행동이 느려지고
신발신고 현관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안경쓰고
나가다 돌아서 지갑찾고
마스크 챙겨서 나가는데
뭔가 불안해서 멈추니 핸드폰 두고 나왔다.
이쯤되니 혹여 치매인가 불안에 떨다가
하루 이틀 지냈더니 제자리 오락가락.
모임에 나갔더니 너도나도
그렇다 하니 정상이라 치부하고
그러려니 한다.
이제 뒤 돌아보니 가버린 시절 그립고
추억으로 가득한 지나간 날들이
인생의 가치였다.
<옮긴 글>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