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영장실질 검사를 통해서 구속여부가 결정이 나겠지만, 재계2위 그룹의 회장인 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경제적인 고려’를 우선시함으로써 유독 재벌회장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정회장은 28년 전에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으로, 아버지 고 정주영회장을 대신해 일차 옥고를 치른 바가 있어 이번이 두 번째 법의 심판을 받는 셈인데,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경영을 답습해 온 죄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회장은 현대차를 철저히 개인기업으로 생각하는 잘못을 범했다. 거기에서 모든 비리와 범법행위가 비롯되었다. 주식회사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함 탓이다. 주식회사는 주주 공동 소유의 회사인데 주식회사를 자신의 개인회사로 착각을 한 것이다. 이는 정회장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기업의 회장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일 것이다.
현대차는 정회장의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이 창업하여 깊은 애정을 가지고 키어 온 그룹이다. 현대차의 창업부터 경영과정에 이르기 까지 그의 동생 정세영 회장의 공이 지대하였으나,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고, 결국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론스타 소유의 스타타워 빌딩의 원래 소유주였던 현대산업개발을 정세영, 정몽규 부자에게 주고 그 대신 현대차의 소유권을 양도 받았다.
정주영회장의 동생인 정세영은 현대차에 피와 땀을 쏟는 각고의 노력으로,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현대차 신화를 일궈 낸 주역이었으며, 조카에게 현대차를 빼앗기는 그 순간까지도 현대차를 계속 경영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으나, 이미 늙고 힘없는 그의 형 정주영은 정세영에게 현대차를 물려 주겠다는 원래의 약속을 어기고, 그의 아들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결국 정세영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현대차를 창업하여 키어 온 것은 현대 그룹이며, 현대그룹의 소유주는 정주영이고, 그 정주영의 아들이 자신이라는 논리에 입각해서, 정몽구는 현대차를 사유기업으로 치부하였다. 현대차를 비록 창업을 했고 실제 소유주였지만, 주식 상장이 됨과 동시에 그 소유권이 주주들에게 분배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개인기업 소유주로 스스로를 착각한 그는, 주주들은 단지 투자자들일 따름이며 회사에 관한 모든 권리는 자신에게만 있다는 논리로 기업을 경영해 온 듯 싶다.
이에따라, 그는 여러 가지 범법행위들을 통해 주주들의 재산인 회사돈으로 무려 1,3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을 만들어, 마치 사금고에 있는 돈을 빼어 쓰듯이 거리낌 없이 불법적인 용도에 사용했고, 경영권 부당 승계과정에서 글로비스를 비롯한 정사장 소유의 여러 회사에 현대, 기아차의 물류를 몰아 주도록 하여 3,9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회사에 입혀, 결국은 주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 가도록 하였다. 그는 매달 5,000만원의 회사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회사돈을 소위 용돈으로 쓴 셈이다.
사실 이러한 범법행위는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일어 날래야 일어 날 수가 없는 전형적인 후진국형의 범죄로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땅히 극복해 내야 하는 행위들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자들이 기업을 개인 소유의 기업으로 착각하는 한, 이러한 불법적인 관례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범죄행위들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정회장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제논리’는 ‘법의 정의’에 항상 승리를 해 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역대의 정부와 검찰은 ‘삽으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계속해서 범해 왔으며, 그 결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호된 비난을 국민들로부터 받아 왔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통해 편법 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이나 불법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던 두산그룹에 대한 처리에서 보듯이 도대체 법의 정의는 간 데가 없고 오직 경제논리만 판을 쳤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재벌 껴안기의 쇼우’를 하면서 참여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에따라, 현대차 입장에서는 “똑 같은 죄를 저질렀는데, 누구는 불구속 수사이고 누구는 구속 수사냐, 누구는 유야무야 넘어 가고, 누구는 집행유예로 나오는데, 왜 정회장만 이리 호되게 처벌하려 하느냐”는 항의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검찰 입장에서는 아마 ‘유규무언’일 것이다. “어허, 이것 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허 참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하나? .....”. 검찰도 지은 죄가 있으니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법은 국민 모두가 똑 같이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법이란 것이 사회적 약자에게만 가혹하게 적용이 되고, 지도층 인사들, 소위 ‘화이트 칼러’ 범죄에 대해서는 가볍게 적용이 된다면, 누가 있어 그법을 지킬 것이며, 누가 있어 그러한 법 집행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검찰을 신뢰할 수가 있겠는가?
참여정부 들어서도 수많은 ‘화이트 칼러’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일부는 솜방망이 판결을 받고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갔고, 일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고서 거리를 활보 중이며, 또 일부는 가벼운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서도 감형되거나 사면되어 거의 모두 풀려 나왔다. 특히나 참여정부 출범에 공을 세웠으나 대선자금, 또는 정치자금에 연루되어 수감되었던 인사들이 특별사면을 받고 나온 즉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는 사례가 있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고 있다.
법의 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과연 죄가 있다는 말인가, 죄가 없다는 말인가? 노대통령의 생각은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무죄’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어쩔 수 없는 관행의 희생자들로 치부하여 면죄부를 주면서 대선당시의 일등공신들에게 사과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 인간적인 배려의 마음이야 익히 이해를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가 못하다. 최소한 조금의 냉각기라도 거친 후에 그들을 기용했어야지,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법의 정의가 각종의 고려에 의해서 왜곡되고 있다. 법은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일고의 고려도 없이 추상같이 적용되나, 소위 ‘돈 있고 빽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그 적용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 났다 줄어 들었다’ 한다. 이래서는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가 없다. 이래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법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똑같은 적용을 받아야 하며, 오히려 사회지도층의 비리는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훨씬 심하기에 더욱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일반국민들도 법의 정의로움과 불편부당함에 감복하여 법을 솔선수범하여 지킬 것이다.
하여튼 이번 정몽구회장 구속영장의 발부와 더불어서는 검찰이 모처럼 올바른 판단을 내린데 대해서 박수를 보낸다. 이런 사례가 앞으로 검찰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하나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현대, 기아차도 엄살을 그만 피우고, 이번 사건을 일인경영, 황제경영이라는 구석기 시대의 유산을 탈피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 진정한 도약을 향해서 나아가 주기를 바란다. 현대, 기아차가 정몽구란 한 사람이 없어서 경영이 되지 않는 그런 정도의 기업이라면 이번 기회에 도산하는 편이 더 낫다. 왜냐하면 정몽구란 유한한 존재는 언제라도 이 세상을 뜰 수가 있는데, 그 순간 현대, 기아차는 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몽구회장과 비교해서 그다지 깨끗하지 못할 대한민국의 모든 재벌 회장들, 기업주들이, 이번 정몽구 사건을 계기로 건전한 기업경영, 기업의 사회적 역할들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정회장의 구속효과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무쪼록 모든 경영자들이 정회장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건전경영을 함으로써, 선진화된 사회로 우리가 더욱 빨리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래 본다. 마지막으로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는 나의 마누님의 명언을 소개하련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이 된다는데.....”,
“구속이 되면 뭘해? 금방 다들 나오던데.....”
첫댓글거사님 말씀처럼 삼성은 그냥 넘어 갔으면서 현대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요..그나저나, 한국 재벌들의 잘못된 의식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법의 심판을 받은 대선 공신들을 냉각기도 갖지 않고 입각시킨 대통령을 비판하신 거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첫댓글 거사님 말씀처럼 삼성은 그냥 넘어 갔으면서 현대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요..그나저나, 한국 재벌들의 잘못된 의식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법의 심판을 받은 대선 공신들을 냉각기도 갖지 않고 입각시킨 대통령을 비판하신 거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