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일구는 텃밭] 31. 12월 20일 일기
여행이 주는 설렘과 시상(詩想) ▲ 이시향 시인
2014년 12월 21일 (일) 19:21:07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이번 주말에는 거제도로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느라 텃밭에 가지를 못했다. 여행기로 일기를 대신한다.
오랜만에 KT 다니는 고향 친구 덕에 처가 가족들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자신이 예약해둔 거제도 KT 수련관에 못 오게 되었으니 대신 가라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전화하고 장인 장모 동서와 처제도 함께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간다는 것에는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설레게 된다. 금요일 오후 5시에 출발해서 거가 대교를 거쳐 저녁 8시 30분 정도에 도착, 방을 잡았는데 저녁 먹을 곳이 없어 다시 차를 타고 근처 횟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회가 산지라 싱싱하기는 했는데 부산이나 울산보다 훨씬 비싼 것이 흠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아침을 먹고 동백꽃을 보기 위해 섬에서 배를 타고 다시 지심도로 가기로 하고 장승포 포구로 향했다. 어제 들어올 때 보았던 깜깜한 바다가 아닌 굴과 김, 미역 양식장이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농원이 정겹고 눈부시게 다가왔다.
섬(1)
이시향
고향은
나의 그리움이 아니라
어머니의 그리움이다
붙박이로 서서 기다려주는
어머니는 나의 섬.
배표를 끊고 탑승 시간이 남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오징어와 물고기를 말리는 풍경 넘어 앉아 있는 갈매기들의 눈매가 겨울처럼 차갑다. 만원을 주고 반건조 오징어 네 마리를 사서 구우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는지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다.
초가을 밤바다 수평선에 대낮처럼 환한 불이 켜지면 빛을 사랑한 오징어는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어부에게 잡히고 말지요. 그렇게 잡힌 오징어는 무거운 내장을 모두 비워내고 날개를 펴 줄줄이 태양을 동경하며 꼬들꼬들 말라간다.
장승포 포구에서 배를 타고 15분 들어가니 한자의 마음심을 닮은 지심도에 도착했습니다. 동백꽃은 어릴 적부터 아주 친숙한 꽃으로 작고 귀여운 초록 동박새가 수분을 도와 동백열매를 만들어 내고 그 열매로 기름을 만들어 머리에 말랐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동백꽃이 많이 피지 않아 산책 삼아 천천히 해안전망대와 섬 둘레를 둘러봤다. 직장에서 사진문예부원들을 데리고 왔던 곳이라 가족들의 안내자 역할을 하며 가는데 이 많은 동백나무의 동백꽃이 피면 정말 장관이겠다. 12시 30분 배를 타고 지심도를 빠져나오며 아쉬움이 밀려드는 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언제나 붉게 타오르는 가슴으로(동백꽃)
/이시향
하얀 눈발 서성거리는 추위
아랑곳없이 신비롭게 눈을 뜨는 붉은 열정
투 두둑 떨어내는 꿀단지
소년은 잰 놀림 입으로 가져간다
흥건한 단맛
호주머니 가득한 동백씨는
주일날 교회 가실 어머니 단아한
쪽 머리 반짝이는 기분 좋은 냄새
앙증맞은 소리
작고 귀여운 초록동박새 푸덕거림
겨우내 쉬지도 않고 꽃 피우는
동백나무 그늘 밑은
섬소년의 놀이터 달콤한 저장고
남녘 겨울이 따뜻한 것은
살에는 추위 세찬 바람에도
홀로 붉게 피어 달콤함 꿀 품어
마음 문 활짝 웃어 주는 동백꽃의
아름다운 사랑 때문인 게야!
2박 3일여정이었지만, 약속들이 있어 1박 2일로 만족하기로 하고 굴구이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을 많이 해서 피곤하기는 했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