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金鑢)-간성춘예(艮城春囈)(한양의 봄을 읊다)(다리밟기)
蚣蝮長橋幾處嵬(공복장교기처외) 기둥 놓인 긴 다리 몇 군데나 되나
新晴天氣瀞無埃(신청천기정무애) 맑게 갠 하늘엔 티끌 한점 없구나
如雲士女成群隊(여운사녀성군대) 선남선녀 구름같이 무리 지어서
百病消磨走一回(백병소마주일회) 온갖 병 쫓으려 한바탕 돌아다니네
*위 시는 “한시 감상 景경, 자연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藫庭遺藁담정유고)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대보름날 밤에는 남녀들이 무리 지어서 광통교(廣通橋)부터 다리밟기를 시작하여 온 성안의 돌다리를 두루 돌아다니는데, 이를 ‘온갖 병 쫓기’라고 하기도 하고 ‘다리밟기 놀이’라고 하기도 한다 합니다.
*김성애님은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 풍습을 읊은 김려(金鑢)의 연작시 「상원이곡(上元俚曲)」 25수 중의 하나이다. 원제는 「대보름 풍속 노래. 이현동의 시체를 본떠 지은 25수를 급히 써서 운루 유자범에게 보내다.[上元俚曲. 斅李玄同體二十五首, 走筆簡雲樓兪子範. 상원리곡. 효리현동체이십오수, 주필간운루유자범.] 」이다.
이현동(李玄同)과 유자범(兪子範)은 모두 저자의 절친한 벗으로 다 같이 낙산(駱山)에 놀러가기로 약조를 했었는데, 이날 저녁에 마침 저자가 병으로 가지 못하게 되어 밤새 잠 못 이루며 시를 지어 보낸 것이다. 각 수마다 정월 대보름 풍습의 자세한 내용이나 역사적 배경, 기원 등을 기술한 저자의 원주(原註)가 달려 있어 시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연작시에서는 약밥이나 말린 나물 먹기,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더위팔기, 달맞이 등 지금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민속놀이 외에 다리밟기, 용알 건지기, 풍년 빌기, 과일나무 시집보내기, 처용놀이, 돌팔매 싸움 등 이제는 민간에서 사라져가는 많은 풍속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다리밟기 놀이는 ‘주백병(走百病)’, ‘답교(踏橋)’, ‘주교(走橋)’ 등으로 불리는데,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誌)」,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서는 이 풍습이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려 시대부터 행해졌다고 한다.
대보름날 저녁에 온 도성의 남녀들이 몰려나와 광통교와 수표교 등에서 달구경을 하고 성내의 돌다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건너면 그 해의 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풍속은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적 분위기 속에서 일종의 축제처럼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 시에서도 서울에 기둥 놓인 다리가 몇 개나 되냐며 대보름 달빛 아래 남녀가 무리 지어 장안을 한바퀴 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다리밟기 풍습이 실제로 병을 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위가 풀린 대보름날 저녁 밝은 달빛 아래서 수많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리를 밟고 다니는 모습은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때문에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은 대보름날 다리에 한번 나가보는 게 어떨까 싶다. 달빛은 또 상대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술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김려[金鑢, 1766 ~ 1822, 본관 연안(延安). 자 사정(士精). 호 담정(藫庭)]- 조선 후기의 학자, 1791년(정조 15) 생원이 되고, 이후 청암사(靑巖寺) ·봉원사(奉元寺) 등에서 독서하다가, 1797년 강이천(姜彛天)의 비어(飛語)사건에 연루되어 부령(富寧)으로 유배되었다. 그곳에서 가난한 농어민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게 되어, 이것이 이후 그의 문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 그곳의 부기(府妓)와도 어울리며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시를 지어, 필화(筆禍)를 당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지방의 자제들을 교육하여, 그들이 겉만 화려한 벌열(閥閱)보다 우수함을 강조하고 벌열들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1799년 다시 필화를 당하였으며 이때 그의 저서가 대부분 분서(焚書)되는 화를 입었다. 1801년(순조 1) 강이천 비어사건의 재조사에서 천주교도와 교분을 맺은 혐의로 다시 진해(鎭海)로 유배되었으며, 그곳에서 어민들과 지내면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지었다. 이는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더불어 어보의 쌍벽을 이룬다. 1806년 아들의 상소로 유배에서 풀려나, 1812년 의금부를 시작으로 정릉참봉(靖陵參奉) ·경기전영(慶基殿令) ·연산현감을 거쳐 함양군수 재직중 죽었다. 패사소품체(稗史小品體) 문장의 대표적 인물로 이옥(李鈺) 등과 교유하였으며, 김조순(金祖淳)과 함께 《우초속지(虞初續志)》라는 패사소품집을 낸 바 있다. 저서에 《담정유고(潭庭遺稿)》 《담정총서(潭庭叢書)》 《한고관외사(寒皐觀外史)》 《창가루외사(倉可樓外史)》 등이 있다. ]
*蚣(공) : 지네 공, 여치 송, 1.(지네 공), 2.지네(지네강의 절지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3.(여치 송)
*蝮(복) : 살무사 복, 1.살무사(살무삿과의 뱀), 2.큰 뱀, 3.성(姓)의 하나
*嵬(외) : 높을 외, 1.높다, 2.높고 평평(平平)치 못하다, 3.산(山)이 험준하다(險峻--)
*埃(애) : 티끌 애, 1.티끌, 2.더러움, 3.먼지
첫댓글 정월 대보름 행사 중 하나 인 다리 밟기 놀이...
남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미팅 장소인가요....
저는 쥐불 놀이가 더 재미있던데...ㅎㅎ
ㅎ, 쥐불놀이 오래 전 생각나네요,
깡통도 돌리고, 그래서 불놀이야 라는 노래도 생겼나 봅니다,
회장님의 댓글에 감사드리고,
이번 주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