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사태 취약지역 279곳 중 민가 인접지역 68곳
경원고 등 산사태 피해 입은 와룡산 인근, 취약 지역 아냐
도심이라도 근처에 급경사지가 있다면 산사태 조심해야
지난 19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자락길. 인근에 있는 경원고등학교에서 18일 산사태가 발생해 현재 통제 상태다.
최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도심에서도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심지라도 인근에 급경사지 등 비탈면과 가까우면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지역도 산사태에 대비한 대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과 경원고등학교가 맞닿은 담장에는 '접근 금지'를 알리는 안전띠가 둘러져 있었다.
이 곳은 지난 18일 와룡산에서 무너진 토사가 밀려들면서 학교 건물 일부가 부서졌다. 와룡산 일대 주요 등산로들도 사고 발생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통제되고 있다.
이번 산사태로 경원고는 물론 와룡산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산과 가깝고 숲이 우거진 농촌 지역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산사태에 일어난 탓이다.
경원고와 담장을 맞대고 있는 소망모자원 관계자는 "산사태 발생 장소와 워낙 가까워서 서구청이 재난대책본부를 모자원 안에 꾸렸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서 "만약 모자원에서 산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와룡산과 5m 도로를 사이에 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안모(25) 씨도 "산사태가 일어난 뒤에야 '산길로 다니지 말고 산 쪽에 주차도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며 "지금까지 산사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는 비 오는 날 등산은커녕 산 근처에도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와룡산 일대가 지자체가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림청이 5년마다 위험 지역을 발표하면 지자체가 현장 조사를 진행한 후 지정한다.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집중 호우에 따른 재난에 대비하고자 시행됐다.
대구시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은 모두 279곳으로, 이 중 민가와 인접한 지역이 68곳(24%)에 이른다.
각 구·군별로는 ▷군위군 174곳 ▷달성군 44곳 ▷동구 42곳 ▷수성구 10곳 ▷북구 6곳 ▷남구 2곳 ▷달서 1곳 등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마을회관, 경로당 등 지정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그러나 토사가 붕괴된 와룡산 일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토사 유실 지역은 학교 부지에 포함돼 '산림'이 아니었고, 와룡산도 경사도와 토질 등이 취약 지역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이라도 인근에 급경사지가 있다면 산사태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산에서 주거지 쪽으로 흐르는 개울이 생긴다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그 개울이 토사의 이동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정해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우면산 산사태'가 서울 서초구 아파트 3층까지 덮쳤던 것처럼 도심지에서도 언제든지 산사태는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산사태 대피 매뉴얼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