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를 말한다. 이전 세포 독성 항암제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가 증식 및 성장이 빠르다는 이론적 배경 하에 세포대사를 억제하거나 세포 일정 주기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암세포를 조절했다. 하지만 실제 모발이나 혈액세포 등 정상적으로 세포의 증식 및 성장이 빠른 조직에 손상을 미쳐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던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정상세포에 영향이 있고 심한 경우 매우 드물지만 항암제 부작용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이 항암제에 대한 부작용을 두려워한다.
이런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2000년도 이후 암 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나오면서부터다. 대표적 약물은 글리벡으로 2007년 미국혈액학회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전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평균 생존기간이 3~5년에 그쳤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표적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글리벡을 사용함으로써 6년간 생존율은 95%로 월등히 높아졌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생성 및 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신호전달억제제, 암세포가 일정한 크기 이상의 성장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혈관형성을 차단하는 신생혈관형성 억제제, 암세포의 예정된 세포사멸을 유도해 세포증식을 차단하는 새로운 세포사멸 유도제 등으로 분류한다. 현재까지 사용할 수 있는 표적 항암제 약제들은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글리벡을 포함해, 유방암치료제 ‘허셉틴(Heceptin)’, 폐암치료제 이레사(Iressa), 신생혈관형성을 차단하는 표적항암제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Avastin) 및 신장암치료제 슈텐(Suten) 등이 있다.
세포독성항암제보다 효과 월등
심장기능저해 폐렴 부작용 내재
초기 표적항암제는 특정 표적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했지만, 최근에는 보다 우수한 효능을 갖기 위해 더 많은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다중표적항암제 개발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발암 경로의 차단과 암세포의 신생혈관생성을 동시에 차단해 기존 항암제에 실패한 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을 갖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다중표적항암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 표적항암제가 정말 암의 조절에 만능인 약일까? 표적항암제가 이전 세포 독성 항암제보다 월등하게 영리한 약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직 만능이라 할 수 없고 암 완치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첫째, 표적항암제를 투여하려면 암세포가 표적이 될 만한 지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 그 표적을 발현하는 암세포가 100%가 아니므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Heceptin)’은 표적 발현이 일어나는 25% 정도의 유방암 환자에게 투여한다. 둘째, 교활한 암세포는 표적항암제로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된 표적이 일시 저해됐다고 할지라도 결국 다른 우회도로를 이용하거나 그 표적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이상 표적항암제의 반응이 없게 한다.
결국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담당하는 표적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보다 더 많음이 시사되고 향후 다단계로 우회도로의 차단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표적항암제라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유방암 ‘허셉틴(Heceptin)’은 고령이나 기존에 혈압이 있었던 환자에게 심장 기능 저해를 일으킬 수 있고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투여초기 치명적인 간질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김도연 / 동국대 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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