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쯤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남부소방서 학익119안전센터 2층 식당에 잔칫상이 차려졌다. 한석훈(43) 센터장이 "박 반장의 현장 복귀를 축하합니다"고 외치자 소방대원 10여 명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고 답하고 악수를 청하는 박주원(36) 소방교의 오른손에는 화상 흉터가 아직도 선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불을 끄러 갔다가 온몸에 2∼3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지난달 27일 화재현장에 다시 출동했다. 10개월여 만에 출동한 박씨는 "10분 만에 진화된 놀이터 화재였지만 5년 전 처음 출동할 때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검은 연기를 보는 순간 지난해 사고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2시 30분쯤 박씨는 인천 남구 용현동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키보다 큰 종이박스들을 헤치며 발화점인 냉장고 완제품 창고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며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온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박씨는 "급격한 연소 확대로 실내에 불이 확 번지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현상'이었다"며 "동료들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큰 화상을 입은 박씨는 이날 오후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침대 위에서 "오늘 오후에 아내와 우리 아들 예준이 백일 사진 찍기로 했는데…"라며 울부짖었다.
동료 소방관으로부터 남편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아내 이행은(29)씨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수술비도 없었다. 사정을 들은 인천 지역 소방관들이 성금을 모아 수술비를 댔다. 그러나 아내 이씨는 갓난아이를 두고 남편 간호에 매달릴 수 없었다. 그때 센터 동료들이 "우리 대신 다쳤으니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박씨 간호에 나섰다. 아내 이씨가 한사코 사양했지만 센터 직원 20여명은 교대로 비번날 휴식을 반납하며 센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한강성심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매일 동료들이 와서 옷을 갈아 입히고 소변까지 받아줬다"고 했다. 화상 부위에 약을 바르거나 밥을 먹이는 일도 동료들 몫이었다. 지난 1월 초 정성민(46) 부센터장은 남편 사고에 놀란 이씨가 모유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씨에게 족발을 사다 먹였다.
박씨는 빠르게 회복돼 사고 두 달 만인 지난 2월 초 퇴원해 3월 다시 출근했다. 하지만 화상 부위가 다 아물지 않아 내근만 했다. 사고 이후 불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겼다. 박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아 사고 현장 근처만 지나가도 악몽이 떠올랐다"고 했다. 낮에는 동료들 몰래 홀로 펌프차에 앉아 의자 위에 씌워진 방화복을 만져봤고, 밤에는 현장에 나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설쳤다. 김황희(27) 소방사는 "우리가 출동했다 돌아오면 선배는 매번 미안하다 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이번에는 박씨의 현장출동을 돕기로 했다. 정 부센터장은 "다시 현장 나가려면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며 센터 2층에 마련된 런닝머신 위에서 걷기 운동을 시켰다. 비번날에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박씨를 불러내 족구, 축구를 했다. 박씨는 "재활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적도 있지만 동료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꾸준히 재활운동을 할 수 있었고, 불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이를 가상히 여긴 한석훈 센터장이 드디어 "현장에서 두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던 박 반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박씨를 현장 출동조에 포함시켰다. 박씨가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동료들은 "이렇게 잘 이겨내다니 대한민국 소방관답다"며 다시 현장출동을 할 수 있게 된 박씨를 축하해줬다. 박씨는 "그날 밤 센터 화장실에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다시 출동에 나선 지 2주 만에 박 소방교는 현장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는 "조금 떨리긴 하지만 불을 끄고 돌아오는 길이 뿌듯한 걸 보면 나는 역시 현장 체질"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이날 마련된 현장 복귀 축하 파티에서 다시 한 번 동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제보다 더 깊은 정으로 저를 돌봐주신 동료 여러분들께 제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소방관들은 화상 입어도 아무런 지원이 없대요. 자기 실수로 다친 거로 처리돼서 사비로 해야한다더군요. 진짜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야기의 소방관 아저씨, 무사히 회복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좋은 동료들을 두셨어요... 자기 먹고 사는 거에도 바쁜 요즘 세상에, 직장에서 저런 동료애 보기가 힘든데....
첫댓글 울나라 소방관들 안전장비 괜찮은 건가요..? ㅠㅠ 목숨걸고 좋은 일 하는 분들인데.. 연봉도 마니 주고.. 장비도 좋은 거 주고 했음 좋겠어요. 마음이 짠하네요.. ㅠㅠ
정말 위험하고 훌륭한 일을 하시는분들인데 진짜 대우를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런거 볼 때 마다 화나. 누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목숨 바쳐가며 인명구조하고 누군 앉아서 주둥아리 하나로 수십조 날려먹고. 누군 살리고 누군 죽이고.
짝짝짝 소방관이 제일 근무환경이 안좋다고 하던데.. 제대로 대우해줬으면 좋겠네요
소방관들은 화상 입어도 아무런 지원이 없대요. 자기 실수로 다친 거로 처리돼서 사비로 해야한다더군요. 진짜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야기의 소방관 아저씨, 무사히 회복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좋은 동료들을 두셨어요... 자기 먹고 사는 거에도 바쁜 요즘 세상에, 직장에서 저런 동료애 보기가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