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멜 깁슨의 스튜디오에 있는 어둑어둑한 회의실. 예수님이 처형되는 소름끼치는 장면이 거칠고 생생하게 나의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sion of The Christ)의 미완성 컷을 보고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마치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그 사건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독서와 연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나의 마음은 역사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영화가 준 감정적인 영향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일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25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할
주지주의적인 경향을 지닌 영적 회의론자였던 나는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곤 했다. 단지 예수는 나중에 신격화된 한 인간에 불과하며, 죽음은 나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죽으면 썩어 없어질 것이며, 자아 역시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무신론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에 동의했었다.
그러던 중 나의 아내가 기독교인이 되었다. 내게 별로 탐탁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달 만에 그녀에게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나는 점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저널리즘과 법률 분야에서 받은 훈련을 활용하여 과연 기독교에 어떤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해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카고 트리뷴>지의 법률 분야 편집자였던 내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역사를 탐구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나는 나사렛 예수의 수난 및 부활에 관한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예수의 부활이 목격되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가 과연 진실로 십자가에서 죽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여러 자료들을 섭렵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증거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예수의 죽음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두 손과 두 발에 박혔던 못들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의 옆구리에 난 상처는 어떠했는지 심지어 그의 사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의 머릿속은 로마인들이 행한 소름끼칠 정도로 효과적인 처형 방식에 관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2년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 끝에 한 가지 확신을 얻게 되었다.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주장을 입증한 것”이라고. 나는 그 사실에 복종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나를 용서해 주시는 분이자 나의 리더로 받아들였다.
고양이, 참새 한 마리보다 못한 하나님
그러나 그 모든 연구와 조사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서적이며 감정적인 차원에서 예수님의 수난이 지닌 영향력에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멜 깁슨의 영화가 지닌 시각적인 강렬함 때문이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수난>을 감상한다면, 그 영화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 영화는 십자가 형벌의 실상을 보여주며 여러분의 오감(五感)에 폭격을 가할 뿐 아니라, 많은 질문을 품게 만들 것이다. 혹 보지 않는다 해도 영화에 대해 신문, 방송, 잡지 등에서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오를 것이다.
‘도대체 예수를 누가 죽였는가?’
‘예수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는가?’
‘예수는 왜 고난을 당하고 죽임을 당했는가?’
‘부활은 무엇을 성취하였는가?’
‘이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동 저자인 개리 풀과 나는 공격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여러분이 다른 구도자 및 기독교인들과 함께 이러한 화제들, 혹은 쟁점들을 탐구해 보도록 도와줄 토론 가이드를 만들었다. 공격적이지 않은 분위기란, 모든 관점과 사실들이 전부 환영받는 분위기를 말한다. 서로를 흥분시키며 서로의 생각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과정을 통해, 여러분의 삶에서 예수님이 지니고 있는 유의미한 관계에 대해 최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확실한 대답들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멜 깁슨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을 때, 나는 그에게 그리스도가 당한 수난의 혹독함에 대해 내가(혹은 그의 영화를 보는 다른 어떤 사람이라도) 얼버무리면서 넘어가지 못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도로시 세이어스가 말했듯이, “고양이 한 마리가 참새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하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이 주일마다 하나님을 죽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스스로 결정하라
멜 깁슨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준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묘사 때문에 아연실색했든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에 자극을 받았든지 간에,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 바란다. 멜 깁슨도 이렇게 말했다. “나의 소망은 누구든지 들어와서 그 영화를 끝까지 견디며 관람한 후 자리를 떠나면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서면서 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나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고 분석하며, 공부하고 묵상하며, 논쟁하고 따져보며, 생각이 깊어진 다음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라. 그리고 여러분이 이 여정을 가는 동안, 끊임없이 이 말을 기억하라. ‘하늘의 하나님과 모든 천군 천사와 성도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
글 ․글 리 스트로벨 (Lee Strobel)
리 스트로벨(Lee Strobel)은 예일대 법대를 졸업하고 <시카고 트리뷴>지에서 법률 분야 편집자로 일했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뒤늦게 기독교에 귀의한 후 활발한 전도 및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예수는 역사다」, 「특정 믿음 사건」 등 12권의 저서가 있다.
※이 글은 윌로크릭교회에서 발간한 Experiencing the Passion of Jesus의 서문으로 (사)두란노서원에서 번역 출간한 「Passion of Christ」의 서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