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9. 23. 토요일.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 거실로 들어선 아내가 나한테 택배상자를 내밀었다.
오는 9월 29일 추석이 다가온다고 누가 나한테 선물했나?
의아심이 생겼다.
'한국국보문학' 사무실에서 월간 문학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보다 6 ~7일 더 빠르다.
아무래도 추석(9월 29일) 연휴기간(6일간)과 겹치지 않도록 국보문학협회에서 미리 서둘러서 발송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빠르게 문학지를 읽게 되었기에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밤중에 문학지를 찬찬히 읽다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중국 한자말이 무척이나 많은 어떤 수필을 읽다가는 묻고 싶었다.
'글 안 다듬었어요?'
중국인 공자 맹자 가르침의 유교철학에 관한 내용이 잔뜩 들었으나 나한테는 별로이다.
- 가정에서 자녀를 귀한즐만 알아 ...
- 인간이 인간답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윤리절학인 오룰(五倫)과 삼강(三綱)을...
- 구부러진 인성을 되찾아 주지아니하는한 금수로 변하여...
- 사랑하는 자식이거든 훼초리를 많이 치고...
나는 글 읽으면서 어색하고 틀린 곳에 연필로 표시를 한다.
이번 호에서도 표시를 잔뜩 했으니 훗날 이 책을 남한테 무심코 선물할까 봐 벌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된다.
2.
점심 뒤에도 나는 밤 껍질을 벗겨냈다.
오후 3시 50분까지.
껍질 벗기는 작업은 완전히 끝났다.
반 식기(食器)도 안 되는 작은 양의 못난이들은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는 남겼고, 나중에 고구마를 삶을 때 함께 쪄서, 작은 알밤을 먹어야 할 터.
일전 나는 시골집에서 며칠간 머물렀다.
선산 묘지의 풀을 깎는 벌초행사에 참가해야 했다.
벌초꾼 셋과 사촌동생은 풀 깎는 기계를 힘겹게 밀고 당기고, 또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는 산소 주변의 풀을 깎았고, 나이 많은 친척과 나, 며느리들은 갈퀴로 베어낸 풀을 긁어서 걷어냈다.
나는 지난해까지는 무거운 예초기를 등에 짊어진 채 풀을 깎았으나 올해에는 갈퀴질이나 했다.
올봄부터 내 등허리가 활처럼 휘어져서 아프기 시작했고, 가을인 지금도 통증은 계속 이어진다.
* 올봄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으로 병원 2곳에서 보름 가까이나 치료받은 뒤로부터 허리뼈가 유난스럽게 아프기 시작했다.
벌초행사가 끝났기에, 나는 내 집으로 들어오는 마을 안길을 청소했다.
풀 깎는 기계(예초기)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는 길섶의 풀을 깎았고, 대나무빗자루로 풀 깎는 흔적을 쓸어내서 청소를 깔끔히 했다.
등허리가 가뜩이나 아픈데도.... 내 밭 사이로 낸 마을 안길이기에 동네사람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땅 주인인 내가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청소를 해야 했다.
내 텃밭, 담부리밭에 들어서서는 밤나무 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밤송이를 주웠다.
나는 정년퇴직한 뒤에 텃밭 세 자리에 매실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등 400여 그루를 심었고, 특히나 감나무 180여 그루는 완전히 실패했다. 담부리밭이다.
감나무 재배에 실패한 뒤에 나는 밤톨을 땅에 묻어 새싹을 틔웠고, 실험 삼아서 묘목을 만들어서 담부리밭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묘목을 심은 지가 얼마 안 되어 수령이 무척이나 짧기에 애송이 밤톨이 달리기 시작한 지도 몇 해 안 된다.
땅에 떨어진 밤톨이 작다는 뜻.
내가 바쁘게 주워서 서울로 가져온 밤톨.
정말로 못났다. 하도 자잘하고, 작아서 밤껍질을 벗겨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힘이 들었다.
그래도 사흘 째 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도 작은 칼로 벗겨냈다.
콩알보다 조금 더 크다라고 여길 정도로 잔챙이, 못난이다.
내가 3일간 애써 벗긴 알밤 양은 얼마되지 않았다.
내가 시중에서 산다면?
아마도 4만 원 정도 남짓하겠다고 추정했다.
3.
오늘 오후 4시가 훨씬 지나서야 운동 삼아 서울 송파구 잠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석촌호수 서호로 나갔다.
서호 도착 직전에 도로 건너편( 삼전동)에 있는 산림조합중앙회 건물 앞 도로변에서 추석맞이 상품을 파는 임시매장이 개설치된 것을 보았다.
차례용 제수용품인 밤 대추 곶감 등이 진열되었다.
한약재 재료인 나무뿌리(엄나무, 꾸지뽕나무와 겉껍질)도 있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알밤.
밤톨이 무척이나 크다. 1kg 1만원.
석촌호수 한 바퀴(2,562m)를 천천히 돌고 난 뒤에 '산림조합중앙회' 건물 도로변으로 다시 가서 아까 눈여겨보았던 생밤 1kg를 샀다.
1만원.
바로 코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고, 이내 내 집으로 들어왔다.
생밤 1kg은 밤은 몇 톨일까 하면서 헤아렸다. 47개. 내가 추가로 하나 얻었으니 총숫자는 48개.
밤 한 톨에 208.33원씩이다.
집으로 들어선 뒤 아내한테 밤 사 왔다고 말하니 아내의 표정이 심상하지 않았다.
지청구가 곁들였고 ...
'밤 있잖아요? 그거 왜 사 와요? 냉장고, 냉동고에 들어갈 공간이 전혀 없어요.'
나는 변명했다. 밤이 몇 개인지를 확인하려고 샀다라고 말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서 내 눈꼬리가 표독하게 돌변하니 그제서야 아내가 말꼬리를 사린다.
나도 돈이 귀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생밤을 구입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1만원이면 생밤이 몇 톨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일전 내가 시골 텃밭에서 주워서 서울로 가져온 못난이 밤을 장에서 사면 얼마쯤 지불해야 할까 등을 계산/확인하고 싶었다.
산림조합중앙회 건물 앞에서 임시로 개설한 추석맞이 식품, 선물이 훨씬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산뽕나무 뿌리, 꾸지뽕나무 뿌리, 누릅나무 껍질, 음나무 가지, 헛개나무, 두충나무, 산사나무, 산수유 열매 등 건강식품과 한약재가 제법 많다.
2023. 9 23. 토요일.
나중에 보탠다.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