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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규
홍천 반곡초 교사 |
지난 겨울 한 연수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교사로서의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바로 ‘지랄 총량의 법칙’이다. 김두식 교수님의 『불편해도 괜찮아』 라는 책에 따르면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이다. 사람마다 그 지랄의 양과 종류는 다 다르지만 어쨌든 사람은 누구나 다 그 총량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나는 아이들을 보며 모든 선생님의 공통된 숙제인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선생님인 ‘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 그 해결 실마리를 조금 찾은 것 같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욕구의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그래서 해결의 중심은 선생님인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하느냐 였다. 아이들이 스스로 욕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함으로써 소위 우리가 말하는 ‘문제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올해 아이들의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서 아이들의 욕구를 인정해주고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했다.
올해 우리 반의 남자아이 한 녀석은 너무 산만해 수업을 방해하고 아이들과 사소한 다툼이 많았다. 알고 보니 몸에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한데 그 욕구를 학교에서 표현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의 그러한 욕구를 인정해줬고 적당한 선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음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소개하자면, 몸을 흔들면서 신 나게 노래 부르는 그 녀석. 흥이 나니 음정 과 박자까지 무시하며 악을 쓰면서까지 노래를 부른다. 또 노래에 있지도 않은 후렴구까지 자기 마음대로 갖다 붙인다. 다른 아이들은 웃겨서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한다. 예전 같았으면 혼냈을 법한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칭찬해줬다. 우리 OO가 노래를 아주 열심히 부르고 몸으로 표현까지 하네~. 얘들아~ 음악 시간에는 OO처럼 음정 박자 놓치더라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배워라~”.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향해 박수를 쳐 주고 “오~~.”하는 환호성 까지 해준다. 내 목은 조금 아프지만 한바탕 웃으며 즐거운 수업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그 녀석을 불러서 이야기했다. “OO야, 열심히 하고 친구들 즐겁게 해줘서 수업 분위기를 좋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그런데 40분 내내 그러거나 조금 지나치면 방해가 될 수도 있어. 네가 그 선만 잘 지키면 우리 반에 너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부탁하면 조금 자제해 줄 수 있냐?” 그 녀석은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수업시간 마다 내 부탁을 한마디에 바로 지키면 그게 어디 아이일까? 수업시간에 자주 그런 흥을 자제해달라는 내 부탁을 몇 번이나 어겨 혼나기도 하고 상담도 했지만, 학기 초 보다 정말 많이 좋아진 모습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이해하고 어떤 점에서 잘못된 행동인지 스스로 깨닫는다. 덤으로 나에게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전담 선생님께도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나오는 게 신 난다고 한다. 학교가 재미있다는 그 녀석,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위에 소개한 사례는 간간이 있는 긍정적이고 좋은 일만 소개한 것이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나 자신에게, 아이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을뿐더러 매일 반복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의 긍정적인 욕구해결, 즉 긍정적 ‘지랄’을 통해서 모두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아이들과 나 모두 이 ‘지랄’들을 더욱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