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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복지역(蝙蝠之役)
박쥐구실.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는 줏대 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蝙 : 박쥐 편(虫/9)
蝠 : 박쥐 복(虫/9)
之 : 갈 지(丿/3)
役 : 부릴 역(彳/4)
이익이 없으면 이 핑계 저 핑계로 회피하나, 이익이 보이면 서슴없이 붙좇는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의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박쥐는 모습은 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막이 있어 날 수도 있다. 쥐도 새도 아니면서 편리한 대로 양쪽 편에 모두 낄 수 있다. 중국에선 의외로 행복의 상징이라며 편복(蝙蝠) 외에 나타내는 말이 긍정적이다. 낮에는 엎드려 있고 날개가 있다 하여 복익(伏翼), 비서(飛鼠)에서 선서(仙鼠), 천서(天鼠)라고까지 이른다.
서양에선 박쥐를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우리나라서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박쥐구실이란 말이 생겼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줏대 없는 행동을 말한다. 교묘하게 변명을 하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오가는 절개 없는 사람, 기회주의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시가나 중국의 작품을 평론한 외에 130여 종의 우리 속담을 수록한 책으로 보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는 책이다. 이야기를 간추려보자. 새들끼리 모여 봉황을 축하하는 자리에 박쥐가 불참했다. 봉황이 박쥐를 불러다 부하이면서 축하도 해주지 않고 거만하다며 꾸짖었다. 박쥐는 네 발 가진 짐승인데 새들 모임에 왜 가느냐고 도로 반박했다.
얼마 지나 이번엔 기린을 축수하는 잔치가 있었는데 온갖 짐승들이 다 모였어도 박쥐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다 어찌 축하잔치에 안 올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박쥐가 이번에는 새인데 왜 짐승들의 잔치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보였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
조선 전기의 대학자 서거정(徐居正)은 '편복부(蝙蝠賦)'에서 이런 박쥐를 애틋해한다. "쥐 몸에 새 날개, 그 형상 기괴하다, 낮 아닌 밤에만 나다니니, 그 종적이 음침하고 창황하다."
身鼠而翼鳥兮 何形質之怪奇而難狀也
(신서이익조혜 하형질지괴기이난상야 )
不晝而卽夜兮 何蹤跡之暗昧而惝恍也
(부주이즉야혜 하종적지암매이창황야).
그러면서 홀로 조용히 살 수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우린 편복지역(蝙蝠之役)하지 아니한가
새해가 밝으면 누구나 한해동안 살아갈 마음가짐을 다잡곤 한다. 지난 한해 동안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사회공동체를 위해 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내 기억엔 좋았던 순간 보다는 나빴던 순간이 남아 있는 듯 하다. 그 주인공이 필자건 아니건 말이다.
우리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족을 구성하고 있고, 경제적 활동을 위해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돼 있다. 그리고 그러한 조직들이 모여 사회공동체를 구성하고, 국가 전체를 구성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각자는 역할이 있고, 책임이 있다. 비록 그 역할이 크고 작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할에 대비한 파급력에는 차이가 없을 것.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면 파급력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터다.
최근 술자리에서 만난 기업 대표가 이런 말을 하더라. “크지도 작지도 않은 회사인데 회사 운영이 힘들다. 소위 윗대가리(웃대가리)들의 성향을 이용해 요리조리 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박쥐와 같더라”
“직원들 모두에게 권한을 주고 그 권한에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라고 해도, 막상 이슈가 생기면 입을 닫고 ‘나몰라라’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모든 조직은 수십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객체들이 만난 조직이다. 물레방아 돌 듯 잘 돌아가면 다행이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켜야 할게 있지 않겠는가. 회사는 권한과 책임에 맡게 돈을 지불하는 조직이다. 그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면 회사는 낭비를 하는 것이고, 생산성과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옛 고사성어에 ‘편복지역(蝙蝠之役)’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편리한 대로 요리조리 책임을 회피하는 인물을 풍자한 고사성어다.
설화를 살펴보면 새들끼리 봉황을 축하하는 잔치에 박쥐만 빠졌다. 봉황이 박쥐에게 “네가 내 밑에 있으면서 어찌 거만할 수가 있느냐?”고 물으니, 박쥐가 “나는 네발 가진 짐승인데 너같은 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고 하더라.
그 뒤 기린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그런데 네발 짐승들이 다 모였으나 프로불참러 박쥐만이 오지 않았다. 이번엔 기린이 박쥐를 불러 또 꾸짖었다. 그러자 박쥐는 “나는 이렇게 날개가 있는데 네발 짐승들의 잔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 보였다.
여기서 박쥐는 기회주의자로 비유된다. 이익이 없으면 이 핑계, 저 핑계로 회피하고, 이익이 보이면 서슴없이 붙어버리는. 한탄하던 그 대표 회사에 이러한 인물이 있나 싶더라.
거하게 취한 자리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지난해 날 보는 시선이 저러지는 않았을까” 반성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2023년 말에 올 한해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좋은 순간이 남아있길 기원하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편복지역(蝙蝠之役)을 새겨본다
내로남불이라고 했던가? 요즈음 사회는 이러한 자기위주의 철저한 사람이 제법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반 질서주의 사고(思考)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에 편승하여 편복지역이란 말을 들여다 보자
蝙蝠(편복)은 박쥐를 표현한 한자어다(蝙:박쥐편, 蝠:박쥐복) 따라서 蝙蝠之役(편복지역)은 박쥐의 역할을 의미한다.
박쥐의 모습은 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막이 있어 날 수도 있다. 쥐면서도 새 역할을 할 수 있고, 새이면서 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편리한 대로 양쪽 편에 모두 낄 수 있는 게 박쥐인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의외로 다산(多産)과 복(福)을 상징하기도 했다.
한 예로서 조선시대에 여인들의 노리개에 박쥐형상이 있고, 경대(요즈음의 화장대)나 조선백자그림에 박쥐문양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 서양에선 박쥐를 마녀의 상징이나 악마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왔다 갔다 하는 기회주의자의 상징으로 박쥐를 싫어한다. 그래서 박쥐의 구실이란 말이 생긴듯하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줏대 없는 행동이나 교묘하게 변명을 하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오가는 절개 없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조선중기(숙종4년) 홍민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박쥐에 대한 우화(寓話)가 꽤 설득력이 있다.
새들끼리 모여 새들의 으뜸인 봉황을 축하하는 자리에 박쥐가 불참했다. 봉황이 박쥐를 불러다 ‘부하이면서 축하도 해주지 않고 거만하다’며 꾸짖었다. 박쥐는 오히려 ‘네 발 가진 짐승인데 새들 모임에 왜 가느냐!’고 도로 반박했다.
얼마 지나 이번엔 지상동물의 으뜸인 기린을 축수하는 잔치가 있었는데 온갖 짐승들이 다 모였어도 박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다 ‘어찌 축하잔치에 안 올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박쥐가 이번에는 ‘새인데 왜 짐승들의 잔치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날개를 펼쳐보였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에서 미움을 받게 되어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
조선의 대학자 徐居正(서거정)은 ‘蝙蝠賦(편복부)’에서 박쥐를 이렇게 표현했다. ‘쥐 몸에 새 날개, 그 형상 기괴하다, 낮 아닌 밤에만 나다니니, 그 종적이 음침하고 창황하다(身鼠而翼鳥兮 何形質之怪奇而難狀也 不晝而卽夜兮 何蹤跡之暗昧而惝恍也) 그러면서 홀로 조용히 살 수 있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이나 공무원, 사회전반에서 처세에 대한 흐름이 꼭 편복지역을 연상케 한다.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요리조리 발뺌을 하거나 말을 바꾸는 것을 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즈음 대기업을 옥죄이고 대기업 죽이기 하다가 경제가 밑바닥을 치니 규제개혁, 투자유치 등 대기업에 정책(일자리 창출 등)을 구걸한다는 비난이 일고, 탈 원전정책, 남북문제 등 많은 정책에 혼선이 오히려 국민을 헛갈리게 하는 형상이라고 국민들은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잘못을 알면서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땜질 처방과 다른 사건을 확충호도해서 국민들의 관심의 집중을 피하려는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의 가련한 몸부림도 볼 수 있다.
얕은꾀와 천박한 핑계는 오히려 반감을 부채질하는 촉진제(促進劑)요 자기 몸을 망가뜨리는 독소(毒素)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知足不辱 知止不殆(지족불욕 지지불태) 곧 만족 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창피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라고 이 시대 욕심과 자기과시가 만연된 세상을 일찍부터 경고하고 있다. 또한 한비자는 右手畵圓 左手畵方 不能兩成(우수화원 좌수화방 불능양성)이라했다 곧 오른 손으로 원을 그리고, 왼손으로 네모를 그린다면 둘 다 이룰 수 없다
국민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편복지역이나 이장폐천이 아닌 “만리 밖에 큰 바람이 불어와도 산은 움직이지 않고, 천년동안 고인 바닷물은 측량 할 수 없다(萬里風吹山不動 千年水積海無量)”는 옛 한시(漢詩) 한 구절을 인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한 뚜렷하고 올바른 처세를 기대해 본다.
▶️ 蝙(박쥐 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扁(편)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蝙(편)은 ①박쥐를 뜻하는 글자이다. 용례로는 박쥐로 박쥐목의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편복(蝙蝠), 박쥐구실로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는 줏대 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편복지역(蝙蝠之役) 등에 쓰인다.
▶️ 蝠(박쥐 복)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畐(복)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蝠(복)은 ①박쥐 ②살무사(살무삿과의 뱀)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박쥐로 박쥐목의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편복(蝙蝠), 박쥐구실로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는 줏대 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편복지역(蝙蝠之役)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役(부릴 역)은 ❶회의문자로 伇(역)과 동자(同字)이다.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 길)部와 殳(수; 무기나 대나무 몽둥이를 손에 듬)의 합자(合字)이다. 몽둥이를 들고 빙빙 돌며 걸어다니는 경비(警備)의 뜻이다. 다시 사역(使役)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役자는 '부리다'나 '일을 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役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役자는 彳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役자의 갑골문을 보면 彳자가 아닌 人(사람 인)자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뒤로는 몽둥이를 든 손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일을 시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役자는 본래 노예를 부린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였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人자가 彳자로 잘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役(역)은 (1)영화(映畫)나 연극(演劇) 등에서 배우(俳優)가 맡아하는 소임(所任) (2)특별히 맡은 소임(所任) (3)징역(懲役) (4)병역(兵役) 부역(賦役) 조제 등을 두루 이르는 말 (5)아전(衙前)이나 노비(奴婢)가 공공(公共)이나 관가(官家)의 일을 맡아보아야 할 의무(義務) 등의 뜻으로 ①부리다, 일을 시키다 ②일하다, 힘쓰다, 경영하다(經營--) ③줄짓다, 죽 늘어서다 ④골몰하다(汨沒--) ⑤낮다, 천하다(賤--) ⑥일, 육체적 노동 ⑦부역(負役), 요역(徭役) ⑧일꾼, 남의 부림을 받는 사람 ⑨직무 ⑩싸움, 전투(戰鬪) ⑪전쟁(戰爭) ⑫수자리 ⑬병사(兵士), 병졸(兵卒) ⑭제자(弟子), 학도(學徒) 등에 쓰인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부릴 사(使)이다. 용례로는 제가 하여야 할 제 앞의 일을 역할(役割), 힘든 일을 역무(役務),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를 역사(役事), 공사장에서 삯일을 하는 사람을 역군(役軍),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을 역도(役徒),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을 역부(役夫),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으로 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음을 이르는 말을 형역(形役), 물재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용역(用役), 군에 입대하여 실제로 근무를 하는 병역 또는 그 사람 또는 지금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현역(現役), 백성이 의무로 군적에 편입되어 군무에 종사하는 일을 병역(兵役), 매우 힘드는 일을 고역(苦役), 매우 힘이 드는 일을 가역(苛役), 어떤 일의 중심이 되는 역할 또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주역(主役), 공역 이외의 여러 가지 일을 잡역(雜役), 매우 수고로운 노동을 노역(勞役), 남을 부려 일을 시킴이나 어떤 작업을 시킴을 받아 함을 사역(使役), 연극이나 영화 따위에서 악인 노릇을 하는 구실을 악역(惡役), 군에서 다른 역종으로 바뀜을 전역(轉役), 나라나 공공단체가 대가 없이 백성에게 의무적으로 시키는 노역을 부역(賦役), 나라에서 의무로 지운 일에 복무함 또는 징역을 삶을 복역(服役), 국가나 공공단체가 과하는 병역이나 부역 따위를 공역(公役), 연극이나 영화의 대수롭지 아니한 말단의 역 또는 그 역을 맡은 사람을 단역(端役), 모든 잡역을 면제하여 줌을 일컫는 말을 물침잡역(勿侵雜役),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하는 부역을 일컫는 말을 대동지역(大同之役), 짐을 지는 일로 막벌이 일을 일컫는 말을 담부지역(擔負之役), 남종과 여종의 일을 일컫는 말을 복첩지역(僕妾之役), 물욕 때문에 도리어 물건에 부림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이신역물(以身役物), 한 몸으로 두 가지 일을 맡음을 이르는 말을 일신양역(一身兩役), 한 사람이 두 가지 구실을 맡음을 이르는 말을 일인이역(一人二役), 하룻낮 동안 들이는 수고를 일컫는 말을 종일지역(終日之役), 남보다도 더 고통을 받으면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편고지역(偏苦之役), 물을 긷고 절구질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살림살이의 수고로움을 이르는 말을 정구지역(井臼之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