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유독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나요? 이는 단순히 조절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가진 사회적 어려움과 제한된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Q. 선생님,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은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 문제로 속이 타들어가서 글을 올립니다.
우리 아이가 언제부턴가 핸드폰에 완전히 빠져서 살아요. 학교 다녀오면 방에 틀어박혀서 자기 좋아하는 영상만 계속 반복해서 보거나 게임만 합니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건 힘들어하면서, 핸드폰 세상 속에서는 한시도 나오질 않으려고 해요.
핸드폰을 뺏으려고 하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고 불안해해서 억지로 뺏지도 못하겠습니다. 원래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한 가지에 꽂히면 이렇게 심하게 집착하는 건가요? 아니면 핸드폰 때문에 아이의 사회성이 더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건지 피가 마릅니다.
자폐가 있는 아이의 핸드폰 중독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야 할까요? 부모인 제가 어떻게 도와줘야 아이가 핸드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온종일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막막하고 걱정이 크셨을지, 부모님의 애타는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위로를 전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에 비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훨씬 더 쉽게, 그리고 깊게 빠져드는 현상은 실제 연구를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비율은 23.9%인 반면, ASD 청소년은 그 비율이 40.0%에 달할 정도로 중독 취약성이 높게 나타납니다.
부모님께서 "자폐 성향 때문에 더 집착하는 것인지" 궁금해하셨는데, 부모님의 예리한 관찰이 맞습니다.
일반 아이들의 경우 우울증이나 ADHD 같은 다른 심리적 요인이 인터넷 중독의 주된 원인이 되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자폐 특성 자체가 인터넷 중독의 직접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자폐 성향이 높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은 대면 상호작용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하고 덜 요구적인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이 꽂힌 '제한되고 반복적인 관심사(RIRBs)'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통제하며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이가 일상에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느낄 때, 이를 조절하기 위한 대처 수단으로 스마트폰에 더욱 매달리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뺏길 때 자지러지게 불안해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을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유일한 안전 기지이자 감정 조절 수단을 잃는 것에 대한 극심한 공포 반응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강제로 핸드폰을 빼앗기보다는, 아이가 현실에서 어떤 불안과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먼저 살펴주세요.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개입과 부모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아이의 제한된 관심사를 안전하게 펼칠 수 있는 대안 활동을 함께 찾아주시고, 아이의 감정 조절 기술을 키워줄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병행하시기를 적극적으로 권해드립니다.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막고 혼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사회적 어려움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가정 내에서 건강한 대안을 찾아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1. 스마트폰 사용을 '질책'이 아닌 '아이만의 소통 방식이자 관심사'로 이해하기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복잡한 현실의 대인관계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도피처이자, 자신이 꽂힌 관심사에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무조건 기기를 빼앗기보다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어떤 심리적 불안을 달래고 있는지 혹은 어떤 구체적인 관심사(RIRBs)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2. 심리적 고통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양육 환경 조성하기
우울감이나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고통은 인터넷 및 스마트폰 과의존을 심화시키는 강력한 촉발 요인입니다. 부모의 부정적인 양육 방식이나 가정 내 스트레스는 아이가 스마트폰의 가상 세계로 더욱 도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은 아이가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서도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3. 전문가와 상의하여 '동반 질환'으로서 체계적인 치료 계획 세우기
자폐 스펙트럼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은 일반 또래들과는 관련 요인이나 양상이 다를 수 있으며, 별개의 동반 질환(comorbid diagnosis)으로 진단하고 다루어져야 합니다. 부모님이 가정에서 임의로 통제하기 어렵다면, 아이의 자폐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서 조절 기술을 배우고 맞춤형 개입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Floris, M., & Gentili, C. (2026). Association between Problematic Internet and Mobile Phone Use, autistic traits, and psychological distress among adults: A cross-sectional survey. PLOS Mental Health, 3(6), e0000524. Kawabe, K., Horiuchi, F., Hosokawa, R., Nakachi, K., Soga, J., & Ueno, S. I. (2022). Comorbid symptoms of internet addiction among adolescents with and without autism spectrum disorder: a comparativ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Adolescence and Youth, 27(1), 315-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