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고입경쟁을 위해 초중학생까지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진작 됐어야 할 일이에요. 더 살펴봐야 할 문제는 없는지 ‘정부의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진단하고 추가 과제를 모색한다’는 주제로 작년 12월 17일에 토론회가 열렸어요.
발제를 맡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정 상임변호사는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4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하는 영재고 등 특목고의 설립목적이 껍데기만 남았음을 지적했어요. 교과과정을 국영수로만 2/3를 채우는 자사고 교육과정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돼왔죠.
잘 알려진 것처럼, 전국단위 자사고 수업료는 일반고의 3배예요. 민사고는 무려 9.2배이고요.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죠. 월 평균 사교육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학생 중에 일반고 지망 비율은 8.7%밖에 안돼요. 나머지는? 당연히 특목자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죠.
고교체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동시선발 정책이 시행됐고, 위헌소송이 제기 됐지만 합헌 결정이 났으니까요. 지난 여름 내려진 재지정취소 처분은 자사고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무력화되는 혼란을 겪었지만 11월 말, 교육부는 과학고와 영재고를 제외한 모든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하겠다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어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인데도 남은 과제가 첩첩산중입니다. 어떤 문제들을 풀어가야 할 지 살펴볼까요?
학교 체제는 법률로 규정해야
(1) 첫 번째 문제는 자사고 측에서 헌법 소원을 다시 제기할 수 있어요. 헌법에서는 학교교육을 비롯한 교육제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자사고는 설립부터 시행령으로 설립됐어요. 태생부터 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으니, 시행령 개정을 문제삼는 건 무리수같아 보여요.
(2) 자사고 측이 주장하는 교육기본권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에요, 이는 일정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차별없이 교육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뜻이지, 다른 사람과 차별된 내용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뜻하는 건 아니에요.
(3) 이외에도 신뢰보호원칙 등 법 개정시 고려돼야 할 중요한 몇 가지가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고려해도 교육기회의 평등 실현, 학교교육의 정상화, 입시 경쟁 해소의 가치가 자사고 유지로 인한 가치보다 훨씬 크잖아요. 자사고 폐지는 2025년까지 유예기간이 있고, 일반고 전환시 인센티브도 고려중이니 출구전략까지 마련되어 있어요.
(4) 남은 과제는 일반고의 역량 강화, 즉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어떻게 펼칠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현재 354개 연구·선도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결과를 올해에는 알 수 있어요. 단, 학점제를 시행하려면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가 우선돼야 하는데, 이는 대입의 중요한 평가요소라 대입에도 변화가 이뤄져야 해요. 또한 학점제는 유급제도도 필수적이라 국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일반고 역량 강화 고교학점제만으로는 부족해
이날 토론자로 나온 송경원 정책위원(정의당 정책위원회)은 발제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의 세부사항도 시행령에서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며, 향후 모든 학교급 세부사항을 법률에서 다뤄야할지 전체적인 설계가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또한 일반고는 과학고에 비해 한 학급당 학생 수가 1.5배,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3배 많은 현실을 들며 이런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연 1천만원 이상의 학비가 들 뿐 아니라 초등학교 교육을 왜곡시킬 여지가 있는 국제중 문제, 사교육 유발요인이 심각한 과학고 영재학교의 위탁기관 전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자고 주문했어요.
특목고의 전문교과과정을 그대로 두면 서열화는 여전할 것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선생님은 정부의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서로 상반되는 방향이라며, 대입의 방향타가 정시로 넘어간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등은 형식적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어요. 게다가 특목자사고에 부여했던 교과과정 편성 및 운영 자율권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이름만 일반고지 여전히 차별화된 학교로 부상할 것을 우려했고요. 이 참에 모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워야 할 수업 내용, 위계, 수준을 명시적으로 정하자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대학의 선발과정에 외부인사로 구성된 ‘공정성 심의위원회’를 만들고 교수는 입학전형에 참여하지 않아야 객관성이 보장된다는 점과 대입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촉구해서 눈길을 끌었어요. 특히,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려면 교육과정 고시가 2022년에는 나와야 해요.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교육부가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에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이자 하나고 교사인 전경원 선생님은 일반고 역량강화를 위한 고교학점제 도입에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전제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교사 개인별 평가권 확보를 강조했어요. 절대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소수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수강을 회피하게 될 테니까요.
마지막 토론자인 강영구 변호사는 고교평준화 정책이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2009년에 제기된 위헌소송에서 ‘5:4 합헌’이라는 결과가 나와 가까스로 방어된 적이 있음을 상기시켰어요. 정말 그 무엇보다, 시행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교체제를 법률로 지정하는 문제가 시급합니다!
현 정부의 고교체제 정책 평가 및 고교학점제 개선방을 모색하는 토론회는 2월까지 총 7차에 걸쳐 계속되는데요. 말만 무성했던 고교학점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회가 1월 8일 오후3시, 우리 단체 세미나실에서 열리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