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추억이 많았던 곳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와 공유했던 게 아닌
오로지 나만이 묻어둔 그딴것들 말이다
아마 고2 가을때였을것이다
난생 처음 클럽이란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가
어두컴컴한 지하실 계단을
잔뜩 굳은 채로 걸어내려가서
닫힌 문을 힘겹게 열어제꼈다
안에는 희미한 불빛아래
담배연기가 뽀얗게 램프빛을 산산히 부수었고
달콤함에 취해버릴것만 같은 드론 노이즈를 토해내는
커다란 마샬앰프가
내 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멜로디에 취해있는 동안
고삐리는 혼자서 구석에 기대선채로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가누었다
내가 기대고 있던 벽에 붙어있던
Janes addiction의 포스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한참 나중에서야 난 그때의 4인조 밴드의 이름이
Yellow Kitchen임을 알았고
그 뒤로 슈게이징이란 것에 퐁 빠져버렸다
지금도 난 일단 천상의 목소리+몽롱한 전자음향+두꺼운 피드백 노이즈라면 그냥 쓰러진다
정신못차린다는 거다
처음 대학와서 3월부터
점점 새빨갛게 고대물을 들여가기 전까지
난 주말마다 그곳을 찾아
맥주 한병이랑 음악에 나를 띄워 저 멀리 안보이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돈이 있었을 때 얘기다
맨날 한군데만 가면 지겨워진다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옆으로 10분 거리인 MP로 갈 때도 있었고
아예 그 앞의 빽스2에서 뮤비만 보면서 졸 때도 있었다
역시 돈이 얼마나 수중에 있었을 때의 얘기다
어찌보면 대학오기 전까지 나의 유일한 낙이었는지도 몰겠다
번쩍이는 별들이 지하실 벽을 수놓아 빛나던 거
그거 볼수있는 시간도
얼마 안남은 모양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기억은 저멀리로 흘러가라고 해
그래봤자 리셋된 몸탱이만 남아서
싸그리 새로 입력할 테니까
하지만 포맷해도
파일의 흔적은 남는 법이다